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여조 광풍 소멸 후 조국당 태풍 왔다(1)
지난번 칼럼은 데이터가 많았고 평소보다 길었다. 검찰독재 종식을 바라는 시민들을 힘들게 했던 2월 여론조사의 실체를 분석하려다 보니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고 말았다. 오늘은 데이터 없이, 너무 길지 않게, 오랜만에 복고풍 문장으로 쓴다. 주제는 ‘2월 여론조사 광풍이 소멸한 후의 총선 기상도 변화’다. 선거 흐름을 분석하고 결과를 예측하려면 정역학(靜力學, statics)이 아닌 동역학(dynamics)을 써야 한다. 날씨 예보를 하는데 정역학인 건축학은 쓸모가 없다. 유체역학과 기상학이 필요하다. 총선 시기에는 후보 수천 명과 정당 수십 개가 동시에 움직인다. 수백만 시민이 정당의 후보 결정에 참여하고 수천만 유권자가 투표소에 가서 후보와 정당을 선택한다. 수천 개의 신문과 방송이 후보와 정당의 말과 행동을 보도한다. 정치 정보와 선거 정보를 퍼뜨리는 개인 미디어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 오프라인의 생활공간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격렬한 논쟁과 감정적 공방이 벌어지며, 대중의 생각과 마음을 움직이는 선거 정보는 인터넷을 타고 빛의 속도로 퍼져나간다. 이 모든 것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경쟁하는 후보들의 득표와 정당의 승패를 결정한다. 그래서 선거 비평은 언제나 어렵다. 날씨 예보가 어려운 것처럼. 우리나라 선거 기상도의 기본 구조는 장마철 기상도와 비슷해졌다. 35년 전 ‘3당합당’ 때부터다. 가끔 변화가 일어나긴 했지만 얼마 가지 못하고 원위치했다. 이번 총선 기상도 역시 마찬가지다. 성질이 크게 다른 고기압 두 개가 마주쳐 남북으로 긴 전선을 형성하고 있다. 동쪽 고기압은 국힘당, 서쪽 고기압은 민주당이다. 언론은 전선이 한강에서 대전을 거쳐 낙동강까지, 경부선 노선을 따라 남북으로 비스듬히 걸렸다고 보도한다. 그 세 곳에서 이기는 정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고 한다. 2월 중순부터 3월 첫 주까지 여론조사에 따르면 전선은 경부선 철도 노선의 서쪽에 치우쳐 있었다. 신문 방송에 자주 얼굴을 내미는 정치평론가들은 거의 만장일치로 ‘비명횡사 친명횡재’ 공천이 민주당의 결집력을 흐트러뜨리고 중도층 민심의 이반을 초래함으로써 국힘당의 압도적 우세 상황을 조성했다고 진단했다. 정말 그런가? 전혀 아니다. 2월 여론조사를 믿은 친윤언론은 두 거대 정당이 후보를 확정하기 직전, 국힘당 후보의 강세를 기대하면서 앞을 다투어 격전지 여론조사를 의뢰했다. 결과는 그들의 기대와 완전히 달랐다. 요약하면 이렇다. 국힘당 후보가 우세한 선거구는 거의 없다. ‘한강벨트’는 접전지가 아니다. 후보 개인의 득표력으로 버티는 극소수 선거구 말고는 한강 주변에 여당이 당선을 바라볼만한 데가 없다. 원래 우세한 강남‧서초‧송파구는 여론조사를 하지 않았다. 대전에서도 국힘당 후보의 강세를 확인할 수 없다. 접전지는 ‘낙동강 벨트’다. 부산과 경남의 낙동강 유역 선거구에서 양당 후보들이 초박빙 승부를 벌이고 있다. 창원·거제와 울산 등 낙동강에서 먼 선거구에서도 국힘당 후보가 민주당 후보를 제압하지 못하는 데가 많다. 현재 상황은 분명 이렇다. 남북으로 갈린 고기압전선, 전체적으로 보면, 국힘당은 수도권과 충청권에서 4년 전 총선 때만큼 고전하고 있다. ‘낙동강 벨트’에서도 그때보다 나은 성적을 얻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그렇다면 2월 여론조사의 여당 강세 현상은 도대체 무엇이었나? 국힘당 당원과 지지자들이 조직적으로 후보 경선용 여론조사 전화를 받은 탓에 생긴 착시현상이었다. 그것 말고는 국힘당 지지율이 1주일 간격으로 15퍼센트씩 널뛴 현상을 설명할 방법이 없다. 국힘당의 총선 전망은 2월에도 어두웠고 지금도 똑같이 어둡다. 작년 10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후 지금까지 민심은 달라진 적이 없다. 지난 번 칼럼에서 소개한 MBC의 패널여론조사 결과가 유력한 증거다. 갤럽과 리얼미터 등의 일반 여론조사의 지지율 수치는 민심 변화와 무관하게 오르내렸다. 무엇이 총선 기상도 전선의 위치를 결정하는가? 여러 요인이 있지만 압도적인 변수는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국민의 압도적 과반수가 좋지 않게 평가한다. 2022년 여름부터 지금까지 언제나 그랬다. 2월 여론조사 광풍이 불었을 때도 긍정 평가 비율은 40퍼센트에 겨우 턱걸이했다. 4년 전을 돌아보라. 총선 직전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50퍼센트가 넘었다. 민주당의 21대 총선 압승은 그것 하나로 대부분 설명할 수 있다. 지금도 같은 요인이 작용한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이 낮을수록 총선의 전선은 동쪽으로 이동한다. 민주당의 영토는 넓어지고 국힘당의 세력은 줄어든다. 국힘당이 한강벨트와 대전에서 열세에 빠지고 낙동강 벨트에서 민주당을 압도하지 못하는 것은 전적으로 대통령과 대통령을 맹종하는 한동훈 비대위원장 책임이다.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도는 왜 이리 낮은가? 길게 말할 필요는 없다. 무엇보다 경제가 엉망이다. 성장률과 국민소득부터 물가, 금리, 주가, 무역수지, 환율까지 멀쩡한 데가 없다. 부동산 가격 하락도 미국이 주도한 고금리 정책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윤석열 정부는 집값을 올리려고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았지만 큰 효과 없었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