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권 2년, 벌거벗은 권력의 초상(2)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와 최강욱 전 의원 등의 증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이 되는 과정에서 거짓말로 문재인 대통령실을 속였고, 검찰총장 재직시에는 온갖 불법과 부정행위를 저질렀다. 후보 시절에는, 국민 모두가 목격했듯, 허풍과 선동과 거짓 약속으로 일관했다. 대선 과정에서 이준석과 국민의힘이 열심히 뛰었다고는 하지만 사실 윤석열의 특수부 검사 시절부터 그의 곁을 지키며 특급 참모로 견마지로를 다 한 것은 한동훈이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야말로 개고기를 양고기로 속여 판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에게 개고기를 공급한 정육업자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취임하자마자 나이 오십도 안 된 한동훈을 법무장관으로 임명하고 그에게 모든 권력을 집중시켰다. 그것은 은혜를 갚는 수준이 아니라 검찰권력을 국정의 최상위에 포진시켜 공직사회를 완전 장악하고 삼권분립을 무력화할 정도의 독재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의지의 발로였다. 동시에 누가 봐도 한동훈 법무장관은 윤 정권의 황태자, 즉 차기 계승자로 여겨졌다. 과연 한동훈 법무장관은 특히 고위 공직자 인사검증 과정에서 어이없는 실수를 거듭했고, 국회 대정부질의 자리에서도 자질 부족과 인성의 미숙함을 드러냈으나 보수언론의 엄호 속에 가장 유력한 보수진영 차기 대권주자로 무럭무럭 성장했다. 그러나 총선 국면에서 윤 대통령(부부)과 한 전 비대위원장의 밀월관계는 끝장이 난 것 같다. 윤 대통령은 한 위원장이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자신의 속마음까지 헤아려가며 자신의 뜻대로 움직여 줄 것을 기대했겠지만 원래 권력이란 부자지간에도 나누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윤 대통령(부부)이 무한 권력욕이 있다면 한 위원장이라고 그런 권력욕이 없겠는가. 아마도 공천과정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틀어진 듯, 충청남도 서천의 화재 현장에서 ‘카노사의 굴욕’에 방불한 굴욕 장면을 연출했음에도 두 사람 사이에는 이미 건너지 못할 깊은 골이 파인 것 같다. 옛말에 “열흘 이상 피는 꽃 없고, 10년 이상 가는 권력 없다”는 말이 있다. 권력은 한때 너무 왕성해서 영원히 갈 것 같지만 그 내재적 모순으로 인해 붕괴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권력이 강하면 강할수록 반작용은 더욱 강해져서 그 수명이 짧아지기 마련이며 대개 그 망하는 단초는 권력 내부의 분열이다. 윤 대통령과 한 전 위원장이 아무리 갈등을 연출해도 두 사람, 그리고 두 사람이 가진 권력은 공동운명체임을 부정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의 권력이 끝나면 한 위원장의 권력도 끝나는 것이지, 다시 시작될 가능성이 전무하다는 얘기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은 절대 권력자의 임기가 정해져 있지 않았던 왕조시대에 나온 말이지, 지금 대한민국 대통령 임기는 5년이다. 권력을 향유하기에 5년이란 시간은 얼마나 짧은 기간인가. 윤 대통령 자신이 후보 시절 “임기 5년짜리 대통령이 뭐가 대단하다고 너무 겁이 없다”고 말한 바도 있다. 게다가 레임덕이 들이닥치면 권력은 5년도 못 간다. 그런데 누가 봐도 지금 윤 정권은 레임덕 상황에 들어갔다. 적어도 5년을 보장받은 권력이 고작 2년 만에 허덕이고 있는 것이다. 4.10 총선의 결과다 4.10 총선은 윤 정권을 레임덕 상태로 만들었지만 동시에 윤 정권에 제대로 임기를 마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기도 하다. 총선 참패를 과감한 국정 전환의 계기로 삼는다면 그럴 것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영수회담 모두발언에서 잘 요약했듯이 권력의 사유화, 삼권분립·법치주의 무시, 굴욕외교를 멈추고 야당과 협치하며 경제를 살리고 민생을 돌보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협치와 소통의 시늉만 내면서 민정수석실 부활 등 여전히 권력 강화에만 힘을 쏟으며 또다시 채 해병 특검에 대한 거부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민심을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쓰나미를 막을 둑을 쌓는 것으로 착각하겠지만 파도 한 번에 휩쓸려갈 모래성에 불과하다. 지난 2년 동안 우리가 겪은 온갖 환란은, 굳이 자질 미달의 인물을 골라 대통령으로 뽑은 국민의 업보다. 나는 ‘2찍’이 아닌데 왜 이런 고난을 함께 겪어야 하느냐고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민주주의란 원래부터 다수결로 결정하고 그 결정에 공동책임을 져야 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다만 누구에게나 피선거권을 보장하고 누구에게나 보통선거권을 보장하는 선거제도에 원천적으로 내장된 허점이 2년 전 드러난 것일 뿐이다. 또한 민주주의는 언론의 자유를 근간으로 유지되는 제도임에도, 대형 언론사들이 언론자유를 독점한 채 왜곡보도 편파보도 혐오보도를 일삼는 행태에 속수무책 당할 수 밖에 없는 우리 사회 전체의 실패인 것이다. 다행히 우리 국민은 이번 총선에서 2년 전과 확연히 다른 선택을 했다. 옛말에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띠우기도 하지만 배를 뒤집어엎기도 한다’고 했듯, 윤석열 배를 띄웠던 민심이 이제 그 배를 뒤집어 엎을 태세가 돼 있음을 명백히 드러낸 것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