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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야권 압승은 극우세력에 대한 사형선고(2)

지역적으로 볼 때 이번 총선은 개혁 진영이 수도권과 충청권을 넘어서서 부울경 지역으로까지 동진하고 있음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비록 민주당은 부산에서 1석밖에 얻지 못했지만 박빙의 승부를 펼친 곳이 많았고, 지는 경우에도 득표율 차이가 10% 내외로 그 격차가 크지 않았다. 역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획득한 부산의 득표율은 지속적으로 높아졌고 이번 총선에서는 45% 선에 도달했다. 대구에서도 민주당의 득표율이 유의미하게 높아졌다. 이러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므로 다음번 전국 선거에서는 부산의 개혁 진영 득표율이 50%를 넘어서게 될 것이란 희망을 갖게 한다. 개혁 진영의 동진은 부울경을 최후의 발판으로 삼고 있는 극우사대주의 세력에게 치명적이다.
세대를 기준으로 보더라도 이번 총선은 개혁 진영이 지속적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확인시켜준다. 일반적으로 젊은 세대는 개혁적인 반면 중장년, 특히 50대인 장년 세대 위로는 보수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쉽게 말하자면 사람들은 젊을 때는 개혁적일지라도 50대가 넘으면 보수화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에는 이런 보편적 법칙에서 예외인 특이한 세대가 있다. 바로 586세대다. 나는 트라우마 한국사회라는 저서에서 586세대를 민주화세대로 지칭하면서 이 세대는 나이가 들더라도 쉽게 보수화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즉 민주화세대는 적절한 자극과 방향 제시만 있다면 50대를 넘어서더라도 개혁 성향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한국갤럽 조사는 이런 예측이 옳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으로부터 12년 전인 2012년의 한국갤럽 조사에서 50대의 정당 지지율은 새누리당 43%, 민주통합당 22%, 통합진보당 2%였다. 그러나 2024년의 조사에서는 민주당 37%, 국민의힘 30%, 조국혁신당 16%였다. 5053%가 야당을 지지한 반면 30%만 국민의힘을 지지한 것이다. 이러한 극적인 변화를 두고 시사인(2024.04.08.)당시(2012)만 해도 보수정당의 든든한 기반이었던 50대 유권자들이 이제는 야당의 우군으로 작동하고 있다. 한국 정치가 나이를 먹어도 보수화되지 않는낯선 유권자 그룹을 마주한 것이다라고 평했다.
지난 대선에서 다수의 이대남들이 윤석열 후보를 지지하자 한국의 젊은 세대가 보수화되고 있다며 걱정하는 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한국의 청년 세대는 보수화된 세대가 아니라 합리적인 정치 성향 - 주로 개인주의에 기초하고는 있지만 - 을 가지고 있는 세대이다. 즉 그들은 맹목적인 보수와는 거리가 멀고 자기의 이익을 중심으로 정치적 선택을 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청년 세대는 민주당이 개혁을 추진하면 지지를 보내지만 그렇지 않으면 보수를 선택하거나 아예 정치에 무관심해지는 것이다.
여러 자료에 의하면 이번 총선에서 20대 여성들은 범야권에 몰표를 줬다. 20대 남성들의 경우에도 범야권 지지율은 47.7%였지만 여권 지지율은 약 30%에 머물렀다. 이것은 극단적 페미니즘에 대한 젊은 남성들의 반감을 악용한 이준석의 분투에도 불구하고 20대 남성들을 국민의힘 고정 지지층으로 간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총선에서 개혁 진영은 젊은 세대부터 50대까지의 넓은 범위로 확장되면서 마의 50% 벽을 돌파했다. 개혁 진영은 현재의 50대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차 60대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이는 어떠한 것으로도 되돌리기 어려운 도도한 흐름이다. 앞으로 한국에서 극우세력이 살아남을 방법은 별로 없다. 머지않은 미래에 국민들은 극우사대주의 세력이 역사의 무대 뒤로 영원히 퇴장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압승한 범야권이 윤석열 정권의 조기 종식을 위해 맹렬하게 싸우고 과감하게 개혁을 추진한다면 개혁 진영은 급속하게 확장되고 극우사대주의 세력은 매장될 것이다. 그러나 범야권이 윤석열 정권에 맞서 싸우지 못하거나 개혁에 소극적이라면 국민들은 정치적 무관심이나 정치 혐오에 빠져들거나 반대로 민주당을 응징할 것이다. 한국의 정치 지형이 개혁 진영에게 유리한 쪽으로 변한다고 해서 개혁 진영이 앞으로도 선거마다 압승할 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권의 지지부진한 개혁이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은 개혁을 배반한 정치 세력을 지지하지 않는 것에 그치지 않고 강하게 응징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은 국민이 준 이 기회가 갖는 무게를 절감해야 한다. 국민들은 윤석열 정권과 협치하라고 범야권에게 표를 몰아준 것이 아니다. 나라를 망국의 위기에서 구원하고 벼랑 끝에 선 민생 문제를 해결하며 사회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라며 표를 준 것이다. 만일 이 기회를 또 놓쳐버린다면 민주당은 국민에게 버림받게 될 것이고 극우세력이 극적으로 부활하여 한국은 자민당이 장기집권하고 있는 일본처럼 될지도 모른다. 범야권은 비상한 투지와 각오로 윤석열 정권을 조기 종식시키기 위해, 한국 사회를 과감하게 개혁하기 위해 싸워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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