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세입 예측은 왜 틀렸는가? 2023년도 경제성장률이 정부가 예산안을 편성한 2022년 여름에 예측했던 것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경제가 불황에 빠지면 기업의 순수익이 감소해 법인세 납부액이 줄어든다. 고용이 악화하고 임금인상률이 하락하면 근로소득세 납부액도 증가세가 멈추거나 줄어든다. 불황이 깊어져 장사가 되지 않으면 자영업자의 종합소득세 납부액도 줄어든다. 민간 소비가 침체하면 소매 판매가 줄어 부가가치세 세입도 감소한다. 한마디로 세수 결손은 2022년 2분기부터 나타난 불황의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조세 수입을 늘리려고 세율을 올리면 경기가 더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 세수 결손 문제를 해결하려면 원인을 해소해야 한다. 경기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원인을 파악하고 해결책을 생각해 보려면 머리가 아프더라도 데이터를 봐야 한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불황의 양상과 심각성을 직시하는 데 필요한 몇 가지 데이터만 더 이야기하겠다. 2023년 한국 경제성장률은 1.4퍼센트로 세계 평균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세계경제가 호황이면 수출이 늘어야 정상인데 한국은 거꾸로 갔다. 2022년 4월부터 수출이 부진해져 연간 472억 달러 무역적자를 냈다. 2023년 무역수지도 100억 달러 적자였다.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호조라는 언론 보도가 줄을 이었지만 상반기 수출액은 3348억 달러로 2022년 상반기보다 157억 달러 적었다. 언론이 떠드는 ‘수출 호조’ 보도는 착시현상에 지나지 않는다. 2022년과 2023년 상황이 너무 나빴기 때문에 지금 괜찮은 것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2022년 2분기 이후의 수출 감소와 무역수지 적자 발생 과정을 주도한 것은 중국 수출 부진과 대중 무역적자였다. 중국 수출은 2022년 4월부터 급감해 5월부터 적자를 냈고 지금까지 그런 상황이 이어져 왔다. 러시아 수출 감소도 수출 부진에 한 몫을 했다. 내수 상황도 수출 못지않게 심각했다. 2022년 2분기에 처음으로 전년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던 소매 판매액이 올해 2분기까지 9분기 연속 전년 대비 하락했다. 올해 2분기 소매판매액은 140.4조 원으로 2년 전 2분기보다 6조 원 적었다. 최근의 정부 통계에 따르면 거의 모든 소득계층의 실질소득과 실질가처분소득이 2년 연속 하락했다. 최저임금을 포함한 임금인상률이 물가인상률을 밑돌았고 불경기로 인해 자영업자의 소득이 줄어든 탓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주가 하락으로 인해 실질자산 가치도 모든 계층에서 하락했다. 법인세 최고세율을 내려 150여 개의 대기업에 집중 혜택을 주었지만 그것이 투자를 촉진했다는 증거는 없다. 종부세 인하로 고가주택과 다주택 보유자의 가처분소득을 늘려주었지만 소비 진작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이런 판국에 정부의 재정지출까지 줄였다. 중앙정부의 2023년 총지출은 611조 원으로 2022년 추경 포함 총지출보다 70조 원이나 적었다. 이것은 경제학 교과서에서 본 ‘하향 나선형 악순환’의 전형이다. 사회의 총수요는 순수출(수출-수입), 민간 소비, 기업 투자, 정부 지출 네 가지로 구성된다. 국민소득의 크기를 결정하는 총수요의 네 요소가 모두 하락세를 보이면서 서로 악영향을 주었다. 모든 경제지표는 이 악순환이 2022년 2분기에 시작해 2024년 8월 현재까지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경제학자는 무얼 하느냐고 질책하지 마시라. 경제학은 원시적인 수준의 학문이다. 경제학자들은 불황을 불황으로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인지하는 경우에도 원인을 정확하게 짚어내지 못한다. 드물게 원인을 파악한 경우에도 약효가 바로 나는 처방을 찾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경제학자가 효과 있는 정책을 내놓는 경우가 가끔은 있다. 전적으로 믿고 의지할 수는 없지만, 경제학과 경제학자는 없는 것보다 있는 게 낫다. 그렇지만 오늘 한국 상황에서는 있으나 없으나 큰 차이가 없다. 의사의 처방은 환자가 받아들이고 실천해야 효과를 낼 수 있다. 국정 운영 최고책임자가 귀를 닫고 눈을 감는 경우에는 경제학자가 괜찮은 처방을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내가 보기에, 윤석열 대통령은 한국 경제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에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한국 경제는 선장이 문을 걸어 잠근 채 술을 마시고 잠만 자는 함선과 비슷하다. 정한 목표와 항로 없이, 조류에 실려 어디인지 모를 곳으로 떠내려간다. 나는 젊은 시절 경제학을 배운 ‘경제학도’일 뿐이다. 한국 경제 불황의 원인을 진단하고 처방을 내릴 능력이 없다. 기껏해야 가설(假說) 수준의 견해를 가졌을 따름이다. 그럴듯하다고 믿지만 논리와 데이터로 정밀하게 입증할 능력이 없으니 가설이라고 하는 게 맞다. 윤석열의 시대착오적 이념외교가 불러들인 대중 수출 급감이라는 ‘외부 충격’이 신자유주의 긴축 정책과 결합해 한국경제를 하향 나선형 악순환에 가두었다는 가설이다.<계속>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