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블로거 조은산’의 언어와 문장은 정확하지도 아름답지도 않았다. 극우 커뮤니티 댓글 수준이었다. 블로그에 글을 쓸 때마다 막말을 섞어 썼다. 기자들은 정확하게 그 막말을 제목으로 뽑았다. 조은산이 누구를 어떤 막말로 비난했는지 몇몇 사례만 들겠다. ‘김현미 대신 붕어를 쓰고 추미애 대신 개를 써라’, ‘이낙연은 얼굴 하나 입 두 개인 기형생물’, ‘이재명은 뱀처럼 교활한 자’, ‘공수처라는 괴물’, ‘검찰개혁은 문재인 일가를 보호하려는 거대 사기극’, ‘김어준은 털 많고 탈 많은 음모론자’, ‘이재명의 입을 막을 헛소리 총량제 필요’, ‘OOO의 용모는 견적도 안 나오는 고생대 생물’.
그런데 조은산이 만인에게 막말을 한 건 아니다. 나름 품격 있는 언어를 쓴 경우도 있었다. 누구를 평할 때 그랬는지 몇몇 대표 사례를 보겠다. ‘진중권은 관우‧장비같은 인물’, ‘너무나 큰 자산 금태섭을 잃은 민주당’, ‘목줄 찬 이리들 사이의 유일한 호랑이 윤석열’, ‘가련한 경력 부풀리기에 불과한 김건희의 이력서’. 막말과 칭찬 모두 기자들이 따옴표를 쳐서 인용한 기사에서 가져왔다. 조은산이 자신의 블로그를 비공개 처리한 탓에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밝혀둔다.
조은산은 2021년 7월 23일 윤석열을 만나 한 시간 반 정도 밥을 함께 먹으며 대화했다. 열흘 정도 뒤에 그 이야기를 블로그에 올리자 언론은 ‘복붙’ 기사를 쏟아냈다. 그는 이렇게 썼다. “윤석열은 달변가였으나 모든 걸 안다는 듯 말하지 않고 모든 걸 받아들일 것처럼 말했다. 철학은 확고하고 말은 직설적이었다. 그의 발언을 둘러싼 논란을 조금은 이해했다”고 썼다. 윤석열이 콩 국물을 마시다 흘렸는데, 그것도 소탈한 모습이라며 호평했다. 대선 기간 내내 문재인과 이재명과 민주당 인사들을 조롱하고 저주했던 조은산은 대선 직후인 2022년 3월 14일 다음과 같이 작별 인사를 하고 블로그를 닫았다.
“여러분과 함께 2022년 3월을 맞이했음이 자랑스럽다. 다시 글을 쓴다면 신분을 밝히고 온전히 모습을 드러낸 이후일 것이다. 당신이 글을 쓰지 않는 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는 어느 분의 말이 떠오른다. 그러나 잠시 동안은 남편이자 아버지로서 살아가고 싶다.”
2년 반이 지났다. ‘잠시 동안’이라고 하기에 충분히 긴 시간이다. 윤석열 대통령 임기가 절반 지났다. 조은산은 분명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 언론도 마찬가지다. 나는 조은산의 본명이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하는 사람인지, 어떻게 생겼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가 한 주장을 들었고 그가 쓴 글을 읽었다. 언론은 대선을 앞두고 1년 반 동안 조은산의 입에 막강한 확성기를 대주었다. 조은산뿐만 아니라 문재인과 이재명과 민주당을 비난하는 모든 사람을 그런 방식으로 써먹었다. 그렇게 해서 윤석열의 득표율 0.7퍼센트 포인트 차이 승리를 만들어냈다. 그런데 조은산은 특별하다. 자신의 정체를 감추고 아무 책임도 지지 않으면서 비평가 행세를 하는데도 언론이 스타 대우를 해준 사례는 그가 유일하다.
조은산에게 묻는다. 왜 윤석열의 위기를 방관하고 있는가? 그토록 조은산을 띄웠던 언론은 왜 그를 불러내지 않는가. 윤석열 정권은 조은산 같은 저질 이념 선동가와 기득권 언론과 국힘당이 손잡고 만든 흉물이다. 나는 그렇게 본다. 윤석열은 조은산이 ‘시무7조’에서 시킨 그대로 해왔다. 결과가 어떤가? 경제는 엉망이고 민생은 파탄이다. 경제성장률부터 무역수지, 기업투자를 포함한 국내수요, 재정수지, 환율, 물가, 주가지수, 실질소득과 분배지표까지 윤석열 취임 전보다 나아진 경제지표가 한 개도 없다. 윤석열은 국익과 민생을 돌보지 않고 권력의 단맛에 취해 아무 한 일 없이 임기 절반을 보냈다. 검찰과 여당을 사유화했다. 공무원의 기본인 출퇴근 시간 준수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대통령 노릇은 하지 않고 임금님 놀이만 했다.
윤석열 정권이 조속히 철거해야 마땅한 흉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조은산은 ‘잠시 동안’ 누렸던 ‘남편이자 아버지로서의 삶’을 마감하고 공론의 광장으로 나와 논객으로서 정권을 수호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한다. 흉물이라고 생각한다면 2020년 8월 ‘시무7조’를 쓴 때와 같은 자세로 윤석열 정권을 비판해야 마땅하다. 자신의 입에 확성기를 대주었던 언론과 함께 윤석열 정권이라는 흉물을 철거하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 흉물은 만든 사람이 치우는 게 상식 아닌가.
대통령실 청원게시판이 있으면 ‘우리 시대의 문장가 조은산 님을 찾아주세요’라는 청원을 등록하고 싶다. 하지만 윤석열이 청원게시판을 없애버려서 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이렇게 언론에 공개 청원을 한다. 글을 마무리하는데 문득 이런 의문이 떠올랐다. 혹시 조은산이 용산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있는데 내가 몰라서 이러는 건 아닐까? 만약 그런 사실이 확인된다면 나는 이 칼럼을 삭제해 달라고 <시민언론 민들레>에 요청할 생각이다. 윤석열 정권의 심장부에서 몸 바쳐 일하는 사람더러 직무를 유기한다고 비판해서야 되겠는가. 만약 그렇다면 조은산 님이 그 사실을 분명하게 밝혀주기를 요청한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