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 해병 사건, 밝히려는 자와 덮으려는 자(2)
공익 제보자가 이종호 대표가 연루된 의혹에 대해 제보하였는데, 담당 검사를 배정한 자, 제보를 받은 자가 과거 이종호 대표의 변호사였다는 점이 우연의 일치라면 누가 그 말을 믿을까? 공수처는 A 검사가 사전에 제보 내용을 몰랐고, 조사를 하다가 그 내용을 알게 되어 회피한 것이라고 말한다. 이 해명도 믿기 어렵다. 공익 제보를 신청한 시기는 지난 7월 1일, jtbc가 ’멋쟁해병‘으로 알려진 카톡방 대화방을 공개한 지 엿새나 지난 시점이다. jtbc 보도가 있던 그날 필자는 아침에 MBC 유튜브에 출연하여 “곧 공익 제보가 있을 것이며, 이 제보는 채 해병 사건의 성격을 바꿀 중요한 내용”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공익 제보자 공수처 진술은 카톡방 보도 이후 아흐레가 지난 4일에야 이루어졌다. 모든 언론이 이종호 대표가 참여한 카톡방 대화와 관련된 내용이 공수처에 제보되는지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던 시점이었다. 사건의 당사자도 아닌 필자가 공중파 방송에서도 말한 내용을 공수처만 몰라서 이종호 대표의 전 변호인에게 제보 사건을 배당했다는 걸 믿으라는 건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여 용기를 낸 제보자가 심한 모욕감을 느끼는 게 당연하다. 그 제보자는 채 해병 사건 진상규명을 위해 자신의 모든 걸 던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종호 씨의 해명은 더 이상하다. 당시 채 해병 변호인들은 어렵게 이루어진 공익 제보가 이상한 방향으로 전개되자 몇 개의 녹취 파일을 언론에 공개하였다. 여기서 임성근 사단장을 구명하기 위해 “VIP에 풀어놓았다” 등 VIP를 언급하는 대목이 몇 차례 등장하는데 이 대표는 “VIP는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이라고 주장하며 김건희 여사와의 연결을 차단하려 했다. 이 어설픈 해명이 의혹을 더 확산시키자 다시 이종호 대표는 “VIP는 김건희 여사”라고 시인하면서도 자신이 말한 내용은 대부분 “허풍이었다”고 더 이상한 해명을 내놓았다. 수시로 말을 바꾸는 이종호 대표가 과시욕으로 가득 찬 허풍쟁이, 거짓말쟁이로 자신을 격하시키는 전략을 구사하자 상당수의 언론은 이에 말려드는 양상이다. 필자가 보기에 이종호 씨는 작년과 올해에 이르기까지 논리가 일관되고 정보가 정확하며 똑똑하기까지 하다. 단지 돈을 좀 밝힌다고나 할까, 악의적 거짓말을 입에 달고 다닐 만큼 인간성이 나쁜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종호 씨는 도이치 주가조작을 수사했던 C 검사와 아직도 친분을 유지하는 정황이 보이는 대목도 녹취록에 있다. 그 검사는 최근 민주당의 탄핵 대상 검사 명단에도 있다. 이종호 씨는 이번 주로 예정된 국회 청문회와 공수처 수사에서 드러날 여러 정황, 정권의 입장에서는 절대 드러나서는 안 될 진실을 미리 희석하기 위해 자신을 폄하하는 것은 아닌가. 이종호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당시, 권오수 회장과 김건희 여사 모녀는 일찍 도이치 주식을 팔아치워 수익을 거둔 반면에 자신은 끝까지 그 주식을 보유하여 오히려 손해를 본 인물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자신은 돈도 잃고 사법적 책임까지 진 반면에 주식 팔고 일찍 빠져나간 김 여사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리가 없다. 이 대표가 작년에 출소 이후에 김건희 여사로부터 어떤 보상적 관계를 제안받았는지, 그로 인해 아직 이 권력을 배경으로 또 다른 사업을 계획하는 것은 아닌지를 규명하는 것이야말로 합리적 의심을 푸는 유일한 길이다. 이 모든 진상을 규명하는 돌파구는 의외로 다른 곳에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최근 박정훈 대령의 항명 여부를 다루는 군사법원은 임성근 전 사단장,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김동혁 국방부 검찰단장, 김형래 대통령실 해병대 대령 등 4명의 통신기록 조회 요청을 받아들였다. 임 전 사단장은 국민적 의혹이 이토록 고조된 상황에서도 공수처가 압수한 자신의 핸드폰 비밀번호를 숨김으로써 공수처의 수사를 방해하였고 김동혁 검찰단장은 아예 작년의 휴대폰을 폐기하고 일명 깡통폰을 공수처에 제출한 인물이다. 이들이 무엇을 그토록 숨기려 했는지는 앞으로 일주일 안에 새로운 통신기록을 통해 일각의 진실을 드러내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오는 19일의 국회 탄핵청문회는 이런 사실을 바탕으로 새로운 차원의 진실 공방으로 이어지게 되는데, 이는 윤석열 정부의 존망에 최대 분수령이 될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 정권의 최고 통치권자는 여사라며 당나라의 ‘측천무후(則天武后)에 비유하지만 이는 잘못되었다. 측천무후는 중국 역사상 유일하게 황제로 등극하여 나라를 다스린 통치자다. 막후에서 국정을 주무르는 존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반면 우리 여사의 경우는 국정의 막후에 존재하는 비공식 권력이면서도 모든 문제의 시작과 끝을 결정한다. 여당 전당대회와 채 해병 사건에 이르기까지 이미 세간의 정서는 ’모든 의혹은 여사로 통한다‘는데 모아지고 있다. 진실의 길은 느리지만 우리를 배신하지 않는다.<끝>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