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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재해석 ‘수신 제가 치국’(1)

강기석 칼럼
민들레 상임고문
한자만 보면 진저리를 친다는 젊은이들도 ‘수신제가 치국평천하’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겁니다. 중국의 고전이요,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필독서였던 ‘대학(大學)’의 핵심 내용입니다.

문자 그대로 해석하면 “무릇 정치를 하려는 자(위정자)는 먼저 스스로를 수양하고, 가정을 잘 이끈 연후에 비로소 나라를 다스릴 수 있고, 세상을 평화롭게 할 수 있다” 정도의 뜻이 될 것입니다. 조금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스스로 사람 자격을 갖추지도 못하고, 그래서 가정도 제대로 못 꾸리는 자가 나라를 다스릴 수는 없다” 혹은 “그런 자가 나라를 다스려서는 안 된다”는 것이겠지요.

저는 한글·한자혼용 세대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한자를 읽고 쓸 줄은 알지만 한문을 공부한 적이 없어 깊은 지식이 없습니다. 한참 나이가 든 후에 고 신영복 선생을 통해 이 문구가 가지고 있는 깊은 의미를 알게 됐습니다. 신 선생은 이 문구가 포함돼 있는 3강령 8조목을 통일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대학’ 독법의 핵심이라고 하십니다.

3강령이란 첫째, 덕을 밝히는 것(明德), 둘째, 백성을 사랑하는 것(親民), 셋째, 최고의 선에 도달하는 것(止於至善), 그리고 8조목이란 격물·치지·성의·정심·수신·제가·치국·평천하입니다. 신 선생은 ‘대학’이 귀족 즉 위정자를 위한 학문임을 인정하면서도, 단순히 지식 계층을 위한 것이 아니라 당대의 사회가 지향해야 할 목표를 선언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합니다. 출세를 위한 개인 교양서가 아니라 송나라 때의 사회학 이론서였다는 것입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백성을 개돼지처럼 여기던 왕조시대에도 명덕이 있는 사회, 백성을 친애하는 사회, 최고의 선이 이루어지는 사회를 궁구하지 않는 귀족들은 벼슬길에 나가지 못했다니요.

3강령이 이상적인 사회상을 제시하고 있다면 8조목은 개인과 사회의 통일적 인식에 그 핵심적 의미가 있다고 신 선생은 말씀 하십니다. 개인-집안-나라-천하가 각각 독립된 것이 아니라 전체 체계를 구성하는 한 부분이라는 겁니다. 때문에 여기에서 ‘개인적 수양(修身)’의 높고 낮음은 불교의 ‘해탈’과 달리 개인적 문제에 그치지 않고 가정, 국가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뜻으로 이해됩니다. 그래서 이러한 8조목의 뜻을 잘 공부하고 이해한 자가 벼슬길에 나서면 충신이 되고, 중간에 변심하거나 처음부터 속이고 벼슬을 얻은 자는 간신이 되는 거구나, 생각했습니다. 외척들이나 환관들이야 애초부터 ‘대학’을 공부하지도 않고 권력을 얻었으니 나라를 어지럽히고 급기야 나라를 망하게도 하는 것이겠고요. 하물며 왕이 수신을 제대로 못한 자라면 어떤 결과가 벌어지겠습니까.

8조목의 앞 4개 조목이 수신을 어떻게 할 것이냐를 가르치는 것인데, 성의(誠意) 정심(正心)은 한자 자체로서 그것이 무엇을 뜻하는지 바로 이해가 됩니다. 신 선생으로부터 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지 못했지만 저는 이것이 마음 자세와 삶의 태도가 어떠해야 하는가에 관한 것이라고 봅니다. 그 요체는 요샛말로 ‘올바름’이며 그 구체적 내용은 절제와 배려, 그리고 정직과 염치(부끄러움을 아는 것) 같은 가치일 것이라고 믿습니다.

욕망에 치우쳐서 무엇이든 하고 싶은대로 하려는 마음을 억누르는 것이 절제이며, 나보다도 남의 사정을 먼저 헤아리는 것이 배려인 것입니다. 정직하지 못하고 옳지 못한 짓을 했을 때 수치심을 느끼는 것, 그 수치심 때문에 아예 옳지 않은 짓을 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지 않는 것이 염치의 작용일 것입니다. 평생을 책이 아니라 술을 가까이 하고, 욕설과 장광설로 주변 사람들을 윽박지르며, 골프 치고 싶으면 아무 때나 황제 골프를 치는 등 자기 하고 싶은대로 해 온 사람이 결코 해득할 수 있는 단어들이 아닙니다.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은 그 앞의 격물·치지인데, 신 선생은 ‘사물(物)과의 관계나 실천(格)을 통해 인식과 깨달음을 얻는다(致知)’는 이 두 단어야말로 주자가 ‘대학’에서 가장 의미를 둔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논어의 유명한 문구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배우고 배운 것을 실천으로 익힌다)’를 떠올렸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격물치지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일 것입니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생각하며 읽고, 이해할 수 없으면 연관 자료를 찾아보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더 아는 이에게 물어봐서 깨닫는 것입니다. 아무리 책이 부족한 옛날이라고는 하지만 책 한 권 달랑 읽고 과거 시험에 합격해 관직을 얻을 수는 없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의 판검사 중에는 인문서 하나 제대로 읽지 않고 법전만 달달 외운 실력으로도 권력의 자리에 오른 이가 있으니 부조리도 이런 부조리가 따로 있을 수 없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말입니다.

이런 사람과 짝을 이룬 김건희라는 여성은 더 하면 더 했지 나은 점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남편보다 책은 몇 권 더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member yuji’라는 해괴한 단어가 포함된 엉터리 논문으로, 최고의 격물치지 인증이라 할 수 있는 박사 학위를 땄고, 그 박사 학위로 가는 석사 논문마저 엉터리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가짜 격물치지입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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