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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7년 10월 31일 독일의 마르틴 루터는 가톨릭의 부패에 저항하는 95개 논제를 비텐베르크 대학교 성당 정문에 내걸었다. 개신교는 10월 31일 직전 주일을 종교개혁 기념일로 지내고 있다. 종교개혁 기념일은 개신교의 생일이나 마찬가지다. 가톨릭 신학자인 나는 종교개혁 507주년 기념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린다.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인류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가톨릭은 어찌 되었을까.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종교개혁 덕택에, 인류 역사는 새로운 길로 접어들게 되었고, 가톨릭은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 출발을 다짐하게 되었다. 인류와 가톨릭은 종교개혁을 실현하여 인류에게 새 희망을 준 개신교에게 감사해야 마땅하다. 개신교는 가톨릭의 형제자매이자 스승으로서 출발했다. 그런 자랑스런 개신교가 며칠 전 10월 27일 일요일에 광화문에서 대형 집회를 열었다. 그런데 적지 않은 목사들이 이에 대해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충구 감리교 신학대 명예교수는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탄식했다. “나라가 몹시 어지럽다. 똑똑하지 않은 국민이 어리석은 대통령을 선택하여 불러들인 일이다. 개신교도 몹시 어지럽다. 선과 악을 분별할 줄 모르는 무지한 신도들이 맹목적으로 정치 목사들의 졸개 노릇 하기 때문이다. 어리석은 신자 노릇과 국민 노릇을 하는 개신교인이 나라와 교회를 망치고 있다. 윤석열 김건희를 위한 정치집회가 아니고 무엇인가? 예수가 불법 무도한 윤석열 김건희 정권 지켜주라고 요구하시나? 예수가 남과 북이 증오하며 살라고 가르치셨나? 종교개혁 주일, 하나님 앞에서 자신들의 죄를 고백하며 부단한 자기 개혁의 길을 궁구해야 할 교회 절기에, 이 무슨 망동인가?“
정종훈 연세대 신학과 교수는 한국 교회가 교회개혁의 근원으로 돌아가라고 일갈했다. “1517년 시작된 교회개혁은 황금만능의 교회를 반대하는 것에서 출발했는데, 교회 지도자들은 자신의 정치적 욕망을 위한 정치집회에 신도들을 동원하는 일이나, 세속 권력과 결탁해서 부정부패 불의한 권력자들을 지지하고 축복하는 일을 멈추라.”
양희삼 목사는 10월 27일 집회에 참석하는 목사들을 강하게 비판하였다. “각종 참사가 일어났을 때 입 다물고 있던 인간들이, 정의가 짓밟히는 현실에 대해 누구 하나 말하지 않았던 인간들이, 몇백 만을 모아서 세 과시를 한다고 한다.”
루터가 오늘 한국에 온다면, 종교개혁이 개신교에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말할 것 같다. 루터 눈에 한국 개신교의 죄는 무엇일까. 자격 없는 목사들을 만들어 목사들의 이익 집단을 만든 죄, 목사들의 세습, 성범죄, 돈 비리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죄, 돈으로 장로 되고 권사 됨을 부추기고 방치한 죄, 교회 안의 가난한 성도들을 무시하고 외면한 죄, 선거 때마다 불의한 정치 세력을 지지하여 민주주의를 훼손한 죄, 사회적 대참사에서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를 편든 죄, 기후 위기와 인구 문제와 환경 문제에 무관심한 죄,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은 죄, 젊은이와 여성을 차별한 죄 등 개신교의 죄가 크고 많다. 루터는 한국 개신교를 보며 통탄할 것 같다.
내 생각에, 개신교 신뢰를 떨어뜨린 주범은 물질주의를 숭배하며 윤리 도덕을 던져 버린 남자 목사들이다. 대형교회 목사들은 최우선 개혁 대상이다. 피고석에 앉아야 할 대형교회 목사들이 뻔뻔하게 마이크를 잡고 선한 성도들에게 훈계하고 있다. 부패한 목사들의 죄와 위선을 통렬히 회개하는 것이 종교개혁 기념일에 개신교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일 아닌가.
'한국교회 200만 연합 예배 및 큰 기도회' 이름의 10.27 집회 문구 중 하나 “바알에게 무릎 꿇지 않는 자는 다 모여라”는 “바알에게 무릎 꿇은 자는 다 모여라”로 들린다. 개신교의 주일 예배가 아니라 한국 개신교의 장례식 같다. 개신교는 예수 말씀도 모르고, 시대의 징표도 모르고, 하나님에게 관심도 없는 것 같다.
“한국 개신교 다니면 구원 못 받는다” 소리가 평범한 사람들 입에서 흔히 나오고 있다. 집안 청소도 제대로 못하는 개신교가 거리 청소 하겠다고 나서는 모습이 의아하다. 개신교는 자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개신교는 동성애자 때문에 망하는 것이 아니라, 대형교회 목사들 때문에 망할 것 같다. 세월호 참사와 이태원 참사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개신교 성도 200만 명이 광화문에 모여 예배 드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윤석열 김건희 독재정권 퇴진을 위해 개신교 성도 200만이 광화문에 모여 예배 드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한반도 화해와 평화를 위해, 전쟁 반대를 위해 개신교 성도 200만이 광화문에 모여 예배 드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개신교 성도 200만이 한국 개신교와 목사 성도들의 회개를 위해 광화문에 모여 예배 드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랬다면, 모든 국민이 눈 비비고 개신교를 다시 보았을 것이다. 예수를 진심으로 올바르게 믿고 따르며, 성도들과 시민을 존중하고 섬기는 많은 목사들에게 깊은 위로 인사를 드린다. 그 비통하고 괴로운 마음을 함께 하고 싶다. 이 칼럼을 쓰고 있는 내 자신이 너무 슬프다. 자비로우신 주님, 한국 개신교를 불쌍히 여기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