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은 말로 흥하고, 말로 망한다. 국민은 말 한마디로 정치가의 자질과 능력을 곧바로 판단한다. 정치가에게 말은 가장 빠르게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수단이자, 한순간의 실수로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는 ‘양날의 검’이다. 사실 유권자는 정치인 개인이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들이 제시하는 정책과 공약, 연설 등 정치인의 말을 통해 평가할 뿐이다. 그래서 누구보다 정치인들은 말조심을 해야 한다. 요즘 한국의 정치언어는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폭력적이며 혐오스럽다. 금도(襟度)를 벗어날 때도 많다. 정치발전을 위해 여야는 할 말과 안할 말을 구분해서 해야 한다. 정치권에서는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것이 ‘실언’이다. 선을 넘어도 한참 넘은 패륜적 ‘막말’ 행렬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4·10 총선 무대에서 여·야 국회의원 후보들은 말 때문에 곤혹을 치렀다. 더불어민주당 양문석 후보와 김준혁 후보는 수년 전에 한 막말과 부적절한 언행으로 선거 당일까지 사퇴 압박을 거세게 받았다. ‘북한군의 5·18 개입설’을 퍼뜨린 국민의힘 도태우 전 후보, ‘목발 경품’ 발언을 한 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 ‘난교’ 옹호 글을 쓴 무소속 장예찬 후보의 공천이 취소된 것도 각각의 부적절한 발언 때문이었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듯이 말에도 언격(言格)이 있다.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치인은 언격이 높아야 한다. 정치인이 하는 말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를 나타내기 때문이다. 정치인이 자기 언어로 표현하는 것은 곧 자기 정체성이 된다. 정치가는 자신의 생각을 자신만의 방식과 언어로 표현해 자기만의 정치색깔을 드러낼 수 있다. 우리나라 직업별 신뢰도 조사에서 ‘정치인’이 가장 믿지 못할 직업 1위를 차지했다. 정부기관 7곳에 대한 국민 신뢰도 조사에서 ‘국회’는 꼴찌를 차지했다. 이제 정치인들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국민에게 믿음을 얻지 못하면 정치는 설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정책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허사가 된다. 그래서 ‘신뢰’가 정치의 최고 덕목이다. 그렇다면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 정치인은 어떻게 ‘언격(言格)’을 높여야 할까? 먼저 언어 순화부터 해야 한다. 부적절한 발언을 하려는 그릇된 사고와 마음가짐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자신의 말 중에 비속어나 욕설, 모욕, 막말, 거짓말 등 저속한 표현을 했는가, 상대의 말을 정확히 듣고 말하였는가, 실현가능성이 있는 말을 했는가, 상황에 맞는 어휘를 사용했는가, 정확하고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말했는가, 진심을 담아 정직하게 말 했는가 등을 자문자답하면서 계속 성찰하고 지속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그리고 자기수양을 통해 관대함과 포용성을 길러야 한다. 공자는 말하기를 “자신을 엄하게 책망하고 남의 잘못을 크게 들추지 않으면 원망이 멀어질 것이다”고 했다. 그러나 ‘내로남불’이라는 말처럼, 자신에게는 관대하면서 남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정치인들이 많다. 상대당 의원들을 악마화하는 이분법적 사고로 편을 가르는 혐오와 분노의 정치가 일상화되어 있다. 이제 자기수양을 통해 관대함과 포용성을 길러 ‘공존의 정치’를 해야 한다. 다른 당을 존중하고, 대화와 타협, 협상이라는 평화적 방식으로 정치 갈등을 조정하고 해결해야 한다. 정치인은 국민의 대표이자 공동체의 봉사자다. 우리는 정치인의 언격이 곧 국격(國格)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가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위상을 결정한다. 말의 중요성은 예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특히 정치인이 말을 잘해야 하는 이유는 정치는 말로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언어 품격을 버리고 어떻게 해서든 표만 챙기려고 하면 민주주의가 바로 설 수 없다. 언어 속에는 그 사람의 인격과 품격이 담겨 있다. 좋은 언격을 갖춘 정치인은 공동체에 향기를 전하지만 천박한 언격으로 시민을 대하면 주변에 악취를 풍긴다. 국민에게 봉사를 하겠다고 나선 모든 정치인들은 자신의 주변을 돌아 보아야 한다. 자신의 언어와 행실이 시민들에게 어떻게 투영되고 있는지를 부단히 살펴 바라잡지 않으면 사회에서 금방 도태된다. 많이 배우고 못 배우고, 재산이 많고 적고, 인물이 잘 낫고 못 낫고의 문제가 아니다. 품격의 문제다. 큰 정치를 하든 적은 정치를 하든 대중 앞에 나선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해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제발 22대 국회를 비롯한 모든 정치 현장에서 언격이 천박한 정치인을 더 이상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야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가 밝아지면서 건강해질 수 있다. 민주주의 가치를 수호하며 높은 언격을 갖춘 정치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