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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위기 조성하고 주가 폭락에 당황하는 윤 정부(1)

1998122, 클린턴 행정부의 윌리엄 코언 국방부장관이 방한하여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를 만났다. 한국이 극심한 재정난 속에서 IMF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어수선한 시기였다. 김대중 당선자를 만난 코언은 한국의 재정적 어려움이 국방비 삭감으로 이어질지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당시 김대중 당선자의 인수위원회는 국방예산을 10% 정도 삭감하기로 하고 예산 삭감 계획을 다 짜놓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방문이 있고 나서 국방비 삭감은 없던 일이 되었다. 그 전 해에 한국에 대한 금융 지원에 난색을 표명하던 미국의 재무부를 상대로 한국을 도와야 한다고 설득한 장본인이 바로 코언 국방부장관이다. 한국의 재정난이 더 심해지면 국방비도 줄여야 할 것이며, 이는 한반도와 동북아 세력균형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였다.

당시 코언의 배후에는 한국의 김동진 국방부장관이 있었다
. 김 장관은 코언에게 편지를 보내 동맹을 지키기 위해 구제금융 지원에 코언 장관이 노력해 달라고 설득했다. 당시 월가의 무디스와 같은 신용평가 회사들은 한국의 재정위기뿐만 아니라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 등 코리안 리스크를 거론하며 한국의 신용을 저평가하고 있었다. 1994년의 한반도 전쟁 위기의 여파가 이어지던 김영삼 정부 마지막 순간은, 만일 한국 정부의 재정난이 더 심화되면 이를 기회로 북한이 도발할 것이라는 불안이 고조되던 시기였다. 1월 말에 국방부 차영구 정책실장을 비롯한 한국의 안보 관계자들이 월가로 파견되었다. 한국은 국방비를 줄이지 않을 것이며, 지금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은 잘 억제되고 있다는 걸 신용평가 회사에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언론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1998년에 금융 위기에 처한 국가를 회복시키는 데 이처럼 국방부의 역할이 컸다.


우리가 천문학적 혈세를 군에 지원하는 이유는 전쟁을 억제하고 주변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여 한국의 국제 신용을 높이는 데 있다
. 무역과 생산, 투자, 소비가 전부 추락하는 복합위기의 시기에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는 국가의 회복력을 도모하는 핵심 조건이다. 이러한 때 전쟁을 불사하는 강경한 대북 발언을 남발하다가 급기야 작년 11월에 남북 군사합의서를 무력화한 국방부는 1998년의 국방부와는 전혀 다른 존재처럼 보인다. 국방부는 멀쩡한 군사합의서를 무력화한 데 이어 올해 벽두부터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 대규모 함포 사격을 감행하고 강원도 철원에서 지상포 발사 훈련을 한 다음 이를 언론에 공개했다. 더 나아가 신원식 국방장관은 14일에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남한의 4월 총선을 앞두고 대남 테러를 할 가능성이 크다며 구체적으로 천안함 폭침과 같은 국지적 도발을 강행하거나 지대공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구체적인 도발 양상까지 묘사함으로써 한반도에서 전쟁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매우 효과적으로 전 세계에 알린 셈이다.


한편 북한은
15일부터 3일 간 서해 백령도와 연평도 일대에서 포 사격을 실시하였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작년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남과 북을 적대적 교전국가로 규정하고 강경발언을 쏟아낸 데 이어 나온 실제 군사행동이었다. 남북 쌍방이 서북 해역에서 대규모 포격을 주고받은 다음에 합동참모본부는 이제 군사적 완충구역은 없다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규모 응징을 결의했다. 우리 국방부는 한반도가 대만해협보다 더 위험한 분쟁의 열점이라는 걸 전 세계에 앞서서 알리고 다녔다. 국방부 본연의 책임이자 역할인 한반도 위기관리가 주변으로 밀려나고 오히려 위기를 조장하는 새로운 현상이다.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 프리드 해커 교수는
111일에 ‘38노스에서 한반도가 19506월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는 분석을 실었다. 116일에는 1994년에 제네바 합의를 성사시킨 주역이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가 외교안보 전문지인 내셔널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올해 (동북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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