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추론-데이터 충돌 땐 둘 다 의심해야(3)
국힘당이 예비후보 적합도 평가 여론조사를 2월에 했기 때문에 당원과 지지자들이 적극 전화를 받아서 그런 데이터가 나왔다는 주장이 있다. 그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전화면접과 ARS를 불문하고 대부분의 2월 여론조사에서 주관적 정치성향이 보수라고 밝힌 응답자 비율이 진보 응답자 비율보다 훨씬 높다는 사실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에 민주당도 같은 조사를 했다는 점에서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다. 누구 말이 맞는지 확인하려면 공천이 끝난 3월 중순 이후 여론조사 결과를 봐야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손 놓고 기다려야만 하는 건 아니다. 오늘 시점에서 말할 수 있는 것도 있다. 나는 2월 정당 지지율 데이터만으로는 국힘당의 총선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고 본다. 국힘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선 2월 4주 여론조사에서도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39:57로 부정 평가가 압도했다. 그 주에 실시했던 두 개의 조사를 합치면 총선 성격과 관련한 정부지원:정부견제 응답 비율이 42:50이었다. 중도층 또는 무당층의 국정수행 부정평가 비율은 긍정평가 비율의 두 배가 넘었다. 예컨대 2월 25일부터 27일까지 실시한 KBS의 3천 샘플 여론조사의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도는 36:60이었고 중도층의 부정평가 비율은 69퍼센트나 되었다. 2월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간 수준이다. 무당층 또는 중도층 유권자들이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주면 국힘당은 지역구 선거에서 불리하다. 정당 지지율이 박빙인 선거구는 대부분 민주당으로 넘어간다. 현재까지 여론조사 데이터는 이번 총선에서 그런 현상이 생길 것이라고 말한다. 2월 여론조사에서 나타난 여당의 정당 지지율 우세가 실제 여론을 있는 그대로 반영하는 경우에도 그럴진대, 만약 정당 지지율 우세가 여론조사의 ‘보수 과표집’으로 인한 착시 현상이라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나는 샘플이 1000개인 최근의 여러 여론조사에서 보수 응답자가 진보 응답자보다 적은 경우를 보지 못했다. 적어도 50명 이상 보수 응답자가 많았다. 차이가 200명에 육박한 여론조사도 있었다. 그런데 그런 조사에서도 국힘당의 지지율 우세는 오차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국힘당이 환호할 일도 아니고 민주당이 좌절할 이유도 없다. ‘보수 과표집’으로 인한 여론조사의 왜곡은 사실로 단정할 수 없지만 사실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어떤 데이터가 의심스러울 때는 관련 있는 다른 데이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그런 것이 있는가? 그렇다. 충분하지는 않아도 있기는 있다. MBC의 패널 여론조사 데이터다. ‘여론M’의 <The 21%, 흔들리는 유권자>라는 아이콘을 클릭하면 그 데이터를 볼 수 있다. 일반 여론조사와 달리 패널 여론조사는 반복 조사에 동의한 유권자를 대상으로 주기적으로 의견을 묻는다. ‘여론M’의 패널은 1500명이고 3-4주 간격으로 휴대전화 조사와 웹 조사를 병행한다. 나는 지난해 12월부터 MBC에서 이 데이터를 두고 유승민 의원과 세 차례 토론했다. 3월 5일 밤 10시 백분토론에서 네 번째 패널 여론조사를 참고해 토론할 예정이다. 2023년 12월 3주의 첫 패널 여론조사에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는 35:63이었다. 국힘당:민주당 지지율은 한 번 물었을 때 28:31, 두 번 물었을 때 34:43이었다. 지역구 투표 의향은 국힘:민주가 30:41, 다른 정당이 8, 없음/모름 21이었다. 총선 성격은 정부지원:정부견제가 38:59였다. 모든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한 ‘여론M’의 같은 주 국정수행 평가는 33:62였고 정당 지지율 32:34였다. 패널 조사에서 두 번 물었을 때 정당 지지율 격차가 커진 것은 무당층이 민주당을 더 많이 선택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지역구 후보 투표 의향도 민주당이 비슷한 수준으로 앞섰다. 패널조사는 일반 여론조사에 비해 정치적 의사를 적극 표현하는 ‘정치 고관여층’ 비중이 높아서 편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어떤 시기에 어느 쪽으로 판단을 바꾸었는지 보여주는 장점만 살리면 된다. 패널조사 흐름과 일반 여론조사 결과가 잘 들어맞으면 두 데이터 모두 믿을 수 있다. 첫 패널조사의 정당 지지율이 일반 여론조사와 달라도 괜찮다. 어느 정당이 유리한 쪽으로 흐름이 바뀌어 가는지 파악할 수만 있으면 목적을 이룰 수 있다. 그렇지만 첫 패널 여론조사의 데이터는 같은 기간 다른 여론조사를 합한 ‘여론M’의 데이터와 차이가 없었다. MBC의 패널 선정에 특별한 편향이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내가 알기에 MBC 말고는 패널 여론조사 시계열 데이터를 제공하는 언론사가 없다. MBC 패널 여론조사는 적어도 2월 첫 주까지는 여론이 여당에 더 불리해졌다고 말했다. 2차 패널조사는 1월 2주였고 3차는 2월 1주였다.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35:63에서 30:67과 30:68로 더 나빠졌다. 한 번 물었을 때의 정당 지지율은 28:31에서 28:38과 30:41로 격차가 커졌다. 두 번 물었을 때도 34:43에서 30:42와 31:44로 더 나빠졌다. 지역구 투표 의향도 30:41에서 30:40과 30:44로 큰 차이가 없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