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1일은 한국 정치사에서 기억될 만한 날이 될 것이다. 작년 7월에 사망한 채수근 상병 사망 관련 수사 외압에 관한 특검법을 위한 청문회가 열린 날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입법 청문회 이상으로, 그간 (군)검찰이나 경찰이 밝히지 못한 사태의 진실을 드러내는 공개적 과정이란 점에서 특별했다. 동시에 그 청문회는 그간 대통령이나 여당인 ‘국민의힘’이 펴온 정치와 행정 방식에 대한 작은 심판의 의미까지 있었다. 나아가 6월 25일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정청래 위원장이 ‘채 상병 특검법’과 ‘방송 4법’을 본회의로 넘기는 등 입법 강행군을 하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코미디 같은 설전도 일었다. 민주당 정 위원장이 거듭 발목을 잡는 국힘당 유상범 의원에게 “국회법 공부 좀 하고 오라”고 쏘아붙이자 유 의원이 “공부는 내가 좀 더 잘했지 않겠어요?”라 맞섰다! 점수와 등수만 강조하는 한국 교육의 치부가 국회에서 폭로된 꼴이다! 그러나 국민(시민, 민초)들은 이런 태도를 그냥 넘기지 않는다. 일례로, 청문회 전후의 여론 변화(‘여론조사꽃’ 참조)가 이를 입증한다. 우선,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25.2%임에 비해 부정적 평가는 73.2%로 나왔다. 2017년 3월, 박근혜 탄핵 직전의 여론조사에서 탄핵 찬성이 77%, 반대가 18%였던 것에 비견할 만한 수준이다. 이 정도면 ‘국민의힘’이라는 거대 정당을 배경으로 탄생한 윤석열 정권이 거의 ‘바닥을 치는’ 상태다. 같은 조사에서 나온 정당들에 대한 지지도 역시 이를 재확인한다. 전화면접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가 38.9%이고 조국혁신당이 12.4%를 얻은 반면, 여당인 국민의힘은 28.5%에 그쳤다. 이른바 ‘콘크리트층’을 제외하면 지지자들이 거의 없다는 얘기! ARS(자동응답) 조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민주당 40.7%, 조국혁신당 14.5%에 비해 국민의힘은 32.2%의 지지율을 나타냈기 때문! 그 며칠 전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한국의 대다수 언론이 ‘검찰의 애완견’ 역할을 하고 있다며 맹렬한 비판을 한 바 있다. 이에 찬반이 엇갈렸다. ‘여론조사꽃’의 결과에선, 이재명 대표의 비판에 동의하는 입장이 58.1%,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 38.5%로, 공감자가 훨씬 더 많았다. 1970~80년대 군사독재 정권 아래 상당수 대학생들과 지식인들은 “검찰/경찰은 권력의 시녀”라 비판했다. 물론,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등) 민주당 권력 시기엔 대체로 예외였다. 따라서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검찰/경찰은 비(非)민주 권력의 시녀”란 별칭이 옳겠다. 그런데, 이제는 검찰/경찰을 넘어 언론 역시 “비(非)민주 권력의 시녀” 역할을 한다. 크게 보면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지만, 그래도 갈수록 더 그렇다. 그것은 유시민 작가의 말대로, 오늘날 대다수 언론은 ‘아예 처음부터’ 자본과 권력을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지고 운영되기 때문이다. 이른바 ‘진실 추구 언론’이 거의 없다는 것이 서글픈 현실이다. 여하간 이런 언론 현실의 배경 아래 나온, 이재명 대표의 “검찰의 애완견” 발언이 60% 가까운 국민들의 공감을 얻고 있는 점은 그나마 다행이다. 물론, 대놓고 자본과 권력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 아래서도 진실 추구와 사회 정의에 관심이 있는 기자들이 있을 수 있다. 반대로, 민주와 진보의 가치를 추구하며 만들어진 언론 안에도 돈과 권력 앞에 무릎을 꿇는 나약한 기자들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전반적 분위기 차원에서 보면, 현재의 대다수 주류 언론이 ‘검찰의 애완견’ 또는 ‘비민주 권력의 시녀’ 노릇을 하는 경향성을 부정하긴 어렵다. 이것이 국민의 시선이다. 바로 이 부분에서 나는 ‘국민의힘’이란 정당 명칭이 과연 정당한지 의심한다. ‘나는 의심한다, 고로 존재한다.’ 여기서 나의 의심은 법적 타당성이나 제도적 정합성을 묻는 게 아니다. 그저 평범한 국민의 일인으로서 나는, 과연 ‘국민의힘’이란 정당이 과연 국민에게 힘이 되는지, 또는 국민의 힘에 근거해 움직이는지를 의심하는 것이다. 즉, 나의 의심은 사회적 정당성을 향한다! 만일 ‘국민의힘’이 진실로 국민들의 힘에 근거해서 탄생했고 국민들에게 힘이 되는 존재로 유지되고자 한다면 다음 세 차원의 조건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정직과 신뢰다.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및 수사 외압 사건을 예로 들자면, 한마디로, 최고 책임자들이 솔직하게 책임을 통감하고 사퇴 또는 처벌을 감수했다면 사태가 이렇게나 커지진 않았을 것이다. 거짓은 거짓을 낳는다. 그 거짓을 은폐하고 조작하려는 몸짓은 금세 들통 난다. 스마트폰이 일상화한 시대에 ‘절대 비밀’이란 것은 없다. 오히려, “절대 비밀로 하자”는 말조차 녹음되고 녹취되며 공유된다. 지워도 지워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행위를 ‘국민의힘’과 대통령, 사령관과 사단장, 그 주변 참모들이 애써 하려 하니, 화가 치밀다가도 이제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앞 여론조사에서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에 대한 불신이 가시기는커녕 오히려 높아지는 까닭이다. 따라서 현재로선 “특검과 탄핵이 답”이란 말이 가장 설득력이 높다.<계속>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