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갤럽은 진보 성향 유권자들이 불신하는 경향이 있다. 성한용 기자가 인용한 1월 셋째 주 조사의 응답자 특성을 보면 보수 표본이 진보 표본보다 훨씬 많다. 이념 성향은 짧은 시간에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한국갤럽 조사는 집권당 편향에 더해서 대중의 선입견에 따른 구조적 편향이 있다고 할 수 있다.
1천 샘플 여론조사인 경우 보수:진보:중도가 3:3:4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아야 정상이다. ‘여론조사 꽃’의 전화면접 조사는 표본의 보수:진보 비율이 엇비슷하다. 그래서, 당연한 일이지만, 민주당 지지율이 안정적 우위를 보인다. 4월 10일이 지나면 우리는 한국갤럽과 ‘여론조사 꽃’의 전화면접 조사가 저마다 어느 정도의 구조적 편향을 안고 있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지난해 12월부터 MBC 선기단(선거방송기획단)이 마련한 선거비평 방송에 참여하고 있다. MBC 선기단은 특이한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그 조사 결과를 해석하면서 토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12월 26일 <뉴스외전>에서 첫 번째 조사 결과를 다루었고 1월 16일 <100분 토론>에서 두 번째 조사 결과를 분석했다. 2월 첫 주 <100분 토론>에서 세 번째 조사 결과를 비평하는 등 총선까지 여론조사와 결과 분석을 몇 차례 더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총선 때는 KBS 선기단이 비슷한 여론조사를 했다. 2019년 11월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샘플 사이즈가 큰 일반 여론조사와, 같은 사람을 반복 조사하는 2천 명 규모의 패널 여론조사를 병행했다. 30퍼센트가 넘었던 최초의 미결정 패널이 넉 달 동안 꾸준히 2:1 비율로 민주당과 국힘으로 갈라지는 시계열 데이터를 흥미롭게 지켜보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MBC는 2023년 12월 13일부터 17일까지 무선전화와 웹 조사를 병행해 1508명 규모의 패널을 구축했다. 1차 조사의 중요한 결과 몇 가지를 소개하면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는 긍정 35, 부정 63퍼센트였다. 매우 잘한다 11, 매우 잘못한다 39, 잘하는 편과 잘못하는 편이 각각 24퍼센트로 다른 기관의 여론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총선 성격과 관련해서는 정부를 지원하기 위해 여당을 많이 당선시켜야 한다는 응답이 38,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야당을 많이 당선시켜야 한다는 것이 59퍼센트였다. 정당 지지도 1차 질문 응답은 민주:국힘:모름이 31:28:36이었고 그래도 어느 정당이 조금이라도 낫다고 생각하느냐는 2차 질문 응답을 포함하면 43:34:14였다. 신당에 투표할 의향은 38:57(있다:없다), 있다는 응답자는 연령이 낮을수록 많았고 중도층에서 많았다. 모든 정당을 포함해 지역구 후보 투표 의향을 조사한 결과 순수 ‘미결정층’은 21퍼센트로, 생각했던 것보다는 적은 편이었다.
민주당이 우세한 1차 패널조사의 구체적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 실제 격차는 그보다 클 수도 있고 작을 수도 있다. 일단 민주당이 조금이라도 앞선 상태로 출발했다는 사실만 받아들이면 된다. 대통령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부정 비율이 1년 반 동안 35:60에서 고정되어 있는 조건에서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관심의 초점은 21퍼센트의 미결정층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하느냐는 것이다.
2024년 1월 10부터 12일까지 실시한 2차 조사에서 패널의 87.1퍼센트인 1314명이 조사에 응했다. 3주 동안 일어난 중요한 정치적 사건으로는 윤석열 대통령의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행사, 국힘의 한동훈 비대위 출범, 이재명 대표 살해미수 사건, 이준석과 이낙연 등의 탈당과 신당 창당 선언 등을 들 수 있다. 대통령 직무수행 지지도는 긍정:부정이 30:67로 1차 조사 때보다 나빠졌다. 매우 잘한다 11, 매우 잘못한다 48, 잘하는 편과 잘못하는 편이 각각 19퍼센트였다. 매우 잘못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총선 인식은 정부 지원:견제가 39:55로 1차 조사 때와 큰 차이 없었다. 정당 지지도는 민주:국힘이 42:30이었고 이준석신당과 이낙연신당은 각각 10퍼센트와 5퍼센트였다. 1차 조사 때의 민주당 지지층과 국힘 지지층에서 이준석 신당과 이낙연 신당으로 이동한 비율은 의미 있는 차이가 나지 않았다. 무당파층에서 민주당:국힘:이준석신당:이낙연신당으로 이동한 비율은 17:15:20:13이었다. 총선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응답자는 79퍼센트였는데, 민주:국힘:신당 지지층이 86:80:74퍼센트였다. 직관적으로 예측한 바와 같이 민주당 지지층의 투표 참여 의사가 제일 강력했다. 신당을 제외할 경우 지역구 투표 의향은 민주:국힘 45:33이었고 신당을 포함한 경우에는 민주:국힘:이준석신당:이낙연신당 40:30:10:6이었다. 두 신당은 민주당과 국힘당의 지지율 격차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 정의당은 2퍼센트 안팎의 지지율로 어떤 경우에도 존재감을 나타내지 못했다. 4년 전 총선을 며칠 앞두고 범진보 180석이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고 말했다가 엄청 욕을 들었다. 나는 정치인이 아니다. 민주당 당원도 아니고 당직자는 더욱 아니다. 유권자로서는 지역구 표는 민주당 후보에게 주었지만 비례표를 다른 정당에 주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