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부세 폐지 논의, '부동산 아편'의 음습한 모습(2)
젠트리피케이션은 부동산 가격 상승에 따라 수익을 내지 못하는 가게들이 쫓겨나면서 지역 전체가 쇠락하는 현상을 말한다. 경제학에서 지대로 불리는 높은 집세와 건물 임대료 때문에 소비자의 소비는 줄고 기업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가 되었다. 부동산 가격의 하방 경직성 때문에 지대가 떨어지지 않는데, 한국처럼 정부가 나서서 부동산 경기 부양을 하게 되면 더욱 기대하기 어렵다. 비싼 임대료는 고정비용이 되어 투자 수익률을 낮춘다. 당연히 모험적인 투자를 줄인다. 스타트업이나 중소기업은 마땅한 사무실이나 공장을 구하기 어렵다. 투자와 고용의 기회가 줄다보니 자본과 인재가 떠나기 쉽다. 경제 전체에서 부동산 거품으로 인한 지대의 상승이라는 국가 젠트리피케이션이 오래전부터 진행되어 온 한국 경제는 회복이 불가능한 지경에 이르렀다. 곧 닥쳐올 장기 경기 침체와 자본 도피, 인재 도피를 걱정해야 할 시점에 도달했다. 모두 부동산 거품 때문이다. 관료들과 사이비 전문가들이 아무리 옹호해도 한국의 부동산에는 잔뜩 거품이 끼어있다. 평생소득으로 구입할 수 없는 주택가격은 정상 가격이 아니다. 평생소득으로 갚을 수 없는 대출은 약탈적 대출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맞추지 못하니 40년 짜리 대출이나 이런저런 명목의 특례 대출을 만들어낸 후 이를 정상 대출이라고 용인하는 정부에서 부동산 거품을 잡을 리 없다. 여전히 집 사라고 권하고 PF대출 부실이 드러날까봐 규제를 완화하는 정부는 자신의 임기 중에 사고가 나지 않기만을 바라며 사태를 키우는 정책을 펴고 있는 셈이다. 약탈적 대출이 없다면 부동산 거품은 크게 커지지 못한다.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 위기가 오는 이유는 금융 때문이다. 감당할 수 없는 대출로 인해 연체율이 높아지고 부동산 PF대출로 인한 파국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가 부양책을 통해 거품을 더 조장할 수 있지만, 결국 자산보유자들의 지대가 커지면 임대료와 대출이자를 감당할 수 없어 경제는 무너지게 되어 있다. 나날이 출산율 기록을 깨고 있는 경제에서 부동산 거품을 무한정 유지할 수는 없다. 한국 경제 앞날에는 일본을 따라 잃어버릴 시기가 몇십 년이 될지의 여부만 남아 있을 뿐이다. 경제 위기의 목전에 있는 한국 경제에서 종부세 폐지 논의가 슬그머니 머리를 내미는 것은 아편보다 더 무서운 부동산 거품의 음습한 모습에 다름 아니다. 선거 기간 중에 지역 주민들로부터 종부세를 없애달라는 요청을 수없이 들은 부자 동네 국회의원이 종부세 완화론을 주장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해할 만하다. 그렇지만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싶었다면 종부세와 함께 부동산 거품 해소 방안도 주장했어야 했다. 그렇지 않다면 부동산 카르텔의 일원임을 드러낸 것에 지나지 않는다. 종부세가 성역이 아니라는 주장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보유세를 높여 비생산적인 부동산 지대를 낮춰 혁신적인 투자를 촉진하는 것은 경제를 살리는 기본 원칙이다. 원래 부동산 거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임대주택의 공급과 약탈적 대출의 규제가 더 중요하다. 보유세는 점진적으로 강화하되 부동산 폭등기에는 오히려 장기 보유자의 부담을 줄여주는 보완책은 필요하다. 금융을 풀어주고 임대주택 공급은 주저하면서 종부세만 강화하면 부동산 거품은 거품대로 커지면서 저항만 키우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지금이라도 장기 보유자의 부담을 줄이면서, 보유세율을 점진적으로 높이는 대안은 도입할 만하다. 민주당 정부의 부동산 정책 역시 성역이 될 수 없다. 정책 실패의 핵심은 부동산 정책에 금융정책이 수반되지 않았다는 것이고, 임대주택 공급이 부족해서 시간이 지나도 공급 부족론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종부세의 재원으로 임대주택을 공급하지 않은 것은 큰 실책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이 여전히 금융정책이나 임대주택 공급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서민들의 주택 불안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경제 위기를 맞고 난 이후에나 정책을 수정할 것인지 안타깝기만 하다. 그래도 민주당 정부에서는 거품을 억제하기 위해서 노력이라도 했다면, 아예 부동산 거품을 더 조장하려는 듯 종부세를 없애자는 지금의 정부, 여당은 반드시 기억해 두었다가 심판해야 한다. 한국 경제에서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경제 위기를 맞게 되는 것은 이제 불가피하다. 현재의 국제적인 경제 환경에서 과다한 기업과 가계의 부채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은 찾기 힘들다. 시간문제일 뿐 한국 경제는 무너질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얼마나 오래 일본과 같은 장기침체를 겪어야 하는 지가 관건일 뿐이다. 곧 들이닥칠 위기를 보지 못하고 오히려 나라를 망치는 정책을 펼치는 정부, 그를 옹호하는 언론을 보면 눈앞이 캄캄하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