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관계가 좋았던 적이 없지만,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군비경쟁의 단계를 넘어 군사충돌 전 단계까지 와있다. 만약 어느 한 쪽의 오판으로 우발적 군사충돌이 발생할 경우 남북의 ‘강 대 강’ 태도로 인해 국지전으로 발전될 위험성이 높을 뿐만 아니라, 전면전으로 확전될 위험성마저 있다. 남북한의 전면전은 중국이나 미·일이 참전하는 국제전으로 비화할 수 있고, 자칫 핵무기가 동원된 핵전쟁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한반도 긴장의 직접 원인은 탈북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다. 이에 따른 북한당국의 대남 오물풍선 살포와 윤석열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 그런데도 윤석열 정부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워 탈북자단체의 무분별한 대북 전단 살포를 방치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대북전단금지법」의 ‘3년 이하 징역, 3000만 원 이하 벌금’ 규정이 “표현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이유로 위헌 판결한 것이 그 명분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는 헌재 판결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헌재가 지적하고 있는 것은 법을 동원해 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게 과도하다는 지적이지 접경지역 주민의 안전보장을 위협하는 전단 살포를 방관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무엇보다 ‘2024년 세계언론자유지수’ 순위에서 지난 정부보다 15등급 낮은 62위를 기록한 윤석열 정부가 ‘표현의 자유’ 운운하는 것이야말로 가소로운 짓이다. 지난 2일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북한의 대남 오물풍선과 GPS 교란에 대해 ‘감내하기 어려운 조치들에 착수하게 됐다’며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할 뜻을 밝혔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실제로 북한에게 감내할 수 없는 조치가 될지도 의문이지만, 그보다 북한의 대남 풍선에 담긴 오물 때문에 우리가 더 감내하기 어렵게 된 것이 현실이다. 북한의 대남 보복조치에 따른 군사적 긴장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북한이 내려보낸 오물풍선은 여러 가지로 우리 시민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북한이 내려보낸 풍선에는 담배꽁초, 폐지, 천 조각, 비닐이 발견됐다. 이를 내세워 군과 경찰은 용산 대통령실의 눈치를 보며 “지금까지는 심각한 국민 위협이 없다”면서 손을 놓고 있다. 만약 북한이 대남 풍선에 화생방 오염물질을 실어 내려보내거나, 특히 풍선 외에도 우리 군이 번번이 놓쳤던 대형 무인기까지 동원해 수도권 2000만 시민들의 식수원인 팔당댐을 비롯해 남한강 일대에 고농축 화생방물질을 투척할 경우엔 지금보다 수십, 수백 배의 피해와 혼란이 예상된다. 북한군이 대북 풍선에 사격을 가하고 화생방 오염물질을 내려보낼 사태가 발생해야 군과 경찰이 대응에 나서겠다는 것인가? 지금 남북 간의 군사적 긴장은 2015년 남북 간 군사충돌 때보다 상황이 더 나쁘다. 당시 남북한 군대 사이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둘러싸고 포격이 오갔다. 그 뒤 김정은 위원장이 준군사상태를 선포하고 48시간 내에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을 개시하겠다고 최후통첩을 보내왔다. 우리 군은 대응포격 직후 6군단에 ‘진돗개 하나’를 발령하고 박근혜 대통령도 ‘선조치, 후보고’ 지시를 재확인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워치콘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상향 조정했다. 당시 미국은 유엔사-북한군 실무회의를 제안하고, 진행 중이던 한미 군사연습을 일시 중단해 즉각 응징보다는 휴전선의 안정과 확전 방지에 초점을 두면서 한국 정부에게 자제를 강력권고(urge)하였다. 중국도 ‘건설적 역할을 하겠다’며 중재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이 거부했다. 그러자 8월 21~22일 중국군 장갑차들을 대거 북중 국경지대로 보내 북한군의 대남 군사행동을 견제했다. 결국 중국의 군사압박과 미국의 설득을 남북한이 받아들여 고위급 접촉이 열리게 되어 ‘8.25합의’가 나올 수 있었다. 당시와 달리 북한은 2017년 11월 ‘국가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한 이후 핵무기를 ‘질량적으로’ 늘려가고 있으며, 2022년 9월 「핵무력정책법」을 제정해 핵무기 사용의 조건들을 명시해 놓고 있다. 2017년 8월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표하며 대북 군사행동 가능성을 내비치자, 북한은 되레 중거리탄도미사일로 괌도 주변을 포위사격 하겠다며 맞불을 놓은 바 있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이나 미국의 무력시위를 통한 강압외교가 더 이상 통하기 어렵게 된 것이다. 지금 더 심각한 문제는 남북 간의 우발적 충돌을 막을 제동장치가 없다는 점이다. 윤석열 정부가 남북기본합의서를 계승한 「4.27 판문점 선언」을 무력화한 데 이어, 「9.19 남북군사합의」마저 효력을 전면 중지시켰기 때문이다. 윤 정부가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들어 먼저 군사합의의 일부 효력정지를 발표하자, 북한 국방성은 자기들도 ‘합의’에 구애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마침내 6월 4일 윤석열 정부는 군사합의의 전면 효력정지를 결의했다. 이제 남북관계를 규정하고 있는 법규범은 남북한이 회원국으로 있는 ‘유엔헌장’과 한국전쟁에 따른 미국(유엔사), 중국, 북한이 서명한 ‘정전협정’뿐이다.<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