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장관 후보, ‘이중의 미스테리’와 성찰적 대안(3)
그러기 위해서라도 일단 힘센 자 옆에 줄을 잘 서야 한다!’ 이게 바로 ‘강자 동일시’ 심리 구조다. 김영삼이 그랬으며 김지하가 그랬고 김문수가 그랬다. (사실, 그 원조는 일본군에서 광복군으로, 남로당에서 공화당으로 180도 전향한 박정희다.) 김문수는 (1990년 1월, ‘3당 합당’을 이끈) 김영삼을 흉내 내어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우익 보수 정당)로’ 갔다가 스스로 호랑이가 된 꼴이다. 김문수는 또 (1991년 4월, 죽음을 불사한 대학생들의 투쟁을 ‘죽음의 굿판’이라 한) 김지하를 흉내 내어 세월호 진실 규명 투쟁을 ‘죽음의 굿판’이라 낙인찍었다. ‘강자 동일시’ 심리 구조를 내면화한 자들은 강자 그룹에 줄을 서는 순간 스스로 강자로 착각한다. 그리하여 자신보다 더 강자에게는 굽실거리고 더 약자인 자들 앞에서는 스스로 강자가 된다. 이른바 ‘순대’ 별명을 낳은 김문수의 ‘119 갑질’ 해프닝은 그 전형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한편으로 ‘강자 동일시’ 심리의 덫에 빠지지 않기 위해 개인적, 집단적 성찰을 지속해야 한다. ‘겸허한 연대’가 그 대안이다. 다른 편으로 우리는, 그 어떤 사회운동을 하더라도 결코 ‘보상 심리’나 ‘인정 욕망’에 사로잡혀선 안 된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고생했는데…’ 또는 ‘아무도 나의 공적을 알아주지 않네…’ 식의 마음이 바로 그런 심리다. 냉정히 따지고 보면 이런 심리야말로 윤석열식 ‘공정과 상식’이며 이것은 결국 ‘자본의 공정성’과 통한다. 그래서 자본가들은 ‘일하지 않으면 먹지도 말라’는 말을 예사로 하며, ‘노력과 성과에 따른 공정한 보상’을 경영합리화의 방편으로 곧잘 쓴다. 이런 면에서 우리는 “진정한 혁명가는 (진리, 진실,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는 위대한 감정에 의해 인도된다”던 체 게바라(1928~1967)의 철학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 진정으로 ‘사랑의 철학’을 가진 사람이라면 노력에 따른 차별적 보상을 지지하지 않을 것이며(아이의 학교 성적과 무관하게 따뜻한 밥을 챙겨주는 엄마의 마음을 생각해 보라), 아무도 자신의 헌신이나 능력을 알아주지 않는다며 서운해 하지도 않을 것(선생님이 보건 안 보건 자신이 맡은 청소 구역을 깨끗이 하는 책임감 있는 학생 또는 아메리카 대륙의 모든 민중이 진정 자유롭고 평등하게 살기를 바라며 쿠바 혁명 이후 맡았던 장관직을 버린 뒤 볼리비아 혁명에 목숨까지 바친 체 게바라)이다. 그러니 이런 사람들은 결코 ‘119 갑질’ 따위는 상상도 못할 것이다. ‘강자 동일시’에 대한 사랑의 대안은 ‘겸허한 연대’다. 셋째, 과연 2024년 오늘의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노동부장관이란 어떤 철학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하는가, 하는 점과 관련해서도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솔직히 말해 스스로 ‘공정과 상식’의 규칙을 저버린 윤석열 정부에서 새삼 노동의 철학이나 장관의 철학을 말한다는 것은 매우 어색하고 사치스럽다. 이미 윤석열은 김문수와 함께 ‘반노동’의 철학(정확히는, 자본주의 추상노동 비판에 기초한 반노동이 아닌, 자본주의 찬양을 위한 반노동자 철학)을 공유하고 있기에 그야말로 ‘코드 인사’를 한 셈이다. 유유상종! 그러나 향후 ‘탄핵’ 정국이 어떻게 흐를지 모르지만, 그와 무관하게 내가 생각하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노동부장관이라면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할 시대적 과제는 다음과 같다. ①사람의 노동 없이 우리 삶은 하루도 유지하기 어렵기에 노동자와 농민을 존중한다. ②사회 전체적으로 한편엔 실업, 다른 편엔 과로가 공존하는 현실은 엄청난 모순이기에 ‘모두 일하되 조금씩 일하기’를 통해 일자리를 고루 나눈다. ③모든 직장에서는 노동자 민주주의가 실현돼야 한다. ④아이들이 ‘개성 있는 평등화’ 분위기 속에서 자라나 무슨 일을 하더라도 사회적으로 비슷한 대접을 받게 한다. ⑤노동 생산성이 오르면 정리해고를 할 것이 아니라 노동시간을 단축하여 삶의 여유를 즐기도록 만든다. ⑥노동시간 단축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 저하를 막으려면 주거, 출산, 교육, 의료, 노후 문제를 사회 공공성 차원에서 해결한다. ⑦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그리고 생명평화는 21세기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시대적 화두다. 이는 단순히 ‘지구온난화’ 내지 ‘탄소 중립’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기후위기와 생물다양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지방 농어촌부터 서울 수도권에 이르기까지, 일반 가정부터 기업과 직장, 농장, 그리고 국가 기관에 이르기까지 모두 ‘정의로운 전환’에 나서야 한다. ⑧이 모든 과제를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라도 토지개혁, 언론개혁, 검찰개혁, 행정개혁, 조세개혁이 필수다. 만일 이런 정도의 철학이 없이 그저 ‘노조 순치’ 내지 ‘노동 약자 보호’ 정도로 노동부장관 내지 국정 수행을 하려 한다면, 그것은 시대정신에 대한 배신이다. 또다시 “내가 노동부장관 OOO인데…”라는 어록이 나올지 모른다. 나아가 이런 성찰은 비단 윤석열 정부나 (보수) 국민의힘 정당에만 해당하지 않는다. 차후에 들어설 그 어떤 정당(민주당, 조국혁신당, 진보당, 노동당, 녹색당 등) 역시 이런 비판적 성찰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그야말로 ‘용두사미’ 내지 ‘태산명동 서일필’로 끝나고 말 것이다.<끝>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