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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야, 문제는 계엄령이 아니라 국지전이야(2)

조성렬
북한대학원대학교 초빙교수
만약 2010년 11월에 발생한 연평도 포격전과 같은 남북한 군사충돌이 재발할 경우, 현재 우리 군은 상부 보고 없이 현장지휘관의 판단으로 ‘즉·강·끝’ 원점(26포 연대와 해안포부대)은 물론 지원세력(북한군 제33사단), 지휘세력(북한군 제4군단)까지 궤멸적 타격을 입힌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국지전에서 우리 군이 북한 군부에 궤멸적 타격을 입힌 채 승리한다면, 북한체제를 지탱해 온 군부의 위신과 영향력을 급속히 실추될 가능성이 높다. 정권을 뒷받침해 주고 있는 북한 군부의 위신과 영향력이 약화될 경우 김정은 위원장의 권력 기반 역시 취약해지고, 김정은의 리더십에 불만을 품은 일부 군부세력이 쿠데타나 군사반란을 일으켜 북한 전체가 혼란에 빠질 수 있다.
윤석열 정부가 평양점령과 북한정권 붕괴를 염두에 둔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것은 포클랜드 전쟁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1982년 아르헨티나 군사정권은 경제위기와 부정부패로 반정부 여론이 높아지자 국민 관심을 돌리기 위해 분쟁 중이던 영국령 포클랜드를 점령했다. 하지만 영국은 대규모 군사력을 동원해 반격에 나서 아르헨티나군에게 압승을 거두었다. 이 사태로 군사적, 정치적 타격을 입은 아르헨티나 군부가 정권을 잃게 되었다.
하지만 남북 간의 국지전이 확대되어 전면전, 더 나아가 핵전쟁으로 확전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전시작전통제권도 없는 한국군이 한미연합사령관의 동의 없이, 핵전쟁의 위험을 무릅쓰고 원점·지원세력·지휘세력 타격이나 즉·강·끝 원칙을 견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의도는 소규모 남북군사충돌을 빌미로 계엄령을 선포하고, 국가비상사태 하에서 북한의 위협을 내세워 일본과의 군수지원협정(ACSA) 체결 및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참여를 추진하려는 노림수인 것으로 보인다. 더 나아가 한일 상호접근협정(RAA·일본명 원활화협정)까지 체결된다면, 한일 관계는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된다.
얼마 전 김선호 국방차관이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한일 ACSA의 필요성을 언급했다가 3시간여 만에 자신의 발언을 뒤집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2015년 10월 한민구 국방장관이 일본 자위대가 북한 영토에 들어갈 땐 한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말하자 나카타니(中谷) 방위상이 “대한민국의 유효지배 영역은 휴전선 이남”이라며 북한 지역에 대한 한국의 영토고권(領土高權)을 부정하는 바람에 ACSA 추진이 무산된 바 있다.
이와 더불어 유엔사 전력제공국(Sending State)에 참전국이 아닌 독일군과 일본 자위대를 포함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이다. 한국전쟁 당시 의료지원국이던 독일(당시 서독)은 전력회원국에 정식 가입하였다. 2020년 유엔사 측이 참전국도 아닌 독일과 일본에게 전력제공국으로 들어오라고 요청했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만약 일본이 유엔사 전력제공국이 된다면, 일본자위대는 합법적으로 한반도에 발을 들여놓을 자격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이 미국이 추진하는 한일 ACSA와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 참여가 이뤄진다면, 다음 단계는 이른바 RAA를 한국과도 체결하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호주, 영국, 필리핀 등 3개국과 체결했고, 프랑스와도 추진 중이다. RAA는 자위대와 상호왕래, 공동훈련의 절차 및 부대의 법적 지위를 규정한 것으로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버금가는 것이다.(“일본군, 옛점령지 필리핀 이제 합법 진입...한반도도 ‘곧’” 이유 ‘시민언론 민들레’ 2024.7.9)
현재 유포되고 있는 계엄령 준비설을 뒷받침할 최대 근거는 윤 대통령의 탄핵 추진이나 퇴진운동이라기보다 북한과의 국지전 가능성이라고 합리적 의심을 해 볼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이 지향하는 바는 계엄령 하에서 한일 ACSA 체결과 일본의 유엔사 회원국화와 같은 한일 군사협력의 제도화를 추진하는 데 있다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북한과 국지전을 치를 만한 지도력을 갖추고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국군이 아무리 북한군보다 재래식 전력이 앞서도 현재와 같은 국론분열적인 윤 대통령의 리더십으로는 국지전 승리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그럴 경우 오히려 윤 정권의 국정 장악력이 더욱 취약해져 조기 레임덕이 올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핵무력정책법」이 작동되는 있는 판에 전면전, 더 나아가 핵전쟁으로 확전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점이다. 2015년 8월 목함지뢰 사건으로 불거진 남북한 군사충돌 위기 상황에서는 미국은 물론 중국의 중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전쟁위기 조장 ‘2017 트럼프’ 뺴닮은 ‘2024 윤석열’” 조성렬 ‘시민언론 민들레’ 2024.1.18) 하지만 악화된 한중관계와 대만사태를 둘러싼 중·미 대립으로 중국의 중재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계엄령이 준비되고 있는지 필자는 알지 못한다. 다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군 인사와 대북·대일 정책을 볼 때 그런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 모든 계엄 의혹설은 윤석열 정권이 자초한 것이다. 괴담 선동이라고 야당을 탓할 것이 아니라 오해받을 짓 하지 말고 불통·아집 인사를 철회하고 정책 방향을 제대로 하면 될 일이다.<끝>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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