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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형 모듈원자로 개발사업, 누구를 위한 것인가

대구시는 최근 군위에 4조 원을 투입하여 소형 모듈원자로를 설치한다고 발표했다. 소형 모듈원자로는 300MW 이하의 소형 원자로를 반복 제작이 용이하도록 모듈화하여 설계, 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100MW 용량의 모듈형 소형 원자로를 10개 설치한 원전은 1000MW의 용량이 된다. 소형이 아름다운 것처럼 강조하지만 소형 원자로가 여러 개 설치되므로 발전소는 소형 원전으로 볼 수 없다. 경북 군위에 짓겠다고 한 소형 모듈원전은 170MW의 소형 원자로 4개를 설치하므로 680MW로 월성원전과 맞먹는 크기다. 원자로를 굳이 작게 여러 개로 만들어 원전에 복잡하게 설치하려고 하는 것을 보면 실소를 금할 수가 없다. 원전은 크고 단순할수록 경제적이다. 그럼에도 사전 검증도 거치지 않은 것을 지원금만 바라보고 무모하게 유치하겠다는 것은 용서될 수 없는 무지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없다.
왜 굳이 소형으로 여러 개를 제작하는가. 소형 원자로는 사고가 나도 배출되는 방사능이 기존 원전보다 훨씬 작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00MW 소형 원자로에 사고가 나면 1000MW 표준형 원전의 1/10 수준으로 배출될 것이다. 그렇다면 훨씬 안전하다. 또한 자체적인 대류열전달 현상을 이용하면 외부에서 전기를 공급해야 하는 펌프 없이도 충분히 핵연료를 냉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피동형 냉각 개념이다.
하지만 이 문제는 여러 개 원자로가 한 원전에 밀집되어 있어서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같은 다수기 문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이미 현실로 나타난 사고인데, 소형 원자로가 밀집되어 설치되면 사고시 모든 핵물질이 환경에 노출된다고 가정해야 한다(미국 연방법 10CFR100.11). 이 경우 부지 제한구역은 170MW로 정하는 것이 아니고 680MW로 정해야 한다. 사고가 나도 적게 배출된다는 소형 원자로의 장점은 사라진다. 작을수록 경제성과 거리가 멀기는 하지만, 수요가 많아서 이를 반복 제작하면 경제성을 맞출 수 있다, 모듈화로 여러 개를 제작하면 학습효과로 인해 경제성이 올라간다. 문제는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개수이다. 독일의 한 연구기관의 평가는 3000개를 반복 제작해야 학습효과를 통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수요는 현실적으로 도달하기 어렵기 때문에 대형 원전 수준의 경제성 확보는 이론으로도 불가능하다.
하지만 장밋빛 수요 전망을 여러 기관이 경쟁적으로 내놓는다. 올해 내놓은 한국원자력학회의 기술보고서에 나온 전망을 보면 2022년부터 매년 7조 원 규모에서 2032년까지 연간 10조 원 규모로 시장이 형성될 것이라 한다. 그동안 이러저러한 기관이나 언론 등에서 400조 원이니 600조 원이니 어마어마한 규모의 세계시장 전망을 내놓은 것에 비해 보수적이기는 하지만 이미 20022~2024년 시장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드러난 마당에 그 어떤 전망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국내에서 개발을 추진한 것은 199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국내 원자로 개발의 주체였던 원자력연구원(원연)은 사업 이관의 진통을 겪었다. 관련 기술인력과 자료가 모두 한전 자회사인 한국전력기술()과 한전연료() 등으로 약 600명이 이관되었다. 이를 조건으로 1996625245차 원자력위원회를 열고 원자력 사업 추진체제 조정방안으로 원전 발전량 당 1.2원의 원자력연구개발기금 신설을 심의, 의결한 바 있다. 현재 이 예산은 매년 2천억 원에 달한다.
당시 원연은 원자로 개발 등 한전 관련 사업은 더는 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그야말로 안정적인 연구기금을 확보하여, 간섭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하고 싶은 연구를 하겠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민감한 연구였다. , 재처리기술인 파이로프로세싱과 소듐고속로, 그리고 핵잠용 소형 원자로였다. 러시아 핵잠 기술을 가지고 확장을 시도한 것이 SMART 원자로이며 2013년 원안위로부터 표준설계인가를 받았지만 상용화에는 실패하였다. 소형 모듈원자로를 개발하면 검증을 어디서 할 것인가도 문제다. 인구밀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말할 것도 없지만,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원자로를 자국에 설치하고 싶은 나라는 세상에 없다. 대부분 제3세계 국가가 대상이지만 핵 비확산에 가입해야 한다. 특수목적이 아닌 안전성과 경제성만으로 보면 구입할 이유가 없다. 그러므로 국내에서 이 사업을 추진하려면 감상적 애국주의에 호소하면서, 안전하고 경제성이 좋기 때문에 수백 조 시장이 기다리고 있다는, 10년 전과 똑같은 과잉 홍보 외에는 방법이 없다. 예산 탕진하고 그때 가서 아무것도 안되면 고급 핵기술인력이라도 확보했다고 변명하고 넘어가면 될 일인가.
그러기에는 연구사업 규모가 비효율적으로 너무 방만하다. 또한 핵관련 사업에 과다하게 치중하면 다른 분야 연구가 취약해진다. 2023년 기준 정부 출연 연구원에 투자하는 연구비는 원자력연구원과 핵융합연구원에 9103억 원(정규직 2144)인데 비해 재생에너지를 연구하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은 2500억 원(정규직 567)으로 1/4 수준이다. 과다하게 왜곡되고 편중된 예산은 바로잡아야 한다.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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