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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붕괴 부채질 하는 대통령과 간신들(2)

김종대
전 국회의원
 
 
 
 지금의 의대 정원이 여기에 해당된다. 올해 의대 정원 조정안이 법원에 집행정지 소송이 제기됨에 따라 각 대학은 재판 결과를 지켜보느라고 5월까지 정원 증원에 따른 학칙 개정을 미루다가 판결 이후 부랴부랴 학칙 개정을 완료했다. 이는 명백히 고등교육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임에도 교육부와 대학이 이를 방치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우리나라 고등교육법 시행령은 수험생이 입시를 안정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끔 전국 4년제 대학의 학사, 재정, 시설 등 주요 관심사에 대하여 의견을 모아 정부에 건의하여 정책에 반영하게 하는 대학교육협의회를 운영하고 있다. 대교협 등 ‘학교 협의체’는 입학연도 개시 1년 10개월 전까지 입학전형 시행계획을 공표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래서 대입전형 시행계획은 입시생이 고2가 되는 해의 4월 말까지 예고를 해야 한다. 그런데 유독 2025학년도 모집 요강은 ‘대학 구조개혁을 위한 학과 개편 및 정원 조정 시한’에서 2024년 4월 말까지 신청하고 5월 말까지 심의·조정을 완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금의 의대 정원이 여기에 해당된다. 올해 의대 정원 조정안이 법원에 집행정지 소송이 제기됨에 따라 각 대학은 재판 결과를 지켜보느라고 5월까지 정원 증원에 따른 학칙 개정을 미루다가 판결 이후 부랴부랴 학칙 개정을 완료했다. 이는 명백히 고등교육법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임에도 교육부와 대학이 이를 방치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이런 교육제도의 문란함은 현실을 무시하고 정원을 늘리려는 대학 당국의 탐욕과 정권의 과시욕이 결합된 결과다. 이런 한탕주의식의 입시 제도에 현혹된 수험생들이 대규모로 의대를 지원하면서 한바탕 아수라장이 펼쳐지고 있다. 8월 말에 “의대 증원 문제는 6개월이면 끝난다”고 공언한 정부 고위 관료들은 바로 이 점을 노렸을 것이다. 내년 3월 입학식만 무사히 치르면 의대 증원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니 시간은 자기네 편이라고 믿는 것이다.
이후 교육 과부하로 인해 의대 교육 현장에서 벌어질 혼란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더 큰 망상이 따라온다. 나중에 의대 시설 투자에 2조 원을 투입하겠다며 일단 정원부터 늘리고 보라는 식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도제식 교육 시스템으로 이루어지는 우리나라 의대 교육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음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의학을 연구하는 전문 직업집단으로서 의대 교수를 깔보고 무시하는 우월감이 도사리고 있다. 서울의 일부 의과 대학의 경우 1~2학년 남자 재학생의 63%가 군대를 가겠다며 휴학을 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앞으로 닥칠 대규모 유급 사태는 물론이고 일시에 복학하는 학생이 늘어난 정원과 합쳐질 경우 지금의 2배인 7000~8000명이 일시에 교육을 받는 2026년 이후 상황은 거의 재앙이다.
지금의 의료 대란은 국민 안전 비상사태인 동시에 정치화된 교육과 입시 제도가 파산으로 가고 있는 명백한 징후다. 설령 의료 개혁이 국민이 지지를 받는 선한 목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 방법이 권위주의와 불투명, 무엇보다도 윤석열 대통령의 자기 과시욕을 충족시키는 방향으로 전개됨에 따라 보호받아야 할 국민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 형국이다. 이런 폭주는 추석 명절 직전에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율을 20%로 곤두박질치게 만들었지만 그들은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런 국정 파행은 대통령실과 여당 간에도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파국을 계속 감내할 것인지, 아니면 여야가 협력하여 윤 대통령의 폭주를 멈추게 할 것인지를 결정해야 할 시점이다.
만일 윤 대통령을 멈추게 하지 못한다면 의료 대란에 이어 나타날 다음의 재앙도 각오해야 한다. 작년에 윤 대통령의 대규모 연구개발 예산 삭감은 한국이 과학 인재의 순유출국으로 더욱 곤두박질치게 했다. 다음의 재앙은 국가 안보의 초석인 군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 정부에서 한 때 높은 경쟁률을 자랑하던 대학 학군단이 미달 사태로 돌변하였고 초급 간부가 정원에 비해 지원이 미달되어 군대 조직의 허리가 붕괴될 조짐이다. 원래 의료 취약 지대에 있는 군 의료체계는 군의관 지원의 급격한 감소로 그 수명이 몇 년 남지 않은 상황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개혁은 진정한 개혁의 본질에 집중하는 체계적이고 신뢰성 있는 방식이 아니라 개혁을 빙자하여 자기도취를 충족시키는 방식이다. 자존감이 약한 측근과 관료들이 직언을 하지 못하고 면종복배하는 예스맨으로 전락하게 되는데, 이는 사마천이 사기에서 밝힌 간신의 6단계 중 2번 째, 즉 군주의 말에 무조건 영합하며 아첨하는 신하인 유신(諛臣)에 해당된다. 이런 예스맨들은 윤 대통령이 현실과 동떨어진 국정 브리핑을 하더라도 책임을 지지 않는다. 오히려 대통령과 정치를 분리시키면서 자신의 사리사욕을 챙기는 3번째 단계, 즉 간신(奸臣)으로 진화한다. 국민 안전과 교육의 비상사태를 초래했고 앞으로 국방을 무너뜨릴 자들이다. 지금이 바로 그들의 전성시대다. 여야는 정치적 견해를 초월하여 지금의 비상사태를 수습하기 위한 새로운 대화를 시작해야 한다.<끝>

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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