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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적 추론-데이터 충돌 땐 둘 다 의심해야(5)

친명횡재니 비명횡사니 하는 극언까지 동원해서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비난하고 공격한다. 진보를 자처하는 신문의 비평가와 기자들도 민주당 위기론을 퍼뜨리면서 이재명 대표 사퇴론을 들먹인다. 민주당이 이긴다고 우길 생각은 없다. 미래의 일을 누가 알겠는가. 2월 여론조사에 환호작약하는 언론 보도에 휘둘릴 이유 또한 없다. 그 말을 하고 싶어서 이 칼럼을 썼다. 검찰정권의 무능과 횡포를 심판하고 싶은 시민들은 여당 지지율과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오르고 민주당이 위기에 빠졌다는 보도를 보면서 인간에 대한 불신과 정치적 고립감을 느낀다. 저런 대통령과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이 이리도 많다니, 차라리 정치에 관심을 끊는 게 낫지 않을지 고민한다. 이 나라를 떠날 생각도 한다. 투표를 하면 뭐하나 싶다. 나는 그런 분들한테 이렇게 말하고 싶다. “2월 여론조사는 실제 민심이 아닌 착시일지 모릅니다. 그 때문에 대통령과 여당이 선거를 더 크게 그르칠 수도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투표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4년 전 총선을 기억하시는가? 그때 보수언론은 샤이 보수가 보수정당을 구할 것이라고 했다. 총선에 임박해서도 보수의 승리를 점친 평론가와 언론인이 부지기수였다. 한동수 전 대검 감찰부장의 증언에 따르면 윤석열 사단 검사들은 지난 총선 당시 야당의 승리를 확신했다고 한다. 하지만 샤이 보수는 없었다. ‘여론M’20201월 초부터 48일까지 실시한 658개의 여론조사를 종합해 산출한 정당 비례대표 지지율 그래프를 보여준다. 국힘당(당시 자유한국당과 위성정당)1월 말부터 2월 중순 사이에 2퍼센트 격차까지 민주당을 추격했지만 넉 달 내내 한 번도 앞서지 못했다. 마지막 여론조사의 거대 양당 위성정당 지지율은 30:28이었다. 별 차이가 없었다. 그런데 열린민주당과 정의당이 각각 1312였다.
결과는 어땠는가. 양당 위성정당의 득표율은 34:33으로 비슷했다. 정의당은 10, 열린민주당은 5, 국민의당은 7퍼센트를 얻었다. 정의당은 지역구 후보가 적었고 열린민주당은 아예 없었기 때문에 두 정당에 비례표를 준 유권자 일부가 지역구 표를 민주당 후보에게 던졌다. 국힘당은 지역구에서 84:163으로 참패했다. 정당 지지율만으로는 총선 승패를 가늠할 수 없다.
여론M’에는 2년 전 대선 여론조사 데이터도 있다. 2022112일 이후 이재명은 하루도 윤석열을 앞서지 못했다. 선거를 5주 앞둔 21주에는 윤석열이 5퍼센트 넘게 앞섰고 32일 마지막 여론조사일에는 안철수와 심상정이 각각 7.2퍼센트와 2.6퍼센트를 얻는 가운데 윤석열이 이재명을 43.6:41.2로 앞섰다. 격차는 겨우 2.4퍼센트였지만 여론조사가 워낙 많아서 샘플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오차범위가 극히 적었기 때문에 여론조사만 보면 승패는 정해진 거나 다름없었다. 게다가 바로 다음날 안철수가 윤석열을 지지하면서 전격 사퇴했다. 그 이후 여론조사 데이터가 없어서 확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안철수 표가 이재명한테 더 많이 갔을 리는 없다. 그런데도 윤석열은 겨우 0.7퍼센트 이겼다. 마지막 여론조사를 했던 32일 현재, 이재명은 여론조사와 달리 앞서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2020년이나 2022년과 달리 국힘당이 여당이다. 윤석열 정권은 항의하는 사람의 입을 틀어막는다. KBS땡윤방송으로 개조했고 방심위를 동원해 언론을 탄압한다. 전화면접 여론조사에서는 평일 낮 조사로 인한 편향에다 여당 프리미엄까지 작용한다.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데이터가 나오기 전까지는 야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것이라는 경험적 논리적 추론을 견지하려고 한다. 2월 여론조사의 여당 지지율 상승 말고는 어떤 데이터도 이 추론을 배척하지 않는다. 그런데 내가 이런 생각을 견지하는 데는 두 가지 전제가 있다. 첫째, 유권자들이 여론조사에 흔들리지 않고 소신에 따라 적극 투표한다. 둘째, 민주당이 혼란에 빠지지 않고 대오를 잘 유지하면서 선거를 치른다. 둘 중 하나라도 무너지면 국힘당이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
친윤 언론은 2월 여론조사 데이터를 이용해 이 전제들을 깨뜨리려 한다. 이재명 대표 체제가 무너지면 민주당은 오합지졸로 전락할 것이다. 그래서 윤석열 정권은 집요한 태도로 검찰을 동원해 이재명을 제거하려고 했다. 친윤 언론은 펜으로 그 일을 한다. 민주당이 이런 공격을 견디고 튼튼하게 대오를 유지해도 지지자들이 투표를 포기하면 총선 결과는 2월 여론조사대로 나올 수 있다. 국힘 우위라는 여론조사에 기운이 빠진 진보 유권자가 투표장을 외면하는 가운데 보수 유권자는 필사적으로 투표한다고 하자. 2월 여론조사는 자기 충족적 예언이 된다. 여론조사로 선거 결과를 만드는 것이다. 그런 상황이 오면 친윤 언론 기자들은 이렇게 외칠 것이다. “봐라. 여론조사가 맞았지 않은가. 진영논리에 빠져 과학적 여론조사까지 불신한 민주당이 민심의 철퇴를 맞았다!” 그리고 나 같은 사람을 민주당 패배의 원인 제공자로 몰아 조리돌림할 것이다. 그런 위험을 각오하고 친윤 언론의 선거 개입에 맞서 싸울 사람이 몇이나 있겠는가? 극소수에 불과한 진보 계열 신문들까지 여론조사에 휘둘리는 현실을 보면 앞날이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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