첫째, 범인은 위장술이 뛰어나다. 범인은 이재명 대표의 동선을 파악하고 접근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민주당에 위장 입당하여 장기간 민주당원 행세를 했다. 심지어 그는 범행 현장에 가기 위해 민주당 지지자의 차에 동승했고 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이동했다. 놀라운 것은 이 과정에서 그가 타인들에게 의심을 살만한 말이나 행동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만일 그가 초범이었다면 심리적 평정을 유지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즉 평범한 사람이 처음으로 하는 살인, 그것도 제1야당 대표를 살해하러 가는 길이었다면 차를 타고 가는 동안 불안과 초조, 타인들에 대한 경계심, 심적 동요 등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나 범인은 애초부터 그런 심리상태를 경험하지 않았거나 그것을 완벽하게 통제함으로써 위장에 성공했다. 범행 장소에 도착한 범인은 경찰과 대화를 했지만 의심받지 않았고 이재명 지지자로 위장하여 접근할 때도 의심받지 않았다. 이러한 뛰어난 위장술과 그것을 뒷받침하는 자기통제력은 범인이 흔히 간첩이나 스파이로 불리곤 하는 전문가가 아닐까 하는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둘째, 범인은 마치 살인기계처럼 범행을 저질렀다. 범인은 군중이 밀집해 있는 복잡하고 소란스러운 장소에서 미소를 띤 채 이재명 대표에게 접근한 다음 일말의 주저함도 없이 칼을 꺼내 단번에 목의 급소를 찌르는데 성공했다. 평범한 사람 혹은 초범이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전문적인 칼잡이가 아닌 이상 첫 범행에서 정확하게 사람의 목을 찌를 수 있으려면 최소한 목의 경동맥 부위를 찌르는 전문적 훈련을 받았거나 반복적으로 연습을 해야만 한다.
그러나 범인이 반복적으로 연습을 했다고 가정하더라도 의문이 또 남는다. 혼자서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는 것과 그것을 실제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노인이 골문 근처에서 단독 드리블을 하다가 골을 넣는 연습을 수백 번 했다고 해서 그가 축구 시합에 나가자마자 골을 넣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습과 실전은 너무나 다르다는 것이다. 제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더라도 평범한 사람들은 막상 살인을 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면 심적 혼란이나 갈등, 주저함이나 동요, 강한 정서적 흥분 등을 피하기 어렵다. 한마디로 연습 유무와 상관없이 평범한 사람이 첫 범죄 시도, 그것도 살인을 실수 없이 한 번에 성공시키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셋째, 범인은 정치적 주장을 하지 않았다. 경찰 발표대로 범인이 정치적 이유로 단독 범행을 저지른 것이라면 그는 범행 이후에 사람들에게 자기 입장을 적극적으로 알리려고 했을 것이다. 통상적으로 극단주의자들은 범행을 하기 직전이나 직후에 구호를 외친다. 자기가 저지른 범죄가 정당하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아주고 지지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범인은 자신의 범행 동기를 정당화하거나 대중에게 알리는 것에는 관심이 없었다. 더욱이 그는 범행 직후만이 아니라 체포되어 끌려가면서도, 체포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을 때에도 입을 거의 열지 않았다. 범인은 마치 청탁받은 일을 직업적으로 수행하다가 실패한 사람처럼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런 모습은 그가 정치적 이유로 살인을 저지른 극단주의자가 아니라 미국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당신에게 사적인 감정은 없어”라고 말하는 킬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재명 대표 암살미수 사건이 발생한 직후 국무총리실 산하 대테러종합상황실은 심각한 자상이었음에도 ‘열상’과 같은 가짜뉴스를 살포했고 언론들은 이를 부지런히 퍼날랐다. 대테러종합상황실은 왜 이런 이상한 짓을 했을까? 현 정부가 배후이거나 그렇지 않다면 범인에게 공범이나 배후가 있으며 그것이 윤 정권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국무총리실(윤 정권)이 믿었거나 우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후 경찰의 소극적인 은폐, 축소, 왜곡 수사는 이런 추측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고 이선균 배우 사건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이 과거에 검경과 언론은 범인의 신상은 물론이고 범행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사적인 통화내역까지 공개했다. 그러나 이번 사건을 수사하면서 경찰은 범인의 신상 공개를 거부했고 신상 공개를 안 하는 이유도 공개를 안 하겠다는 황당한 말을 했다. 피해자가 아닌 범인을 보호하면서 그가 외부와 접촉하는 것을 차단하려고 한다는 의심을 살만한 짓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론의 행태는 더 이상하다. 김구 선생 암살사건과 본질적으로 같은 중대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언론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한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만약 이재명 대표 암살 시도가 성공했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반윤석열 투쟁을 이끌어야 할 야당의 지도자,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를 잃은 국민들은 낙담하고 좌절하여 무기력해졌을 것이고 민주당은 사분오열 되었을 것이다. 벼랑 끝에 몰렸던 국힘당과 극우세력은 기사회생하여 총선에서 승리하고 장기집권으로 나아갔을 것이다.
이재명 대표 암살미수 사건은 윤 정권의 탄생이 정적에 대한 끊임없는 악마화, 무리한 구속 시도를 넘어서서 암살을 감행하는 단계까지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후퇴시켰다는 것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국민들은 검찰독재정권에 저항하면 암살을 당할 수도 있다는 공포에 사로잡히지 않기 위해서 이번 사건을 덮어버리려는 시도를 절대 용납하지 말아야 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