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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추론-데이터 충돌 땐 둘 다 의심해야(4)

총선 성격에 대해서도 1차에서 38:59였던 정부지원:정부견제 비율이 3차에서는 35:61로 악화했다. 21주까지는 여당의 승리 가능성을 예고하는 어떤 조짐도 없었다.
25주에 4차 패널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나는 결과를 받았지만 MBC보다 먼저 공개할 수 없어서 말하지 않았다. 나는 패널조사 결과가 4주 전의 3차 조사 결과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리라고 예측했다. 예측이 빗나가지는 않았다고만 하겠다.
MBC 네 차례 패널조사 결과는 2월 일반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율 흐름과 충돌한다. 논리적 추론과 데이터만 충돌할 수 있는 게 아니다. 데이터끼리도 충돌할 수 있다. 이런 경우 두 데이터 중 어느 하나가 잘못되었을 수 있다. 둘 모두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둘 다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어떤 경우에 그런가? 국힘당 지지자들이 민주당 지지자보다 더 적극적으로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을 때다. 이유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이럴 경우 완성된 여론조사 샘플 가운데 주관적 정치성향이 보수인 응답자 비율이 대폭 늘어난다. 보수 응답자 비율이 높아지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과 국힘당 지지율은 자동적으로 올라간다. 총선 성격 관련 정부지원 응답 비율도 높아진다. 22주부터 4주까지 나온 여론조사 중에는 1000 샘플 중에서 보수 응답자 수가 진보 응답자 수보다 100개 넘게 많은 경우가 드물지 않았다. 조심하자. 보수 응답자가 많다고 해서 여론조사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보수:중도/모름:진보 비율이 30:40:30이 되어야 정상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게 꼭 맞는 건 아니다. 보수적인 국민이 많으면 여론조사 보수 응답자가 많아야 정상이다. 선거 결과와 일치했던 여론조사꽃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여론조사 응답자 중에는 주관적 정치성향이 진보인 응답자가 더 많았다. 강서구에 진보 성향 시민이 더 많아서 그렇게 된 것이다.
사람의 주관적 정치성향은 달라질 수 있다. 당연히 국민 전체의 정치성향도 변화한다. 그렇다면 현재 시점에서 우리 국민의 정치성향이 어떤지를 알려주는 데이터가 있는가? 없다. 그런 것을 전수 조사하는 국가기관이나 여론조사 회사는 없다. 국민의 주관적 정치성향에 대해서도 여론조사 데이터가 있을 뿐이다. 2016년부터 20242월까지 한국갤럽의 데이터를 소개하겠다. 한국갤럽은 매월 4000명의 주관적 정치성향을 전화면접 조사한다. 따로 하는 게 아니라 정기 여론조사를 할 때 응답자의 주관적 정치 성향을 물어보는 것 같다. 간단히 보수:진보 비율만 말하겠다. 100에서 둘을 합친 수를 빼면 중도/답변유보 비율이 된다. 우리 국민의 보수:진보 비율은 전통적으로 보수가 우세했다. 한국갤럽 자료로는 20167월에 30:25였다. 그런데 20171월 조사에서는 27:37로 드라마틱하게 뒤집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에서 촛불집회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진 시기였다. 20187월에는 22:34로 보수 진보의 격차가 최대를 기록했다. 남북미 연쇄 정상회담으로 문재인 대통령 지지도가 정점을 찍었던 시점이다. 그러나 21대 총선을 석 달 앞둔 20201월에는 26:29로 격차가 줄었고 그해 726:26으로 균형을 회복했으며, 2022년 초부터 지금까지 보수 우위가 점차 강해져 20241월과 2월은 31:26으로 5퍼센트 격차가 났다.
이런 변화의 원인으로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주관적 정치성향은 정치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보수 정치세력이 지탄받는 상황에서는 진보 쪽으로 넘어오는 사람이 생긴다. 물론 주관적인 생각이다. 그런 사람들의 정치성향이 바뀌었다는 객관적 증거가 있는 건 아니다. 둘째, 여론조사 전화를 대하는 태도 차이가 원인일 수도 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기에는 보수가 전화를 덜 받아서 진보 비율이 늘었고, 언론이 여당과 한 몸이 된 것처럼 민주당만 물어뜯는 요즘에는 진보가 짜증이 나서 전화를 받지 않아 보수 비율이 늘었다는 이야기다. 그럴듯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요인만으로 2월 여론조사 결과를 다 해석하기는 어렵다. 주관적 정치성향은 바뀔 수 있지만 특별한 이유 없이 한 달 사이에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 전화면접 조사가 대부분 그렇지만 한국갤럽 조사만 예를 들어보겠다. 최근 한국갤럽의 1000 샘플 여론조사는 보수 응답자가 진보 응답자보다 100명 넘게 많았다. ‘가중치 보정을 통해 80명 정도 차이로 조정하기는 했지만 한국갤럽 자체 조사에서 산출한 평균 격차를 크게 넘어섰다. 당연히 국힘당 지지율이 크게 올랐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한 수준이 의심스러운회사의 ARS 1000 샘플 여론조사에서는 보수 응답자가 진보 응답자보다 200명이나 많았다. 2월 여론조사가 조작되었거나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MBC의 패널 여론조사 흐름이나 한국갤럽의 주관적 정치성향 비율 등 관련 데이터에 비추어 보면서 조사 결과를 해석하는 게 좋다는 말이다. 유권자로서 정치 뉴스 소비자로서 이런 점을 염두에 두는 게 현명하지 않겠는가. 다시 말한다. 경험적 논리적 추론의 결론은 여당의 총선 패배다. 반면 2월 여론조사의 정당 지지율 데이터는 여당의 승리를 예고한다. 언론시장을 거의 완벽하게 장악한 친윤 언론은 그 데이터를 대서특필하고 민주당의 패배를 기정사실로 만든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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