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장관 한동훈은 이재명을 구속하지 못했다. 비대위원장 한동훈은 무기력하게 총선에 졌다. 혹시 국가 운영 비전이 탁월해서? 그 또한 아니다.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그가 국가 운영 비전을 제시한 적이 없다. 총선 때는 집권당 대표로서 이렇다 할 정책 공약을 내놓지 않았고 전당대회에서는 남다른 국힘당 위기 극복 방안이나 당 발전 계획을 제시하지 않았다. 언제 어디서나 누군가와 말다툼과 입씨름을 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국힘당 지지자들은 한동훈을 지지하는가? 고립된 가운데 똘똘 뭉친 그들의 신념에 부합하는 말과 행동을 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민주당과 이재명을 물리적으로 제거해야 할 ‘절대악’으로 여기는 것이 국힘당 지지층의 신념이다. 극우 유튜버들이 선동했고 보수 언론이 부추겼으며 윤석열이 권력을 동원해 실행하려 했던 바로 그 신념이다. 국힘당 지지자들은 민주당을 혐오하고 이재명을 증오한다. 민주당의 총선 승리를 막지 못하고 이재명을 구속하지 못해서 대한민국이 위험에 빠졌다고 믿는다. 누군가 대한민국을 구해 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비록 성공하지 못했다 할지라도 한동훈은 누구보다 전투적으로 그 일을 했다고 본다. 법무부장관과 여당 비대위원장으로서 한동훈이 한 일을 돌아보라. 이재명을 비방하고 민주당을 도발한 것 말고 떠오르는 게 있는가? 내 기억에는 없다. 그들의 기억에도 그럴 것이다. 국힘당과 민주당의 당대표 선거 여론조사 데이터에는 흥미로운 점이 있다. 한동훈과 이재명은 각각 국힘당과 민주당 지지층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다. 한동훈의 지지율은 60퍼센트 넘었고 이재명은 민주당 첫 주 경선지 제주‧인천에서 평균 90퍼센트 넘는 득표를 했다. 이런 것은 흥미롭지 않다. 그러나 국힘당 지지자 중 이재명을 민주당 대표로 지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은 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 국힘당 대표로 한동훈을 지지하는 비율은 제법 높다는 사실은 흥미롭다. 민주당 지지자들 중 적으면 20퍼센트 많으면 30퍼센트 이상이 여론조사에서 한동훈을 국힘당 대표로 지지한다고 했다. 도대체 왜? 이 데이터를 두고 이렇게 해석할 멍청이는 없을 것이다. “봐라. 이재명은 확장성이 없다. 민주당 지지자만 좋아한다. 한동훈은 다르다. 확장성이 높다. 민주당 지지자들도 한동훈을 좋아한다.” 그렇지 않다. 당대표 적합도 여론조사 데이터는, 국힘당 지지자들은 이재명을 감정적으로 대하지만 민주당 지지자들은 한동훈을 전략적으로 대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국힘당 지지자는 이재명을 그저 싫어하고 미워할 뿐이다. 반면 민주당 지지자 중 상당수는 한동훈을 윤석열만큼이나 싫어하면서도 그가 여당 대표가 되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문제는 한동훈이 아니라 대통령 윤석열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들은 여당 대표 한동훈과 대통령 윤석열이 싸우면 탄핵의 길이 열릴 수도 있다고 본다. 아직 기일이 남았으니 확언하기는 어렵지만 오늘 시점에서는 한동훈이 여당 대표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가 김건희 특검법을 두고 윤석열과 대립하면서 독자노선을 걸으면 ‘한동훈 현상’은 지속될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이 권력을 동원해 반격할 경우 정치인 한동훈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의 임기 종료 시점이 임박했다. 윤석열이 새로 임명한 검찰총장이 검사들을 동원해 ‘반윤 당대표’ 한동훈을 공격할지 모른다. 야당이 추진하는 ‘한동훈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수도 있다. “너무나 많은 비밀을 공유한 윤석열과 한동훈이 서로 약점을 공격하면 공멸할 수 있다. 그걸 알면서 그럴 리 있겠는가.”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윤석열은 상식으로 재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독특한 권력자다. 한동훈은 어떤가? 그도 윤석열 못지않게 특이하다. 최소한의 상식적 판단력이 있다면 그 싸움을 피하려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정도의 판단력이 있다면 총선 때처럼 폴더 인사를 하면 안 된다는 것도, 그렇게 했다가는 윤석열과 함께 정치적으로 몰락하리라는 것도 안다. ‘국힘당 대표 한동훈’은 벗어나기 어려운 딜레마에 봉착하게 되어 있다. 그는 윤석열에게 꿇어도 안 되고 대들어도 안 된다. 나는 한동훈이 정치를 할 만한 능력을 지녔는지 아직 최종 판단하지 않았다. 그가 그 딜레마를 벗어날지, 벗어난다면 어떤 방식으로 해내는지 본 다음에 판단하려고 한다. 내 예측이 어떤지는 묻지 마시라. 나름 짐작하는 바가 있지만 말하지 않겠다. 그리 오래지 않아 답을 보게 될 것, 뭐 하러 미리 밝히겠는가. 다만, 여론조사 전화가 왔다면 한동훈이 적합한 후보라고 대답했을 것이라는 점은 말하고 싶다. 나는 정말로 그가 여당 대표가 되기를 바란다. 김어준도 그래서 한동훈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걸 가지고 좌파가 지지한다면서 한동훈을 비난하는 원희룡을 보면서 혀를 찼다. 말의 맥락을 읽지 못하면서 무슨 정치를 한단 말인가. 그저 민폐가 될 뿐인 것을.<끝>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