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민주당 안정적 우세’라는 나의 판단 근거(3)

민주당에서 여론조사표 쪼가리 하나 받지 않았다. 이근형 전략기획위원장이든 누구든 민주당이 파악하고 있던 선거 판세를 한마디라도 귀띔해준 이는 없었다. 나는 비평가로서 객관적 데이터로 선거 판세를 분석했고 선거 결과를 예측했을 뿐이다. 그런데도 크게 잘못한 것처럼 사과해야 했다. 민주당의 어떤 정치인들이 내가 그 말을 한 탓에 낙선했다고 원망했기 때문이다. 나 때문에 떨어졌다고 하는데,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따질 수 있겠는가. 미안하다 말할 수밖에!

하지만 내가 총선 결과를 정확하게 맞춘 건 아니었다
. 정의당과 열린민주당까지 합하면 범진보 의석은 180석을 훌쩍 넘겨 190에 육박했다. 하지만 어떤 정치전문가와 비평가도 범진보 180석을 공언하지 않았다. 내가 알기에는 그런 사람이 없었다. 기껏해야 민주당이 과반은 할 것이라고 예측한 비평가들이 있었을 뿐이다. 1당은 하겠지만 과반은 어렵다고 한 이가 많았고 국힘당이 제1당을 할 것이라고 전망한 이도 숱하게 많았다. 그랬기 때문에 내가 총선 결과를 정확히 맞혔다는 오해가 생긴 것이다.

이번에는 의석수를 예측하지 않으려 한다. 맞추어도, 맞추지 못해도 욕먹을 일을 뭐 하러 또 한단 말인가. 하지만 독자들은 그게 궁금할 것이다. 그래서 내가 4년 전 범진보 180석이라는 예상치를 얻은 방법을 말하겠다. 이번 총선에는 독자들 스스로 계산해 보시기 바란다.
사실 방법은 간단하다. 여론조사 기관이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에 등록한 모든 여론조사 결과를 선거구 별로 합쳐보는 것이다. 그게 전부다. 샘플 1천 개짜리 전국 지지율 조사는 무시하는 게 좋다. 그 데이터를 쪼개어 서울 정당 지지율이 어떻게 변했는데 원인은 무엇이라는 등 말이 안 되는 소리를 늘어놓는 비평가는 통계학의 기초를 모르는 멍청이일 뿐이다. 서울 샘플은 기껏해야 2백여 개밖에 되지 않는다. 샘플 수가 줄어들면 오차범위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 1천 샘플 여론조사의 지역별 데이터는 통계학적으로 아무 의미가 없다. 국회의원 선거구로 나누면 선거구당 샘플이 4개 밖에 되지 않는다.

그러니 독자들께서는 국회의원 선거구별로 실시한
, 보통 5백 샘플 규모인 여론조사 결과만 고려하시기 바란다. 서로 다른 조사기관이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문항으로 한 조사라 할지라도 5백 샘플 조사 4개를 합치면 오차범위가 대폭 줄어든다. 전화면접과 ARS의 차이나 조사기관에 대한 호불호로 인한 편향이 희석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지금까지 나온 모든 정당 지지율 여론조사를 이런 방식으로 합쳐서 시계열 그래프로 바꾸어보라. 민주당이 1년 넘게 안정적 우위를 보이고 있다. 한국갤럽의 1월 셋째 주 여론조사 결과와 민주당 당직자 출신 여론조사 전문가의 직관적 판단을 근거로 삼아 총선 80일 전의 선거 판세를 국힘의 박빙 우세라고 진단하는 것은 언론인이나 전문 비평가로서 할 일이 아니다. 정당과 정치인들이 당원과 지지자들에게 경각심을 주려고 펼치는 심리전이라면 모를까.


투표일을 나흘 앞둔 사전투표일 쯤에는 법적으로 공개 가능한 선거일
1주일 전까지의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가 모두 공개되어 있을 것이다. 그것을 선거구별로 합쳐 민주당과 국힘당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5퍼센트 넘는 곳은 승패를 정한다. 격차가 5퍼센트 이하인 곳은 민주당과 국힘당이 반씩 당선하는 것으로 가정한다. 어느 선거구에서 어느 당 후보가 이길지는 모르지만 확률을 50퍼센트로 보면 의석수는 크게 틀리지 않는다. 언론사가 여론조사를 아예 하지 않는 선거구는 그 지역에서 강세인 정당 후보의 당선으로 계산한다. 예컨대 여론조사가 하나도 공개되지 않은 경북이나 호남 선거구는 각각 국힘당과 민주당 당선으로 보는 것이다. 나는 4년 전 이런 방식으로 선거 7일 전 범진보 180석이라는 숫자를 얻었다.

지극히 기계적인 작업이다. 재미없고 지루하다. 이번에는 하지 않을 것이다. 격차가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으나 수도권은 민주당 강세가 확연하다. 22대 국회의원 총선은 수도권이 아니라 충청, 강원, 부산경남울산 등이 접전지가 될 것이다. 그래서 대부분 친윤석열 정부 성향인 신문방송들이 선거구별 여론조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을지 모른다. 조사를 했지만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내가 말한 방식으로는 총선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워진다. 데이터가 없는데 무슨 예측을 한다는 말인가.

민주당과 국힘당은 안심번호를 사용해 자체 여론조사를 할 것이다
. 다른 정당은 그럴 능력이 없다. 두 당은 국민을 상대로 작전을 하려고 여론조사를 한다. 접전지에 자금과 인력을 집중하고 그 선거구에서 이기는 데 필요한 공약을 내놓는다. 여론조사 결과를 당원들한테 공개하지 않는다. 심지어는 후보한테도 감춘다. 나는 MBC 선기단의 패널 여론조사와 일부나마 공개될 지역구 여론조사를 참고해 나 홀로 총선 결과를 전망할 것이다. 총선 의석수 예측 게임을 하고 싶은 독자는 여론조사 을 활용하시기 바란다. 그 회사 대표인 김어준 씨는 전국 선거구별 여론조사를 정밀하게 하겠노라고 했다. 수도권도 우열이 뚜렷한 선거구는 굳이 여론조사를 할 필요가 없다. 여러 정보를 참고해 예상 격차가 5퍼센트 안팎을 넘지 않은 접전지만 조사하면 된다. <>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