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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을 왜?(1)

국힘당 전당대회가 임박했다. 당원 모바일 투표는 끝났고 ARS 투표와 국민여론조사를 하는 중이다. 그간의 여론조사 흐름으로는 한동훈 당선이 유력하다. 후보와 지지자들이 막판에 말과 몸으로 벌인 난투극이 당원 여론에 큰 영향을 주지 않았다면 결과가 그렇게 나올 것이다. 국힘당 당원과 지지층은 압도적으로 한동훈을 선호한다. 그가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를 하지 못한다 해도 2위 후보가 크게 뒤지면 결선투표에서 역전하기 어렵다. 지난번 전당대회에서 대통령이 원한다는 이유로 지지율이 바닥에 있었던 김기현을 대표로 뽑았던 국힘당 당원들이 이번에는 왜 대통령 부부와 불화를 빚고 있는 한동훈을 지지할까? 직접적인 데이터가 없으니 관련 데이터를 참고해 추측해 본다.
지난주 어떤 여론조사에서 국힘당 지지율이 40퍼센트를 넘겼다. 하지만 그 데이터가 민심을 정확하게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국힘당 지지율은 22대 총선의 국힘당 위성정당 득표율과 비슷한 35퍼센트 수준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다. 최근의 지지율 상승은 총선 후보 적합도 조사와 여론조사 경선을 했던 지난 2월 중순부터 한 달 동안 일어났던 통계적 교란 현상과 비슷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 국힘당 지지자들이 여론조사 전화를 적극 받아서 데이터가 그렇게 나왔다는 말이다. 믿지 못하겠다면 여론조사 세부 데이터를 확인해 보라. 대통령과 여당 지지율이 모두 상승했지만 중도층 또는 무당층의 평가는 총선 전보다 더 나빠졌다. 모든 여론조사 회사의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국정수행 지지율은 총선 전보다 5퍼센트 포인트 정도 하락했다. 국힘당 지지율이 오를 이유가 없다.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민심은 싸늘하다. 국힘당은 고립되었다. 당원과 지지자들은 불안감을 느낀다. ‘좌빨 민주당’, 엠비씨를 비롯한 좌파 언론’, 김어준 같은 좌파 유투버때문에 나라가 망할지 모른다고 믿는다. 대한민국을 구하려면 이재명을 감옥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선일보>를 위시한 소위 레거시 미디어와 극우 유튜버들이 퍼뜨리고 부추긴 신념이다. 이재명 대표의 목을 칼로 찌른 테러범은 그런 신문과 유튜브 방송을 보며 소일하던 사람이었다. 기자들은 칼날이 몇 밀리미터만 더 들어갔으면 경동맥이 잘려 목숨을 잃었을 테러 피해자 이재명이 의료 헬기를 탔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총알이 귓바퀴를 스친 정도의 부상을 입은 트럼프가 의료 헬기를 탄 것은 한 마디도 비판하지 않았다. ‘신이 트럼프를 구했다1면 머릿기사 제목으로 축복했다.
국힘당 지지자들은 극단적 신념을 나누면서 결속해 있다. 그것 말고는 차기 대선후보 여론조사와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한동훈을 압도적으로 지지하는 현상을 해석할 길이 없다. 윤석열·김건희 부부가 한동훈 당대표를 원하지 않는다고 해도 상관하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것은 하나의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국힘당 지지율이 민주당을 앞섰던 지난 2월 언론이 한동훈 현상이라는 말을 썼다. 하지만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총선에 아무 영향을 주지 못했다. 국힘당은 무기력하게 졌고, 한동훈은 서둘러 사퇴했다. 지금은 그때가 아니다. 오늘의 한동훈은 보스의 아내와 수시로 카톡을 주고받는 부하가 아니다. 윤석열 호위무사를 자처하는 원희룡에게 배신자라고 비난받으면서 전당대회를 치렀다. 압도적으로 승리한다면 한동훈 현상이라는 말을 써도 되리라 본다.
국힘당 당원과 지지층은 왜 한동훈을 지지할까? 잘 생겨서? 이건 취향 문제니 굳이 아니라고 하지는 않겠다.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만 하자. 살아온 이력이 훌륭해서? 그건 확실히 아니다. 그렇게 말할 근거가 없다. 그렇다면 유능해서? 검사로서는 어땠는지 평가하지 않겠다. 그러나 정치인으로서는 무능했다. 실적이 없다. 법무부장관 한동훈은 이재명을 구속하지 못했다. 비대위원장 한동훈은 무기력하게 총선에 졌다. 혹시 국가 운영 비전이 탁월해서? 그 또한 아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가 국가 운영 비전을 제시한 적이 없다. 총선 때는 집권당 대표로서 이렇다 할 정책 공약을 내놓지 않았고 전당대회에서는 남다른 국힘당 위기 극복 방안이나 당 발전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와 말다툼과 입씨름을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국힘당 지지자들은 한동훈을 지지하는가? 고립된 가운데 똘똘 뭉친 그들의 신념에 부합하는 말과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민주당과 이재명을 물리적으로 제거해야 할 절대악으로 여기는 것이 국힘당 지지층의 신념이다. 극우 유튜버들이 선동했고 보수 언론이 부추겼으며 윤석열이 권력을 동원해 실행하려 했던 바로 그 신념이다. 국힘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을 혐오하고 이재명을 증오한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막지 못하고 이재명을 구속하지 못해서 대한민국이 위험에 빠졌다고 믿는다.<계속>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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