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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가 폭락은 ‘퍼펙트 스톰’의 전조일 뿐

검은 월요일, 주가가 폭락했다. 지난 5일 한국의 유가증권 시장 지수(KOSPI)8.77% 하락했고, 일본의 니케이225지수는 12.40% 폭락했다. 다행히 다음날부터 지수는 다소 회복되어 일본의 주가지수는 그 전주 마감일인 82일 수준에 근접했다. 반면 한국은 일본보다 덜 떨어졌지만 회복속도는 느려서 폭락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외국인의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 시장은 외국인의 편리한 현금입출기라는 세간의 평을 이번에도 확인시켜 주고 있다. 이번 주식시장의 폭락은 82일 미국 노동부가 7월 실업률이 4.3%였다는 발표로 촉발된 불황의 공포, 이른바 R의 공포가 도화선이었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5일 서비스업 구매관리자 지수가 좋게 나오자 경기침체에 대한 불안이 줄어들면서 시장이 다소 안정되었다.
일본 시장이 더 큰 영향을 받은 이유는 미국과 일본 간 금리차에 대한 기대 심리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미국은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져 정책 금리의 인하 가능성이 높아진 반면 일본은 과도한 엔화 가치 하락을 우려해 이자율을 올렸다. 장기간 초저금리가 유지되면서 일본에서 자금을 융통해서 해외에 투자하는 엔캐리 자금은 그동안 이자율 차와 함께 엔화 가치 하락에 대한 기대 때문에 막대한 규모가 일본에서 빠져 나왔다. 예상과 달리 엔화 가치가 높아질 요인이 발생하자 시장은 반대방향으로 급격하게 움직여 며칠 사이 엔화는 10% 넘게 가치가 높아졌다.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지속되는 이유는 충격의 강도가 클 뿐 아니라 오랫동안 시장에서 우려했던 퍼펙트 스톰의 가능성이 높아진 때문이다. 금년 들어 예상 외로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여러 번 경신하는 등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내면에 잠재하던 불안감이 드러난 것이다. 이미 미국이 갑작스럽게 높아진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할 때부터 세계 경제는 곧 충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었기 때문이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세계 경제는 위기를 겪었다. 1986년의 금리 인상 여파로 198710월 주가 대폭락 사건이 있었다. 1994년부터 시작된 금리 인상으로 인해 멕시코와 동남아를 거쳐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었고, 잠시 주춤했던 금리인상이 이어지면서 2000년 닷컴 버블 붕괴에 이은 증시 폭락과 불황으로 이어졌다. 2006년부터 시작한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했고, 미국이 회복되는 국면에서 남부 유럽국가들이 위기를 맞기도 했다. 대략 10년 내외로 미국에서 금리를 인상할 때마다 세계 경제는 반복적으로 충격을 받고 있다.
한편, 단기금리가 장기금리보다 높은 수익률 곡선 역전 현상이 2년째 계속되고 있는데, 미국의 불황을 예측하는 중요한 지표여서 불안감을 증폭시켜 왔다. 그동안 인공지능 분야의 투자로 인해 연착륙도 가능하리라는 전망이 있었지만, 이 분야 역시 기대만큼 수익을 내지 못한다는 현실 인식과 함께 다시 불황의 공포가 시장을 지배한 것이다. 그럼에도 주식시장이 호황을 이어온 것은 양적 완화 정책에 따른 막대한 유동성이 시중에 남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 이사회는 최고 9조 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사들였다가 점진적으로 줄여, 현재 7조 달러 수준까지 줄였다. 금융시장은 지금껏 이런 정도 규모의 양적 완화에 이은 양적 긴축을 경험한 적이 없다. 유동성 축소에 아우성치는 시장으로 인해 중앙은행은 합리적 금융정책을 펴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으며, 유동성의 마약에 취한 금융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지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세계 경제는 일촉즉발의 위기 국면에 들어갔다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이미 2년 전 미국이 금리를 올리는 순간 예견되었던 일이다. 미국이 금리를 올릴 때마다 취약한 국가, 취약한 부문이 무너진다는 것을 경험했기에 충분히 대비했어야 하지만, 한국은행과 한국 정부는 그러지 않았다. 한국 경제는 취약 요소인 부동산 거품과 높은 수준의 가계부채를 조금도 줄이지 못한 채 퍼펙트 스톰을 맞고 있는 격이다. 초유의 금융시장 불안정성을 목도하고도 합리적인 논의를 하지 않는 한국 사회와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한국 정부로 인해 한국 경제는 커다란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높다. 예고된 주식시장의 변동성 확대에도 정부는 우왕좌왕하며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사실 더 큰 문제는 주식시장이 아니라 서민 경제에 있다. 내수침체와 재정지출 축소로 충격을 받은 서민 경제는 이미 1년 전부터 퍼펙트 스톰을 겪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도 부동산 경기 부양에만 안간힘을 쓰는 정부의 모습에서 위기관리 능력을 찾기 힘들다.
필자는 이미 2년 전부터 지속적으로 경고한 바 있다. 향후 맞게 될 경제 위기는 결코 우연이 아니라 무대책과 부동산 경기 부양으로 일관한 정부에 의한 인재가 될 것이다. 길거리의 텅빈 상가들, 지갑을 닫고 있는 소비자들, 폭락과 폭등을 거듭하는 금융시장의 모습에서 퍼펙트 스톰의 전조를 보지 못하는 한국 경제의 미래는 암울하기만 하다.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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