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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예 맹세하지 말라?

아예 맹세하지 말라?
 
예수는 이스라엘 곳곳을 돌아다니며 백성들의 고통과 슬픔을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며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그중에서도 무엇이 예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했을까. 양떼를 보호하는 참된 목자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백성 전체가 목자 없는 불쌍한 양떼 같았다.
이 저주받을 것들아, 양떼를 죽이고 흩뜨려버리는 목자라는 것들아. 내 양떼를 돌보아야 할 너희들이 도리어 흩뜨려서 헤매게 하니, 너희들의 그 괘씸한 소행을 어찌 처벌하지 않겠느냐!”(예레미아 23,1-4)
그런데, 목자로 인정 받으며 행세하던 사람들이 당시 이스라엘에 적지 않았다. 사제, 율법학자, 바리사이들이었다. 사제들은 예루살렘 성전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위해 하느님께 제사 지내던 직업 종교인이었다. 율법학자들은 종교와 직업 종교인들을 이론적으로 변호하는 종교적 경호실장 역할을 맡았다. 바리사이파 사람들은 직업 종교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규정을 신도들에게도 지키게 하자고 계몽하던 중산층 신도들이었다. 그런데, 예수에게 유다교 사제, 율법학자, 바리사이들은 참된 목자, 즉 참된 종교 지도자로 보이지 않았다. 예수는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사제, 율법학자, 바리사이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고, 백성들을 속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한편으로 조국을 무력으로 점령한 로마 군대와 협조하여 자신들의 정치적, 경제적, 종교적 이익을 얻어내고, 다른 편으로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속이고 착취하고 무시하였다.
종교의 여러 나쁜 역할이 이미 예수 당시에 나타난 것이다. 고통받는 현실에서 도저히 희망을 갖지 못할 때 사람들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자발적으로 종교에 귀의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그들은 삶의 고통을 잠시 망각할 수는 있다. 마르크스는 그런 종교를 인민의 아편이라고 표현했다. , 사악한 직업 종교인들과 정치인들이 고통받는 백성을 속이고 저항 의지를 약화시키려고 종교를 이용할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삶의 고통을 잠시 망각할 수는 있다. 레닌도 그런 종교를 인민에게 아편이라고 표현했다. ‘인민의 아편이든, ‘인민에게 아편이든, 종교의 나쁜 역할은 고통받는 사람들을 우아하게 속이고, 이용하고, 착취한다. 종교의 나쁜 역할에 복무하는 사악한 종교인이 지금 한국에 수만 명이 넘는다. 악한 종교인에게 속고 무시 당하면서, 돈 뜯기고 영혼 빼앗긴 사람이 지금 한국에 수백만 명이 넘는다.
오늘 한국의 검찰, 언론인, 지식인, 종교 지배층은 예수 당시 유다교 사제, 율법학자, 바리사이들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늘 한국의 검찰, 언론인, 지식인, 종교 지배층은 참된 목자가 아니다. 그들은 억압받는 백성을 위로하지도 않고, 억압하는 불의한 세력에 저항하지 않는다. 그들은 감언이설로 백성들을 속이고, 백성들의 저항 의지를 약화시키며, 백성들에게 절망과 좌절을 권유하고 있다.
최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한 일부 증인들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국회 청문회에 아예 출석하지 않는 증인들도 있었고, 증인선서를 거부한 사람들도 있었다. 그러고 보니, 예수도 맹세하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그렇다면 선서를 거부한 사람들은 예수 말씀을 존중하고 따르기 때문에 그랬을까? 예수의 맹세 금지 명령은 신약성서에서 마태복음에만 있다.
말할 때 '' 할 것은 ''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하시오.”(마태복음 5,37).
예수는 왜 이 말을 했을까. 맹세를 하지 않는 사람은, 진실을 말할 의무가 없다는 뜻인가? 그렇지 않다. 맹세하지 않더라도, 평소에도, 모든 말은 반··· ···· 해야 한다는 뜻이다. 맹세하든 말든, 모든 말은 진실하게 해야 한다. 발음된 소리뿐만 아니라 기록된 글자와 촬영된 화면도 진실을 드러내야 한다. 진실하게 말해야 한다는 원칙은 진실을 반드시 말해야 한다는 뜻을 포함한다. 거짓말을 하지 않을 뿐더러, 진실을 침묵하지 않고 반드시 밝히라는 뜻이다. 거짓말을 하지 말고. 진실을 침묵하지 않고 반드시 말하라. 그런데, 검찰은 진실을 감추면서 거짓 증거를 만들고 있지는 않은가. 언론은 거짓 기사를 쓰거나 퍼뜨리고 있지는 않은가. 진실을 침묵하지 않고 반드시 말하고 있는가. 지식인은 진실을 외면하거나 침묵하지 않고 진실을 반드시 말하고 있는가. 종교인은 거짓을 고발하고 진실을 소리 높여 외치고 있는가.
그래서 예수는 당신의 제자들을 뽑아 교육하여 세상에 보냈다. 진실을 말하라고, 거짓을 말하지 말라고, 진실을 침묵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꼭 말하라고 가르쳤다. 모든 사람은 진실을 말하고, 거짓을 말하지 말고, 진실을 침묵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반드시 말해야 한다. 특히 스님, 목사, 신부 등 직업 종교인은 거짓을 말하지 말고, 진실을 반드시 말해야 한다.
오늘 한국의 종교 지배층은 왜 시민들에게 존경받지 못하고 있을까. 그들의 인품, 믿음, 선행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백성의 고통을 외면하고, 불의한 세력에 저항하지 않고 침묵하고 있기 때문이다. 종교 지배층이 윤석열 검찰독재정권에 저항하며 치열하게 싸우기를 우리 시민들은 애타게 바라고 있다. 훌륭한 일부 종교인에게는 이 글이 몹시 송구하다.
 
 
본 컬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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