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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진정 국민의 힘이 되려면(3)

현존하는 한 퍼스트 네이션의 추장 로잔느 카시미르는 우리가 아는 한, 이들 215명은 정식 기록되지 않은 사망자들로, 그 중엔 세 살짜리 아이도 있었다며 개탄했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자 로마의 프란치스코 교황도 슬픔고통을 느낀다며 즉각 입장문을 냈고, 1년여 뒤(20227)엔 직접 캐나다 현장(앨버타 주의 선주민 거주지인 마스콰시)도 방문했다. 그러나 그는 가톨릭교회가 운영한 학교에서 그런 비극이 일어났음을 인정은 했지만, 인디언 선주민 공동체 앞에 깊고 진지한 사과는 하지 않아 비판과 냉소를 사기도 했다. 온타리오 주의 보수 정당인 신민주당 의원이자 선주민 후손인 쏠 마마크와도 진중한 사과가 빠진 교황의 말을 듣고 고개를 저을 수밖에 없었다했다.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215명의 선주민 유골이 발견된 직후인 20216월 초, 온타리오 주 토론토 시내의 라이어슨 대학교(1948, 라이어슨 공대 RIT로 출발)에서 학생 시위대가 일어났다. 이들은 이 대학의 정신적 지주인 이거튼 라이어슨(Egerton Ryerson) 동상을 교정에서 끌어내려 내동댕이쳤다. 많은 교수들도 입장을 같이 했다. 그것은 이거튼 라이어슨(1803~1882)19세기 감리교 목사이자 교육자로서 일찍이 캐나다 공립학교 시스템, 특히 인디언 기숙학교를 설계한 자였기 때문!
그래서 캠룹스 215명 유골 발견 직후부터 라이어슨 대학생들과 인디언 학교 생존자들, 그리고 상당수 교수들이 연대 행동에 나섰다. 이들은 라이어슨 동상을 해체했을 뿐 아니라 동상의 머리를 인디언 희생자들에 대한 속죄의 의미로 온타리오 호수에 담궈 씻은 다음 다시 꺼내 랜드백(Land Back) 운동-2010년경 아메리카와 호주 등지에서 시작된 선주민 주도의 탈식민화 운동- 측에 넘겼다. 이들은 이런 행위가 단순히 시위대의 분노나 공격성의 표현이 아니라 수많은 희생자들을 진정으로 애도하고 추모하는 진지한 의례라 했다. 그리고 이를 실천하기 위해 더 이상 라이어슨이 들어간 대학 명칭이나 이메일을 쓰지 않기로 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캐나다 연방 정부(수상 트뤼도)와 라이어슨 대학 당국의 태도다. 이들은 캠룹스 인디언 기숙학교에서의 비극을 솔직히 인정하고 사죄하며, 로마 교황청 역시 희생자들과 생존자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대학 당국(총장 모하멧 라체미)도 설립자의 동상을 끌어내려 부관참시한 학생들을 처벌하거나 격노하기는커녕 대규모 시위와 동상 해체 과정에서 아무도 다치지 않아 다행이라며 우리는 그 동상을 복구하거나 대체하지 않을 것이며, 특별위원회에서 대화와 토론, 의견 교환을 통해 (215명 선주민 희생자에 대한 슬픔과 애도를 넘어) 미래지향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 했다. 그리고 약 1년 간 토론과 자문을 거쳐 20224월 말부터 더 이상 설립자 이름을 공식적으로 쓰지 않기로 하고, 기존 라이어슨 대학교를 토론토 메트로폴리탄 대학교(TMU)’라 개명했다. 그리고 대다수 캐나다 언론들은 보수-진보, -, -우를 막론, 이 모든 과정을 있는 그대로 보도했다. 참된 국민의 힘은 참된 언론의 힘과 서로 맞물리는 법!
그 이후 캐나다 연방은 물론 각 주에서는 새로운 시민권 선서를 채택하고, 기존의 조약과 합의를 넘어 선주민들에 대한 진심어린 인정과 존중의 태도를 강화한다. 일례로, 토론토 시는 (한국의 국기에 대한 맹세대신에) 공식적으로 다음과 같은 영토 인정 선서를 한다. “토론토 시는 우리가 OO, OO, OO족과 같은 수많은 선주민들이 살아온 전통적인 영토 위에 존재함을 엄숙히 인정합니다.” 선주민을 포함, 캐나다 영토에 사는 모든 사람들은 큰 공동체의 일원으로 평등하게 공존함을 선언하는 셈이다.
바로 이런 모습들이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국민, 시민, 민중, 민초의 힘을 제대로 존중하는 모습이다.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국민의 힘을 믿지 않고 오히려 국민의 힘을 자기들만의 권력과 돈놀이에 오남용하는 이들은 더 이상 국민의힘이란 정당 명칭을 써서는 안 된다. 더구나 한 사람의 격노 때문에그리고 그로 인한 외압으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채수근 상병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은폐할 뿐 아니라 스스로 공범 내지 죄인이 되는 비극을 반복해선 안 된다. 캐나다 선주민 후손 쏠 마마크와 의원의 말대로, “진지한 사죄가 있어야 진실과 화해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세상 일이 아무리 복잡하고 골치 아파도, ‘정직이 최선의 방책임을 기억할 일이다. 특검과 탄핵을 거쳐야 비로소 사회적 진실이 드러난다면, 그런 사회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우리는 가야 한다. 승리가 보장되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옳기 때문에! 미국 극작가 이브 엔슬러의 매미라는 시에서 쏘지도 물지도 못하는 매미들에게 유일한 방어책은 수백만 마리가 일제히 함께 날아오르는 것이라 한 것처럼!<>
 
 
본 칼럼은 시민언론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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