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술은 형성과정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사회에 대한 윤리나 도덕 같은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돈 많이 벌어서 떵떵거리며 사는 게 장땡이다. 이 주술의 핵심 가치는 ‘자유’인 바 자유의 다양한 측면은 다 무시하고 오로지 ‘돈 버는 자유’만을 추구한다. 그 결과 부자는 많아졌지만 세상 인심은 그만큼 고약해졌다. 돌이켜보면 경제성장 주술의 창안자들은 기실 기독교를 주술화하여 중세 암흑기를 이끈 사람들의 후예이다. 그들은 주술화된 종교에서 배운 것을 돈 버는 일에 적용하여 대성공을 거둔다. 오늘날의 한국 교회는 이 두 가지가 결합되어 기괴한 형태를 보이고 있다. 한국의 샤머니즘도 마찬가지다. 오랜 세월 국가 이데올로기였던 불교와 유교의 탄압 아래 먹고 살기 위해 저잣거리에서 얄팍한 주술로 사람들의 주머니를 노리다가 지금은 아예 종교나 철학의 면모를 잃어버리고 주술로만 인식되고 있다. 대통령 부부가 빠져있는 것도 이 계열의 주술로 보인다. 게다가 우리와는 풍토가 다른 일본 신도(神道) 전통에서 만들어진 주술을 들여와 일인들이 주장하는 ‘내선일체’에 앞장서고 있다. 나는 언젠가 페이스북에서 친일파 문제를 거론하며 “일인들이 우리를 동등한 시민으로 인식하고 대우해 준다면 굳이 내선일체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썼더니 한 젊은이가 “일본인의 상식을 믿으시고 지금부터라도 마음 놓고 친일하세요”라고 댓글을 단 일이 있었다. 이 정도로 일본이 우리 안에 깊이 들어와 있었나? 놀라면서 대통령의 일본 주술이 결코 예외적 일이 아님을 인정해야 했다. 주술이라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기만 하다면 구태여 이런 글을 쓸 필요가 없다. 개인적 차원의 주술은 잘못되더라도 피해가 개인과 그 주변에 한정되지만, 더 큰 범위에 적용되는 주술은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특히나 경제성장 같은 주술은 비록 행위는 개인적일지라도 그 후과는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되기 때문에 더더욱 깊이 생각해야 한다. 몇십 년 전만 해도 지구촌 대부분 나라는 어떻게 빨리 경제성장을 해야 할 것인지가 가장 큰 과제였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성장의 결과로 나타난 기후위기를 어떻게 극복할지가 가장 큰 관심사가 되었다. 사실 경제성장을 그만두면 기후가 좋아진다는 것을 코로나 사태를 통해 확인한 바 있지만, 이미 주술에 푹 빠져버린 사람들은 경제성장을 하면서도 기후위기를 극복할 방도가 없을까 하고 잔머리를 굴리고 있다. 문제를 일으킨 원인을 제거하려 하지 않고 결과만 제거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것을 실현하려면 그야말로 초자연적 힘이 필요하다. 주술에 빠져 이런 결과를 맞이했는데 이를 극복하려고 또 다른 주술을 도입한다? 주술의 악순환에 빠진 이들이 결국 당도하는 곳은 패가망신이나 국가 부도이다. 역사적으로 수많은 사례가 있다. 이스터섬의 비극이나 나우루 공화국의 몰락이 좋은 예이다. 주술에서 깨어나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쉽지 않다. 쉽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거의 불가능하게 보일 정도이다. 사람들은 경제성장을 그만두면 굶어 죽거나 혹은 이웃 나라의 노예로 전락할 것으로 예측한다. 이것은 어찌 보면 중독 치료와 비슷한 측면이 있다. 알코올 중독자가 술을 끊으면 금단현상으로 인해 당장에라도 죽을 것 같은 기분에 휩싸인다. 그러나 이 기간을 어떻게 해서라도 견뎌내면 알코올 없이도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긴다. 경제성장도 마찬가지다. 경제성장을 그만두면 당장에 생활 수준이 떨어진다. 개인의 생활수준뿐 아니라 국민 세금으로 만든 모든 시설의 관리수준도 떨어진다. 사람들은 이를 두고 삼류 국가로 전락했다고 말한다.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정신은 주술에 사로잡혀 있는데 수준만 떨어지면 삼류 국가가 맞다. 그러나 정신 수준을 높이고 물질 수준을 낮추면 일류니 이류니 하는 구분을 뛰어넘는 새로운 차원의 사회가 나타난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찌 보면 이중의 주술에 걸려있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더 모를 것이다. 믿기지 않겠지만, 우리 모두가 주술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래야 대통령 부부에게 주술에서 깨어나시오! 하고 호통칠 수 있다. 사실 대통령이 빠져 있는 주술은 심각하기 이를 데 없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냉각수를 바다로 방류할 때 일본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면서까지 지지한 것은 그가 빠져 있는 이중의 주술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주술행위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나 동아시아 역사에서 일본의 경제성장이 의미하는 바에 대해 아무런 인식이 없는 듯 보인다. 일본은 장기 침체에 빠진 자국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후쿠시마 사고 여파로 중단된 원전을 소리소문 없이 재가동하고 있다. 냉각수 방류는 그를 위한 일차 장애물을 제거하는 일이다. 경제성장 신화를 쓴 일본 극우 세력과 정서적으로 동질감을 느끼는 윤석열이 일본식 주술에 빠져 일본의 성장이 곧 한국의 성장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국가적으로 큰 불행이 아닐 수 없다. 탄핵도 좋지만 지금은 주술을 깨는 일이 더 급하다. 윤석열을 끌어내린다고 해서 파괴적인 주술행위가 중단되지는 않기 때문이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