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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안정적 우세’라는 나의 판단 근거(1)

22대 국회의원 총선이 80일 앞으로 다가왔다. 현재 판세는 어떠한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 늘 그렇듯 비평가들은 여러 전망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가을 서울 강서구청장 재보선 결과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던 <뉴스공장> 진행자 김어준 씨는 여론조사 꽃의 조사 결과를 근거로 현재 상황을 민주당의 절대 우세로 진단한다. 반면 <한겨레> 정치비평을 주도하는 선임기자 성한용 씨는 한국갤럽의 1월 셋째 주 정기 여론조사 결과와 지난 총선 당시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으로 뛰었던 이근형 씨의 주장을 근거로 현재 상황을 국힘당의 박빙 우세로 판단했다. 누가 맞을까? 언론이 보도하는 모든 여론조사를 대충 살피는 나는, 현재 판세를 민주당의 안정적 우세로 본다.

선거는
80일 남았고 선거일까지 온갖 일이 다 벌어질 수 있으니, 총선 결과가 오늘의 예측과 크게 달라도 그때 가서 자신이 잘못 보았노라고 인정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나도 그렇다. 오늘 내린 판단은 그것대로 근거가 있었다고 우길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이야기를 굳이 그때 가서 할 필요는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민주당 안정 우세라는 판단을 내린 근거를, 내가 언론이 보도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는 방법을 말하고자 한다.


늘 그랬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지난 두 번의 선거 결과를 비교적 정확하게 예측했다
. 21대 총선은 민주당 압승을 예측했고 지난 대선은 득표율 1퍼센트 차이 안에서 승패가 갈릴 것이라고 공언했다. 자랑하려는 게 아니다. 여론조사 결과를 해석하고 활용하는 방법에 관해 정보를 나누려는 것이다. 언론이 보도하는 여론조사 결과를 나와 같은 방식으로 활용했다면 누구나 같은 결론을 얻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응답자 1천 명 여론조사로 실제 국민 여론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을까? 이론으로는 가능하다. 우리나라 유권자 수는 약 44백만 명이다. 이것을 모집단(母集團)’, 여론조사 회사가 답변을 받아낸 응답자 1천 명을 표본집단(標本集團)’이라고 한다. 나이, 젠더, 출생지, 거주지, 소득, 직업, 이념성향 등 투표 관련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다고 인정할 수 있는 모든 면에서 표본집단과 모집단의 구성과 특성이 일치한다면 1천 명 여론조사로 44백만 유권자의 생각을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론일 뿐이다
. 실제로는 불가능하다. 여론조사는 편향(bias)’을 피하지 못한다. 표본집단과 모집단 사이에는 크고 작은 불일치가 생길 수밖에 없다. 어떤 여론조사 회사는 중앙선관위가 행정전산망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제공하는 안심번호를 사용함으로써 나이, 젠더, 거주지 등 몇 가지 지표만이라도 편향을 제거하려고 노력한다. 안심번호를 쓰지 않고 무작위로 전화를 거는 ‘RDD(random digit dialing)’ 방식 조사는 편향이 더 심각하다. 표본을 아무리 정확하게 모아도 설문 설계 오류나 특정 여론조사 회사에 대한 대중의 호불호, 조사 시간의 제약을 비롯한 여러 요소 때문에 예측된 편향이 생기기도 한다. 그런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그대로 조사를 진행하는 경우에는 고의를 의심할 수 있다.


나는 선거 여론조사를 볼 때 다음 사항을 고려한다
. 조사 시간, 설문 구조, 유무선 혼합 비율 등이다. 아래와 같이 조사를 하면 국힘당 지지율이 실제보다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하면 민주당 지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온다. 어느 정당이 집권당이든 상관없다.

1. 평일 업무시간에만 조사한다. 저녁 시간과 주말에는 하지 않는다.
2. 지역구 선거에 어느 후보에게 표를 줄지 묻기 전에 먼저 여러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한 질문을 해서 끝까지 대답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늘린다.
3. 유선전화 여론조사를 섞고 최대한 비중을 높인다.
전화면접조사와 자동응답조사(ARS)의 특성도 고려하는 게 좋다. 전화면접조사는 집권당 지지율이 실제보다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보수 비평가들은 지난 총선 때 샤이 보수의 존재를 기정사실화하고 여론조사 흐름과 달리 국힘당이 수도권에서 선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때는 당명이 달랐지만 그냥 국힘당이라고 쓰는 것을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 지금은 아무도 샤이 진보를 거론하지 않지만 전화면접조사는 예나 지금이나 집권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경향이 있다. 현 시점에서 진보 유권자는 샤이하지 않다. 화가 나 있고 짜증을 내는 중이다.

자동응답조사는 정치에 대한 관심이 많은 시민들이 적극 참여하기 때문에 정당들의 지지율 격차를 실제보다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 특히 주요 정당이 경선 여론조사를 ARS로 하는 시기에는 당원과 지지자들이 전화 대기를 하기 때문에 그 정당 지지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다. 전화면접으로 실행하는 한국갤럽 정기조사와 4곳의 여론조사 회사가 협업하는 ‘NBS지표조사에서는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현재까지 민주당과 국힘당 지지율이 비슷하게 나왔다. 리얼미터를 비롯한 ARS 여론조사에서는 1년 넘게 민주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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