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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은 더 나아져야 한다(3)

정당에는 비주류 또는 소수정파가 있는 게 자연스럽고 바람직하다. 왜 그런지는 국힘당을 보면 알 수 있다. 현재 국힘당에는 비주류가 없다. 당원이 선출한 이준석 대표를 대통령이 내쫓아도, 자신이 임명한 것이나 다름없는 김기현 대표를 대통령이 또 내쫓아도, 대통령의 최측근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으로 임명해도, 대통령 비서실장이 사퇴하라고 비대위원장을 윽박질러도, 국힘당 내부에는 비판 목소리가 없다. 윤석열 대통령과 불화를 빚은 이들은 당을 나가서 개혁신당을 만들었고, 완벽하게 일사불란한 국힘당은 정치적으로 고립되는 중이다. 민주당 쪽에서도 이낙연 전 대표와 전·현직 국회의원 몇 사람이 당을 나와 개혁신당에 합류했다. 민주당이 여당 시절 간호법과 노란봉투법을 의결하지 못한 것은 내부에 그런 국회의원들이 제법 많았기 때문이다. 성공하는 정당은 내부가 균일하지 않다. 다른 조건이 같다면 다양한 이념 성향을 가진 정치인이 있는 정당이 그렇지 않은 정당을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은 성공한 정당이다. 민주당에는 보수적 성향의 정치인이 제법 많다. 지역구에 가면 왕처럼 행세하는 국회의원도 흔하다. 그런 사람이 다선의원이 되어 국회의장 자리까지 올라간다. 그렇게 되는 이유의 하나는 정치업자가 많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정치의 지역주의때문이다. ‘정치업자는 모든 나라 모든 정당에 다 있는 것이고 지역주의도 흔히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심한 편이라는 게 문제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는 백여 년 전에 출간한 책 직업으로서의 정치에서 직업 정치인을 두 부류로 나누었다. ‘정치를 위해 사는사람과 정치로 먹고사는사람이다. 편의상 전자를 정치인’, 후자를 정치업자라고 하자. 현실 정치에서는 정치인보다는 정치업자가 더 잘 그리고 더 오래 살아남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온갖 수모와 굴욕을 감수하면서 공천을 받는다. 국회 회의는 빠져도 지역구 행사는 최선을 다해 챙긴다. ‘정치업자가 있다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그런 사람이 있어야 정당이 어려운 시기에도 생존할 수 있다. 그런데 민주당의 정치업자는 간호법이나 노란봉투법에 큰 관심을 갖지 않는다. 사회적 강자가 반대하는 법률을 의결하는 데 열정을 쏟지 않는다. 국힘당의 반대에 부딪히면 협치합의를 대단히 귀중한 가치로 내세우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서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나라든 정치인은 적고 정치업자는 많다. 민주당의 정치업자비율을 높이는 특별한 요인이 하나 더 있다. 뿌리 깊은 지역구도 정치다. 호남에서는 국힘당 공천으로 국회의원이 되기 어렵다. 그래서 호남 지역에서 국힘당에 잘 어울릴 만한 사람도 민주당에서 정치를 한다. 보수 세력도 민주당에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다. 윤석열 정부에서 고위 공직을 받은 예전 민주당 국회의원들을 보면 된다. 2016년 총선에서 안철수 의원과 함께 국민의당을 만들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방식으로 호남을 석권했던 정치인들이 대체로 그러했다. 지금 민주당의 호남지역 국회의원 중에도 표를 내지 않아서 그렇지, 국힘당을 해도 될 만한 사람이 적지 않다. ‘정치업자는 국힘당과 경합하는 충청강원수도권에도 있다. 국힘당이든 민주당이든, 자신이 공천을 받고 국회의원이 되는 데 유리한 쪽을 선택한 정치인들이다. 이렇게 민주당을 선택한 국회의원이 드러내놓고 비주류를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지역구가 경합지역이기 때문에 공천을 받지 못하면 국회의원이 될 수 없다는 걸 잘 안다. 그들은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는 간호법이나 노란봉투법 단독 처리를 반대하지만 밖에 나가서는 그런 말을 하지 않는다.
경합지역인 수도권과 충청도에 지역구를 둔 세 국회의원이 민주당을 나가 개혁신당에 들어간 것은 당원 경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소위 반명으로 알려진 수도권의 민주당 국회의원 중에 적합도 조사에서 도전자를 압도해 단수공천을 받은 사례가 최근 여럿 나왔다. 민주당 당원과 지지자들은 비주류일지라도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폭정을 비판하고 바로잡는 일에 능력을 발휘한 국회의원은 기꺼이 인정한다. 그 사람이라야 여당 후보를 확실히 이길 수 있는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능력이 없으면서 당에 해를 끼치는 언행을 반복하는 비주류 정치업자는 단호하게 배척한다. 개혁신당으로 이적한 국회의원들이 그런 경우였다.
요약해서 말하면, 나는 국힘당을 오늘 시점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상의 보수정당으로 간주한다. 민주당을 오늘 시점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최상의 진보정당으로 인정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오늘 시점에서 하는 말이다. 국힘당에는 바라는 것이 없다. 그러나 민주당에는 더 나은 내일을 기대한다. 180석을 가지고도 일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더 뚜렷한 집단적 의지를 지니고 더 강력하게 실천하는 정당이 되기를, 비주류의 존재를 인정하면서도 더 활발하게 토론하고 절충해 더 확실한 집단적 의지를 형성하기를. 그렇게 해서 더 유능한 서민과 중산층의 정당이 되기를 요청한다. 민주당의 역사, 오늘의 민주당이 되기까지 당원과 시민들이 치렀던 희생과 봉사, 지지한 시민들의 눈물과 환호, 윤석열 정권에 대한 국민의 절망과 분노를 받아 안고 미래로 한 걸음 나아가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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