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장관 후보, ‘이중의 미스테리’와 성찰적 대안(1)
“반노동이 뭔지 좀 묻고 싶습니다… 제가 노조 출신이고, 제 아내도 노조 출신이고, 우리 형님도 노조 출신이고…. 노동약자 보호에 중점을…, 노사정 모두 행복한 대한민국….” 7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에 의해 노동부장관 후보로 지명된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이 ‘반노동적 성향이란 비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기자들 질문에 반응한 내용이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김 후보자 지명의 근거로 “입법부, 행정부를 두루 경험한 후보자야말로 다양한 구성원들 간의 대화와 타협을 바탕으로 노동 개혁 과제를 완수할 수 있는 적임자”라 했다. 1970~80년대 박정희, 전두환 군부 정권 아래서의 노동운동, 그것도 민주노동운동은 거의 ‘간첩’ 취급을 받았다. 그러니 당시에 노조 운동을 했다는 것은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더구나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앞길이 창창한 청년이 (학력을 속이고) 노동운동에 투신한다는 것은 기득권의 과감한 포기를 넘어 자칫 (감옥은 물론) 목숨까지 걸어야 했던 엄중한 일이었다. 당시에 시대를 앞선 대학생들이 “(한자로 쓰인 근로기준법을 보며) 대학생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던 전태일 열사와 ‘친구’가 되어 스스로 노동자가 되고 노조 활동을 하고 노조 위원장까지 했던 사실 자체는 결코 감출 수도 없고 잊어서도 안 된다. 그 용기와 결단은 존중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정신을 얼마나 ‘일관성 있게’ 지키며 사는가 하는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그 소신을 총체적 삶 속에 잘 녹여내며 사는 것이 올바른 태도일 터! 그러나 김문수는 그가 투쟁하며 맞서 싸웠던 정치세력인 극우보수 정당으로 ‘넘어갔고’, 거기서 국회의원을 3번이나 했으며 경기도지사도 2번이나 했다. 그 뒤엔 태극기부대나 전광훈 류의 극우 유튜버 활동도 했다. 그런 그의 ‘180도 바뀐’ 행보조차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순대’라는 별명까지 얻은 일화는 더 서글픈 코미디다. 2011년 12월, 당시 경기도지사 김문수는 남양주 119에 긴급 전화를 걸었다. “네.” (당직자가 받았다.) “도지사 김문숩니다.” “예, 소방섭니다. 말씀하세요.” “경기도지사 김문숩니다. 여보세요?” (도지사처럼 관등성명을 대야 하는데, 이상해서 다시 한 번!) “…” “경기도지사 김문수입니다.” (당직자가 ‘아, 도지사님이세요? 도지사님께서 직접 전화까지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충성!’ 이런 식의 반응이 나와야 하는데, 그게 아니니 김 지사가 크게 당황했다. 속으로 자존심이 상한 김 지사가 다시 관등성명을 밝혔다.) “예예.” (이 정도의 반응을 기대한 게 아닌데, 당직자는 ‘장난 전화에 대응하듯’ 무미건조하게 응했다.) “어~~? 아니, 지금 내가 도지사라는데 그게 안 들려요?” (당장 당신의 관등성명을 대라는 요구였다. 그러나 당직자 반응은 ‘완전’ 뜻밖이었다.) “선생님, 무슨 일 때문에 여기에 전화를 하셨는데요? 소방서 119에 지금 ‘긴급 전화’로 하셨잖아요?” (당직자는 매뉴얼대로 응했다. 도지사란 지위는 ‘긴급전화 119’에 중요하지 않기 때문!) 아마 이 말에 김 지사는 ‘내가 경기도지사 김문순데, 나를 뭘로 보고 이렇게 응대하는 거야?’라고 ‘격노’했을 것이다. 해당 직원은 나중에 인사 불이익 조치까지 당했다 했다. (이 문제가 언론 보도로 ‘이상하게’ 돌아가자 김 지사는 급히 해당 소방서를 찾아 ‘화해’했고 인사조치도 원상복구했다 한다. 그러나 그걸로 과거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른바 김문수 도지사의 ‘119 갑질’! “내가 경기도지사 김문순데…”에서 ‘순대’ 별명까지 나오게 된 경위다. 하기사 ‘대통령실 전화’ 하나로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도 왜곡되고, (상부 지시로) 시가(時價) 수천 억 원에 이르는 마약(76킬로그램) 적발 수사도 망가질 정도이니, ‘도지사 전화’라면 그 정도는 아니라도 최소한 ‘관등성명’이라도 정확히 대며 ‘도지사 요청’에 잘 응했으면 좋았을 터! 또, 김 지사는 2020년 8월, 한창 코로나가 창궐할 때도 지하철역에서 (노인과 함께 가던 중) 코로나 검사와 자가격리 위반으로 일선 경찰이 보건소로 연행하려 하자 소란 도중에 “내가 김문순데…” “내가 국회의원 세 번 했어” 등의 명언을 남기기도 했다. 흔히 한국 사회에서는 ‘줄을 잘 서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인가, 비교적 줄을 잘 섰던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이명박, 박근혜, 윤석열은 대통령 자리까지 올랐다. 여기서 말하는 ‘줄’이란 미국의 후광, 성공한 군사반란, 우익 보수의 계승, 그리고 검찰 권력의 네트워크로 요약된다. (혈연, 지연, 학연도 ‘줄’은 줄이다.) 그간 김문수의 ‘줄 서기’ 행보를 찬찬히 보면, “이명박 대통령이 무슨… ‘다스(DAS)’가 누구 꺼면 어떤데…”, “세월호처럼 저렇게 죽음의 굿판을 벌이고 있는 자들은 물러가라!”, “박근혜의 한과 저주, 이거 죄 없이 감옥 가 있는 거”, “좌익이 완전히 청와대를 점거해”, “문재인 이거는 당장 총살감” 등, ‘노조 출신’인 과거의 그를 아는 사람들로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삶의 궤적을 꾸준히 남겼다.<계속>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제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