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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추론-데이터 충돌, 둘 다 의심해야(2)

경험적 논리적 추론에 따르면 이런 상황에서는 집권당이 이길 수 없다. 그런데 여론조사 데이터는 여당이 이긴다고 말한다. 국힘당 지지율이 오차범위를 벗어난 수준에서 민주당을 앞섰다는 최근 일부 여론조사 데이터가 그렇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이미 말했다. 둘 모두를 의심해 보아야 한다. 어느 하나가 잘못되었을 수 있다. 둘 다 문제가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 모두 잘못된 것이 없는데 우리가 데이터가 하는 말을 잘못 알아듣고 있을 수도 있다. 지금은 어느 경우일까? 이 질문에 대답하려면 2월 여론조사뿐만 아니라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여론조사 데이터 전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많은 여론조사를 다 보라고? 겁먹지 마시라. MBC의 선거방송기획단이 번거로운 일을 다 처리해 준다. 관심 있는 독자는 여론M’(https://poll-mbc.co.kr)에 접속하시라. MBC와 서울대학교 국제정치데이터센터가 샘플 수와 수치가 제각각인 여론조사 결과를 독자들이 굳이 알 필요는 없는 통계학적 수학적 처리법으로 종합한다. 그렇게 산출한 데이터를 단순한 형태의 시계열 그래프로 보여준다. 여기에 몇 가지 다른 데이터를 얹어 2월 여론조사를 분석하면 정당 지지율의 배후에 놓인 그림을 어렴풋하게나마 볼 수 있다. 총선 때까지 여론조사가 궁금하면 매주 업데이트하는 여론M’의 데이터를 보는 게 가장 편리할 것이다. 여론조사는 기법이 매우 다양하다. 전화면접과 ARS, 백퍼센트 무선전화 조사와 유선 혼합 조사, RDD(무작위 생성 번호 전화걸기)와 가상번호 조사 등 방법이 제각각이다. 조사 기간과 시간, 설문 문항과 샘플수도 저마다 다르다. ‘여론M’은 기술적으로 가능한 범위에서 그런 차이를 최대한 반영해서 여론 흐름을 보여주는 하나의 수치를 추출한다. 전화면접 조사와 ARS 조사 결과를 따로 내는 항목도 있지만 오늘 칼럼에서는 주로 통합 데이터를 인용하겠다. 소수점 이하는 반올림해서 독자의 편의를 도모했다.
첫 번째로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 데이터를 보자. 간단히 잘함과 못함으로만 나누어 긍정:부정 비율로 정리했다. 취임 시점인 202252주에 51:42로 출발한 국정수행 지지도는 지방선거를 치른 6152:38로 정점에 올랐다가 곧바로 하락해 7142:51로 긍부정 비율이 뒤집혔다. 최악은 202281주의 28:67, 그 후 가장 좋았던 기록은 202371주의 39:55였다. 20241435:61을 기록할 때까지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35:60 선에서 큰 의미 없는 수준의 등락을 반복했다. 그런데 21주부터 24주까지 계속 상승해 39:57까지 올랐다. 국정수행 지지율 상승을 주도한 지역은 영남과 서울이었고 연령대는 60대 이상이었다.
두 번째는 정당 지지율이다. 다른 정당은 빼고 국힘:민주 지지율만 보겠다. 20225144:33의 우위로 시작한 국힘당의 강세는 지방선거 직전이던 5547:34로 정점에 올랐다. 민주당 지지율은 63주에 30퍼센트로 바닥을 쳤고 양당 지지율 격차는 15퍼센트로 최대를 기록했다. 7435:39로 민주당이 대선 이후 첫 우세를 잡았으나 검찰이 이재명 대표를 본격 수사한 202212월부터 20232월까지는 다시 국힘당이 약간 우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32주에 우위를 탈환해 20241월까지 열 달 넘게 5퍼센트 안팎의 안정적 우세를 지켰다. 그랬던 정당 지지율이 202422주에 역전되었고 24주에는 국힘당이 41:36으로 앞섰다. 격차는 전화면접과 ARS의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격차가 생긴 양상이 특이하다. 민주당 지지율은 떨어지지 않았고 국힘당 지지율이 올랐다. 지지정당 없음 비율이 줄어든 만큼 국힘당 지지율이 상승했다. 세부 데이터가 없어서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국힘당 지지율 상승세도 국정수행 지지율처럼 영남과 60대 이상 유권자가 주도했으리라 추정한다. 세 번째 데이터는 총선 성격에 대한 의견이다. 올해 들어 이 질문을 한 조사는 전화면접 30개와 ARS 조사 13개뿐이어서, ‘여론M’은 특별한 처리과정 없이 시간 순으로 시계열 그래프를 만들었다. 정부지원:정부견제 응답 비율은 20241641:51로 시작해 11439:52로 최대 격차가 났으며 21844:49로 최소격차를 기록했다가 225일에는 42:50으로 되돌아갔다. 이것은 엄밀한 의미의 시계열 데이터가 아니지만 43개의 여론조사 모두 정부견제 응답이 정부지원 응답보다 많았다는 점은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국힘당이 정당 지지율에서 앞서고도 총선에서 패배할 가능성을 내포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여론M’의 시계열 데이터는 논리적 추론과 충돌하지 않는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정당 지지율과 총선 성격 평가 여론 등 모든 데이터는 여당 패배라는 경험적 논리적 추론을 뒷받침한다. 문제는 20242월의 정당 지지율 데이터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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