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주장이나 코레일의 임대료 산정 방법을 일일이 분석 비평하지는 않겠다. 경제학을 몰라도 상식만 있다면 누구나 이 문제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다. 그래도 굳이 경제학 이론이나 지식을 동원한다면, 대학 교양 과정에서 배우는 경제학개론 정도로 충분하다. 경제학보다는 성심당 대전역사점의 연혁을 아는 게 이 문제를 이해하는 데 더 요긴하다. 몇 가지 중요한 사실만 소개하겠다. 1. 2012년 염홍철 대전시장은 대전역 탑승구 근처에 지역 대표 브랜드가 있어야 한다며 성심당과 코레일을 설득했다. 성심당은 적절한 수준의 정액 임대료를 내는 조건으로 역사 1층에 작은 매장을 냈다. 2. 2015년 대전역사 2층 푸드 코트가 영업 부진으로 문을 닫으면서 임대계약을 중도 해지했다. 2층은 유동인구가 적어서 식당 영업이 어려웠다. 공개경쟁 입찰을 실시했지만 참가한 업체가 없었다. 코레일은 2016년 연간 임대료 2억 2000만 원의 자산임대 방식으로 비어 있던 2층 매장을 성심당에 내주었다. 3. 2019년 코레일유통과 성심당은 월세를 다섯 배 넘는 1억 원으로 올리는 조건으로 임대계약을 5년 연장했다. 4. 2024년 4월 코레일은 임대료를 매출액에 연동하는 방식으로는 새로운 입점업체를 찾을 수 없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 매출액의 17퍼센트를 최소 임대료로 책정한 경쟁입찰을 실시했다.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첫째, 임대료가 터무니없다. 매출액의 17~49.9퍼센트를 가져간다니, 코레일의 행태는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의 악덕지주나 다를 바 없다. 처음에는 오보가 아닌지 의심했다. 전국의 기차역사 입점업체는 식당, 카페, 옷가게 등이 많다. 영업이익이 아니라 매출의 17-49.9퍼센트를 건물주가 가져간다니,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다 있는가. 홈쇼핑이나 백화점이 그런 식으로 제조업자를 뜯어먹는다는 말을 들었지만 공기업이 영세 자영업자를 그런 방식으로 착취하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다. 이것은 성심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기차역사 입점업체 모두의 문제다. 둘째, 대전역사 매장 덕에 누가 덕을 보았는가. 성심당인가 코레일인가? 코레일이 성심당 매출 증가에 기여한 바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매장이 기차역에 있어서 매출이 올랐다고? 그렇다면 푸드 코트는 왜 망했는가? 대전역사 2층은 입점업체가 큰 손실을 보면서 임대계약을 중도 해지할 정도로 장사가 되지 않았다. 그 공간이 유리해서 성심당이 성공한 게 아니다. 영업에 불리한데도 성심당이라서 번창한 것이다. 그 덕에 대전역사 유동인구가 늘었고 평균 체류시간이 길어졌다. 다른 입점업체의 매출이 늘었고 코레일의 임대료 수입도 증가했다. 성심당이 그 대가로 받은 건 없었다. 이런 것을 경제학에서는 ‘외부효과’라고 한다. 코레일과 성심당을 비난한 국회의원이 들먹였던 ‘시장의 실패’ 현상이다. 성심당이 일으킨 외부효과는 다른 입점업체와 코레일에 이익을 안겼다. 대전역사가 개인소유 건물이고 내가 건물주라면 성심당 매장의 임대료를 아예 받지 않을 것이다. 성심당은 부당한 특혜를 누리지 않았다. 코레일은 부당한 손실을 입지 않았다. 만약 성심당이 대전역사에서 나간다면 코레일은 외부효과를 누릴 수 없게 될 것이다. 사라지는 것은 2층 성심당 매장 월세 1억 원만이 아니다. 다른 입점업체의 매출 연동 임대료 수입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내가 성심당 경영자라면 어떻게 할까? 현행 월세 1억 원을 유지한다면 대전역사점을 그대로 두겠다. 영업이 잘 되고, 상징성도 있고, 대전역사의 다른 입점업체와 코레일에도 도움이 된다. 굳이 철수할 이유는 없다. 그러나 월세를 매출의 17퍼센트로 올려야 한다면 미련 없이 철수하겠다. 대전역에서 걸어서 5분 안에 갈 수 있는 상업지구 빌딩의 평당 매매가격이 6000만 원 수준이라는데, 평당 월세 485만 원을 내면서 대전역사에 머무를 이유는 없다. 마음만 먹으면 1년치 월세로 백 평짜리 1층 매장을 구입할 수 있다. 3년치 임대료면 대전역 사거리의 소규모 빌딩을 살 수 있다. 적당한 매물이 나오면 은행 대출을 끼고 당장 매입하겠다. 성심당 대전역사 매장은 ‘좋은 외부효과’를 창출한다. 이론적으로는 ‘시장의 실패’지만 정부가 개입할 필요는 없다. 코레일의 임대료 정책은 시장원리에 어긋나는 착취 제도다. 아무리 문제가 많다 해도 시장원리가 봉건적 소작제도보다는 낫다. 코레일은 매출 연동 임대료 산정방식 같은 불합리한 제도를 버리고 전국 역사의 모든 매장을 경쟁 입찰에 부치는 게 맞다. 대전역사 2층의 성심당 매장도 마찬가지다. 둘 이상의 응찰자가 있으면 높은 액수를 쓴 업체에 주라. 응찰자가 하나뿐이라면 협상해서 임대 계약을 하든지 그냥 비워 두라. 그게 상식과 세상 이치에 맞는 것 아니겠는가.<끝>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