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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위기 조성하고 주가 폭락에 당황하는 윤 정부(2)

상황이 심각하게 전개되자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그 프리드 해커 교수는 111일에 ‘38노스에서 한반도가 19506월 이후 그 어느 때보다 더 위험하다는 분석을 실었다. 116일에는 1994년에 제네바 합의를 성사시킨 주역이었던 로버트 갈루치 조지타운대 명예교수가 외교안보 전문지인 내셔널인터레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올해 (동북아에서) 핵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긴장이 고조된 효과는 즉각 나타났다.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올해 들어 지난 19일까지 7.6%나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윤석열 정부가 연초부터 주식 공매도 금지 기간 연장,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증권거래세 인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 지원 강화 등 별의별 총선용 대책으로 주가를 띄웠지만 한반도 지정학의 리스크에 따른 외국인의 대량 매도를 막지 못하면서 증시는 곤두박질쳤다. 증권가에서는 중국과의 무역 감소와 북한발 전쟁 위기가 그 원인으로 분석되었다. 1998년의 국방부가 한반도는 안정되어 있다며 평화의 메신저 역할을 했다면 지난 1년 간 윤석열 정부와 국방부는 전쟁의 메신저였다. 최근 경제 전문지들은 그간 코리안 리스크로 불리는 한반도 위기는 항상 주가에 상수로 반영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증시를 흔드는 변수로 바뀌고 있다고 분석한다.
사태가 심각해질 조짐을 보이자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16일에 KBS 전화 인터뷰에서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미국 학자들의 전쟁 위기 주장은 과장되었다고 진화에 나섰다. 작년에 윤 대통령과 신 장관은 번갈아 가며 한반도 전쟁 위기를 거론하면서 전쟁이 나면 북은 반드시 핵을 사용할 것이라며 핵전쟁을 예고한 바 있고, 오직 힘에 의한 평화를 외치며 북한을 끝까지 강력하게 응징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게 말하던 자들이 막상 코리안 리스크가 현실화되자 한반도 문제에 정통한 미국 학자들의 주장을 폄훼하고 나섰다. 로버트 칼린은 30년 이상 미국 정보기관에서 북한을 분석하며 평양에만 30여회 방문한 정통 북한 전문가다. 해커 박사 역시 8번 북한을 방문하여 북한의 플루토늄을 직접 보기까지 한 최고의 북한 전문가다. 국제사회가 누구의 말을 더 믿겠는가. 게다가 미국 학자들의 주장은 적대와 혐오라는 반북 감정의 노예가 된 한국 당국자들의 말과 행동을 철저히 고려하여 나온 말들이다. 미국 학자들의 말을 원망하기에 앞서 그 빌미를 제공한 윤석열 정부의 책임을 간과하기 어렵다.
4월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표를 얻으려면 부동산과 주식을 부양해야 하고, 반대로 북한과 적대관계를 고조시키려면 주가 폭락이라는 코리안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이런 딜레마에 빠진 윤석열 정부가 전쟁이 곧 터질 것처럼 호들갑 떨다가 이제는 거꾸로 상황을 진정시키려니까 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경제와 안보는 날개 없이 추락하는 중이다.
최근 한반도 지정학의 비용은 분명 과거 전쟁 위기와 다른 점이 있다. 1994년이나 2003년의 전쟁 위기와 달리 지금의 한반도 지정학은 한국에 구조적으로 더 불리하며 경제적으로 훨씬 더 민감하고 치명적인 효과를 초래한다. 무엇보다 남과 북의 최고 지도부와 국방 당국이 직접 전쟁을 불사하는 강경 발언을 외치고 있다는 점도 과거와 다르다. 예전과 달리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영향력이 크게 약화된 점도 큰 차이다. 더욱더 결정적인 차이는 북한이 실질적인 핵 보유국 대열에 진입했다는 점이다.
한반도 지정학 위기는 냉전 이후 지난 30여 년 간의 질서가 붕괴되고 새로운 복잡성과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시대에 안보 불안의 위험성이 크게 확대되는 중이다. 예전의 안보 불안이 평정을 되찾는 일정한 회복력으로 나름 코리안 리스크를 관리했다면 20241월의 상황은 분명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 이러한 상황 변화를 고려하지 않고 선거에서 북풍을 활용하려는 수구적 행태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과거 70여 년 간 북한의 위협을 정치에 활용해 온 세력으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냉전 수구적 행태가 재현되는 한반도에서 4월 총선을 앞두고 전쟁의 위협을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려할 때가 되었다. 남과 북이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전쟁을 감행할 것처럼 보이지는 않지만, 힘을 과시하여 정권의 위신을 높이려는 남과 북의 경쟁은 한반도 위기관리에서 더없이 무능하다. 게다가 군사적 완충구역이 사라진 지금은 이미 심리적으로는 전쟁 상태에 돌입하였고, 이것이 우발적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커 보인다. 우발적이고 국지적인 충돌은 이미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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