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는 먹이를 먹을 때마다 눈물을 흘린다고 한다. ‘악어의 눈물’이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악어는 먹잇감을 잡아먹으면서도 그나마 애도의 눈물은 흘린다’고 착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실체는 다르다. 악어가 먹이를 먹으려면 물 밖으로 나올 수밖에 없다. 이 때 눈이 건조해지기 때문에 자신의 눈알이 상하지 않도록 자동으로 눈물이 흐르는 것이다. 결국 악어의 눈물은 자기 눈알을 보호하려고 흘리는 ‘지극히 이기적인 눈물’인 것이다. 악어에게 눈물이란 ‘애도는 개나 줘버리라’는 눈물인 셈이다. 김건희 여사 석사 논문을 자그마치 28개월 째 검증하고 있는 숙명여대의 총장 장윤금 씨가 지난 5일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총장 연임에 도전한 장 총장이 후보자 정책토론회에서 답변하면서다. “(검증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한 것도 매우 안타깝게 생각을 합니다.” 당시 토론회 사회자는 총장 후보 3명에게 “김건희 여사의 석사 논문 심사(검증)가 (28개월이나) 연기되어 숙명여대의 명예가 실추되고 우리 대학이 ‘표절 맛집’이라는 조롱거리가 되고 있다. 논문 심사를 안 하는 건지, 못하는 건지 왜 미루는지 그 이유에 대해 납득할 만한 답변을 달라”는 질문을 던졌는데, 이에 대한 답인 것이다. 이날 답변에서 장 총장은 “구체적인 진행 과정은 여기서 말씀드리기 참 어렵다”면서 “고의로 검증을 지연시켰다고 하는 것은 지금 그 (윤리위) 위원 분들에게 굉장히 모욕적인 이야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위에서 밝힌 “(지연 이유가) 안타깝다”는 말을 두 차례 했다. 장 총장의 말에서 두 가지 의문이 생긴다. 첫째는 “검증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가 안타깝다”고 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둘째는 장 총장이 “정말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먼저, 검증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 생각해 보자. 사실 김 여사의 58쪽짜리 석사 논문을 검증하는 것은 대학교수들에겐 누워서 식은 죽 먹기다. 전국사학민주화교수노조의 한 핵심 인사는 나에게 “김건희 석사 논문은 넉넉잡고 이틀이면 검증이 가능하다”고 잘라 말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김 여사의 국민대 박사학위 논문에 대한 국민 검증에도 참여했던 인사다. 2022년 8월, 숙대 교수들과 민주동문회는 김 여사 논문 자체 검증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이 때 표절률이 48.1%~54.9%가 나왔다. 학계에서 표절률이 15% 이상만 되어도 제대로 된 논문으로 간주하지 않는 관행으로 봤을 때 이것은 ‘표절 빼박’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이 검증에 참여했던 교수 가운데 한 명이 숙대 신동순 교수(중어중문학부)다. 나는 신 교수를 지난해 6월 2일에 직접 만나 인터뷰를 한 바 있다. 당시 신 교수는 다음처럼 말했다. "교수 여럿이 나흘 간 검증했다. 이 논문은 몇 건의 학위논문과 몇 권의 책에서 그 내용을 뭉텅이로 갖고 온 것이기 때문에 그랬다. 중복된 곳을 색연필로 표시하니 논문이 온통 벌겋더라. 완전 표절이었다. 정말 황당했다.“ 문제는 숙대의 태도다. 이 논문이 김 여사 것이 아닌 다른 사람 것이었다면, 어떤 태도를 취했을까? 사립대의 논문 검증 기간은 평균 5개월 정도다. 이보다 5배 이상 시간을 끌며 전전긍긍하는 모습 자체가 지성의 전당이라는 대학이 대학이기를 포기한 비겁한 행위가 아닌가. 그럼 검증 발표가 지연되고 있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내가 취재한 바로는 그 28개월의 시간 동안 수많은 윤리위원들이 바뀌었다. 윤리위원장도 바뀐 정황이 있다. ‘김건희 논문’ 폭탄을 피해 도망치기 바빠 이런 형국이 벌어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한 ‘폭탄 감추기’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유영주 숙대 민주동문회장은 “최근 장윤금 총장이 총장 선거에서 내세운 공약을 보면 ‘정부 지원을 유치하겠다’는 내용이 많은데,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될까봐 검증 결과를 발표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장 총장은 공약집에 “그동안 정부지원사업 1400억, 역대 최대수주를 했다”면서 “정부지원사업의 안정적 확보로 재정확충을 구현하겠다. 선도적 사업 제안을 통해 정부재원을 적극 확보할 것”이라고 적어놓았다. 어디 이 뿐이겠는가? ‘표절 확정’ 검증 결과를 덜컥 발표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지도 모를 검경의 후폭풍도 두려웠을 것이다. ‘압색 정권’, ‘입틀막 정권’에 떨고 있는 곳이 어디 한두 곳인가. 그렇다면 장 총장은 검증이 지연되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정말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을까? 이 말을 믿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다. 유영주 민주동문회장은 “총장이라는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정말 안타까웠다면 사태가 이렇게 될 때까지 총장으로서 가만히 있었겠느냐”면서 “‘안타깝다’는 말이야말로 유체이탈 화법의 정점”이라고 꼬집었다. 어가 아무리 눈물을 많이 흘려도 그건 지극히 이기적인 조건반사 반응일 뿐이다. 숙대 교수와 학생, 동문들이 ‘악어의 눈물’에 속지 말길 바란다. 지금 상태에서 그나마 ‘김건희 논문 검증 발표’를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은 숙대 총장이 바뀌거나 대통령이 바뀌는 것뿐일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