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이 외치는 자유민주주의는 가짜다(2)
그런데 만일 누군가가 유럽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것과 같은 말을 했다면 유럽인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아마 그들은 “왜 그런 당연한 말을 하냐?”고 물으면서 의아해 할 것이다. 상식이 있는 외국인들은, 어떤 한국인이 “한국은 특수 상황이므로 사상의 자유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면 그를 파시스트로 여길 것이다. 사상의 자유란 특수한 사정이 있다고 해서 금지해도 괜찮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례는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이 보편적 기준, 국제적 기준과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는 상식적인 말을 했다가 공산주의자로 몰렸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야말로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자이다. 한국은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자유민주주의자를 찾아보기가 힘든 기형적인 반민주 국가이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에서는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며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극우사대주의 세력이 자유민주주의자를 참칭하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겠다고 설쳐대는 반면 노무현 전 대통령 같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자가 공산주의자로 매도당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이들은 모든 사상을 다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단지 한두 개만 금지하는 것뿐인데 그것이 그렇게 큰 문제가 되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그럴까? 단 하나의 사상이라도 금지하는 사회는 필연적으로 파쇼화되며 마녀사냥이 횡행하는 중세기적 야만국가로 전락한다. 단 한 개일지라도, 어떤 사상이 금지되면 해당 사회의 지배층은 제거하고 싶은 사람을 손쉽게 제거할 수 있는 절대무기를 손에 쥐게 된다. 그의 이마에 금지된 사상을 신봉하고 있다는 낙인만 찍으면 만사형통이기 때문이다. 중세 시대의 지배층은 기독교적 세계관이나 교리에 반하는 이단을 금지했다. 그렇다면 과연 당시의 지배층이 이단만 처벌했을까? 그들은 지배층에게 위협이 되거나 반대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부유한 과부의 재산을 강탈하기 위해 숱한 사람들을 이단이나 마녀로 몰아 박해하고 처형했다. 사회주의 사상을 금지했던 히틀러는 과연 사회주의자만 공격했을까? 그는 자기에게 위협이 되거나 반대하는 모든 사람을 사회주의자로 낙인찍어 제거했으며 유대인을 학살하기 위해 유대인까지 사회주의자로 몰았다. 사회주의자의 한국적 표현인 빨갱이를 금지했던 이승만은 과연 빨갱이만 공격했을까? 그는 제거하고 싶은 모든 사람한테 빨갱이 낙인을 찍었으며 무고한 양민들까지도 빨갱이로 몰아 대량 학살했다. 시대에 따라, 사회에 따라 낙인의 이름은 달라졌지만 그 밑바탕에 있는 것은 동일하다. 단 한 가지일지라도 금지된 사상이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떤 사회에 금지된 사상이 단 하나라도 있으면 그 사회는 필연적으로 파쇼화 되거나 중세기적 야만국가로 전락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상의 자유를 부정하는 것의 이면에 있는 심리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과는 공존하지 않겠다 혹은 그를 제거하거나 죽이겠다는 배타성이다. 반면 사상의 자유를 긍정하고 지지하는 것의 이면에 있는 심리는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과도 공존하겠다는 포용성, 개방성이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 내가 싫어하는 사상을 가진 사람일지라도 그 역시 인간이다. 따라서 그를 인간으로서의 존엄성과 권리를 가진 인간이고 공동체 속에서 더불어 같이 살아가야 할 이웃으로 대하면서 대화하고 공존하려고 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누군가가 빨갱이나 종북으로 낙인찍히면 그는 단번에 인간이 아닌 존재, 죽여도 괜찮은 존재로 간주되면서 공존을 거부당한다. 만일 “이슬람 사람은 절대 안 돼, 제거해야 돼.” “유대인은 절대 안 돼, 제거해야 돼”라는 말이 끔찍하게 들린다면 “빨갱이나 종북은 절대 안 돼, 제거해야 돼”라는 말에 대해서도 똑같은 감정을 느껴야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종교나 인종에 근거한 차별이나 박해에는 반대하지만 종북으로 표현되는 이념에 근거한 차별이나 박해에는 찬성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인들은 새로운 유형의 종교적 광신자나 인종주의자인 셈이다. 한국 사회는 사상의 자유를 부정함으로써 금지된 사상을 가진 사람을 인간이 아닌 마치 짐승과 같은 존재로 간주하고 그와의 공존을 거부하도록 강요한다. 이것은 한국 사회에 타인들, 이웃들과의 공존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을 적대시하거나 배타시하게 만드는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 사회의 진정한 민주화는 국가보안법 같은 반민주적인 악법이 철폐되고 “한국에서도 공산당이 허용될 때라야 비로소 완전한 민주주의가 될 수 있다”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에 절대다수가 고개를 끄덕이게 될 때라야 정상적 궤도에 올라설 수 있다. 그때가 되면 한국 사회를 병들게 만든 주범인 지긋지긋한 색깔론도 사라질 것이고, 색깔론으로 70여 년 넘게 한국 사회를 지배해왔던 극우 사대주의 세력도 역사의 뒤안길로 퇴장하게 될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