첩첩이 산이요 골골이 물인 수려한 산세에 누대에 걸쳐 터잡고 살아온 주민들의 인심은 순후, 순박한 임실지역에서 요즘 다리 하나를 놓고 주민들 간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표면으로만 보면 임실군의 작은 다리 하나에 불과한 사소한 일로 치부될 수 있지만, 그러나 문제의 ‘만월교’는 단순한 교량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어 주목을 받고 있다. 일제강점기 때 만들어진 이 다리는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의 역사 속에서 수많은 양민들의 삶과 죽음, 고통과 희망을 함께한 산증인이다. '만월교'는 단순히 물산을 실어 나르고 사람들이 오고 가는 물리적인 구조물이 아니라, 우리 근현대사의 아픔과 화해를 상징하는 장소로 남아야 할 가치가 있다.
*한국전쟁의 비극 간직한 '만월교'
'만월교'는 전쟁의 광기 속에서 동족 간의 잔인한 폭력을 지켜보며 침묵한 다리다. 회문산과 회진마을, 그리고 부흥광산으로 이어지는 길목에 서 있는 이 다리는 수많은 양민들이 끌려가거나 피난을 떠났던 길의 중심에 있다. 한국전쟁 당시, 이념의 이름으로 행해진 학살의 참혹함은 여전히 그 지역의 주민들에게 깊은 상처로 남아 있다. 하지만 '만월교'는 단지 아픔의 상징만은 아니다. 이름 그대로 ‘만월(滿月)’은 평화를 기원하는 달빛과 희망을 담고 있다. 회문산의 망월봉에서 바라본 섬진강 위의 만월은, 그 시대의 양민들에게 평화의 염원과도 같았다. '만월교'는 그들이 평화를 꿈꾸며 지켜본 다리이자, 우리 모두가 기억해야 할 역사의 교훈이다.
*역사적 장소로서의 보존 가치
현재 '만월교'는 노후화와 안전성 문제로 인해 철거 논란에 휩싸여 있다. 어떤 이는 여름철 홍수로 인한 위험을 우려하며 철거를 주장하고, 또 다른 이는 현대적 기능을 상실한 다리가 쓸모없다고 여긴다. 그러나 이런 시각은 '만월교'가 단순한 교통 인프라가 아니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역사적 유물은 단순히 기능적 가치를 넘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의 현장으로서 존재해야 한다. ‘만월교’는 분단과 전쟁의 상흔, 그리고 평화를 향한 염원이 담긴 장소이기 때문이다. 이를 철거한다는 것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지우고, 후세에게 교훈을 전할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야만적 행위에 다름 아니다.
*보존과 재활용 통한 역사적 재생
'만월교'를 철거해야 한다는 주장의 근본 원인은 노후화로 인한 다리의 안전성과 현대적 활용 부족에 있다. 하지만 이는 철거가 아닌, 보존과 재활용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만월교'의 교각은 지금도 여전히 견고하며, 이를 활용해 상판을 새롭게 아치형 철재 구조물로 교체한다면, 안전성을 확보할 뿐만 아니라 역사적 의미를 담은 자전거 도로나 보행교로 재탄생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재생은 단순히 다리를 보존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만월교'를 역사적 기념물로 탈바꿈시키는 작업은 전쟁의 상흔을 평화의 메시지로 승화시키는 과정이다. 보행교로 변신한 다리 위에서 방문객들은 과거의 아픔을 되새기고 앞으로 나아갈 평화의 길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후세에게 전할 교훈의 현장으로
임실에 남은 몇 안 되는 근현대사 유물인 '만월교'는 단순한 구조물이 아니라, 우리가 미래 세대에게 전해야 할 교훈과 가치를 담은 역사적 장소이다. 철거라는 선택은 당장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이는 동시에 우리의 과거를 지우는 행위와 같다. 우리가 '만월교'를 역사적 현장으로 보존하지 않는다면, 후손들은 이 땅에서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겠는가?
보존과 활용의 조화를 통해 '만월교'를 지켜야 한다. 이 다리를 철거하지 않고,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킨다면, 우리는 임실의 역사와 함께 살아갈 자부심을 후손들에게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만월교'는 단지 다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모두의 역사이자, 평화를 향한 꿈이 담겨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만월교'를 지키는 일은 우리 스스로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철거의 위기에 처한 '만월교'가 평화와 화해의 다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임실 군민을 비롯한 양식있는 도민들의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모두는 사리질 위기에 처한 '만월교'를 지켜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