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대 l 축소

고전의 재해석 ‘수신 제가 치국’(2)

강기석 칼럼
민들레 상임고문
이해하기가 어려운 것은 그 앞의 격물·치지인데, 신 선생은 ‘사물(物)과의 관계나 실천(格)을 통해 인식과 깨달음을 얻는다(致知)’는 이 두 단어야말로 주자가 ‘대학’에서 가장 의미를 둔 핵심이라고 말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는 논어의 유명한 문구 ‘학이시습지(學而時習之·배우고 배운 것을 실천으로 익힌다)’를 떠올렸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격물치지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일 것입니다. 그냥 눈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머리로 생각하며 읽고, 이해할 수 없으면 연관 자료를 찾아보고, 그래도 모르겠으면 더 아는 이에게 물어봐서 깨닫는 것입니다. 아무리 책이 부족한 옛날이라고는 하지만 책 한 권 달랑 읽고 과거 시험에 합격해 관직을 얻을 수는 없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우리 시대의 판검사 중에는 인문서 하나 제대로 읽지 않고 법전만 달달 외운 실력으로도 권력의 자리에 오른 이가 있으니 부조리도 이런 부조리가 따로 있을 수 없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말입니다.
이런 사람과 짝을 이룬 김건희라는 여성은 더 하면 더 했지 나은 점이 하나도 없는 것 같습니다. 남편보다 책은 몇 권 더 읽었는지 모르겠지만 ‘member yuji’라는 해괴한 단어가 포함된 엉터리 논문으로, 최고의 격물치지 인증이라 할 수 있는 박사 학위를 땄고, 그 박사 학위로 가는 석사 논문마저 엉터리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가짜 격물치지입니다.

그녀에게 쏟아지고 있는 주가조작 의혹,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 의혹, 명품 백 뇌물 수수사건, 국힘당 공천 개입과 대통령실 인사 전횡 등 국정농단 의혹들을 보면 성의와 정심, 즉 자제와 배려, 염치, 정직 등은 흔적조차 찾을 수 없습니다.

‘수신’이 이런 정도인 두 사람이 가정을 이루어 권력을 잡고, 그 권력을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으니 외척이 발호하고 간신들이 득실거리는 것입니다. 저는 현대 민주사회에서 ‘수신제가 치국평천하’가 그 의미를 잃지 않으려면 ‘평천하’ 대신 자신의 직업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가를 따져보는 ‘경영’ 같은 단어를 넣는 것이 어떨까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말하자면 ‘수신제가 경영치국’으로 말입니다. 지금은 봉건왕조시대가 아니기 때문에 중국에서의 ‘천하’가 의미하는 국가보다 상위 개념이 없습니다. 또한 왕조시대에는 귀족 가문 자체가 정치를 목표로 하는 대규모 집단이었기 때문에 그 집단을 얼마나 잘 다스리는지가 치국의 전제였을지 모르나, 지금은 어떤 직업인이든 정치를 할 수 있는 민주정 시대 아닙니까? 가족 개념은 극히 축소되었고요. 따라서 ‘제가’ 대신 자신의 직업이나 자신이 속하는 조직을 어떻게 경영하는가가 치국 능력을 따져보는 중요한 척도가 되지 않겠나 생각했던 겁니다.

불행히도 박정희 전두환 두 군인 출신 대통령들은 출발부터 반란으로 시작해 군사독재로 끝났고, 현대건설 출신 이명박은 질 나쁜 경영인답게 ‘사자방’으로 나라의 곳간을 털었습니다. 제대로 된 경력 없이 오로지 아버지의 후광으로 평생을 보낸 박근혜는 역시 그 무능으로 인해 탄핵 당했고요. 말로만 ‘공정과 상식’을 외치고 ‘법과 원칙’을 따진다면서 실제로는 ‘무전유죄 유전무죄’ 혹은 ‘무권유죄 유권무죄’를 신조로 수사권과 기소권을 휘두르는 검찰 출신 윤석열 대통령은 어떤 능력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는 걸까요. 남편과 함께 공동으로 권력을 운영하고 있다는 논란 속에 휩싸여 있는 김건희 씨의 경우는 또 어떨까요. 세상에는 지금 대통령의 각급 인사나 국정운영 수준이 딱 ‘코바나 컨텐츠’ 경영 수준이라는 말이 파다한데, 이런 소문이 갖는 함의는 무엇일까요.

다시 한번 신영복 선생의 통일론적인 해석에 따르면, 지금 윤석열-김건희 정권은 자격(수신제가)이 없는 이들이 나라를 다스린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이들로 인해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는 아우성이 백 퍼센트 이해가 됩니다. 8조목이 허물어지고, 명덕·친민·지선 3강령이 송두리째 사라져 버렸습니다. 이러니 국민들이 손 놓고 있으면 조만간 ‘국파산하재(國破山河在)’라는 시구를 읊조리게 되지 않을까 두려운 것입니다. 당나라 현종이 양귀비에 빠져 국정을 내팽개치고 안록산이 난을 일으켜 폐허가 된 장안을 헤매며 두보가 지었다는 시 ‘춘망(春望)’의 첫 구절 “나라는 망했는데 산과 강은 그대로구나”라는 한탄이지요.

그렇게 나중에 후회할 수만은 없겠지요. 신영복 선생은 다음과 같은 맹자의 말씀도 전합니다. “(국가에 있어서) 가장 귀한 것은 백성이다. 그 다음이 사직(국가의 법통)이며 왕이 가장 가벼운 존재이다. 그러므로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되면 천자가 되고, 천자의 마음에 들게 되면 제후가 되고, 제후의 마음에 들게 되면 대부가 되는 것이다. 제후가 (무도하여) 사직을 위태롭게 하면 그를 몰아내고 현군(賢君)을 세운다.”

봉건왕조 시대에 왕을 몰아내는 혁명의 논리를 세운 것입니다. 맹자는 설사 왕일지라도 무도한 자라면 민중은 그 자를 몰아낼 수 있다는 건데 그 왕은 손바닥에 王자를 쓴 가짜 왕이 아니라 진짜 왕을 이야기하는 겁니다. 하물며 이 민주시대에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이 무도한 자라면 두말 할 나위도 없지요.<끝>
 

이전화면맨위로

확대 l 축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