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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탈출, 제발 분석부터 제대로 하라(1)

홍종학 칼럼
전 국회의원
정부의 주가 부양 노력이 무색하게 한국의 주식시장은 맥을 못추고 있다. 밸류업 정책 한다고 1년 내내 요란을 떨었고, 금투세를 폐지해야 주식시장이 살아난다고 야당을 협박하다시피 해 금투세를 폐지시켰지만 주식시장은 오르기는커녕 떨어지고 있다.

때마침 한국은행의 국제투자대조표가 발표되자 언론의 수사가 화려하다. 개미들의 국장 탈출에 대한 기사가 이어졌고, 심지어 아이큐 순서대로 국장을 탈출한다는 자조적인 인터넷 기사까지 등장하기도 했다. 3/4분기에 해외 주식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수익을 얻은 반면, 국내에 투자한 외국인들은 큰 손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자료가 발표된 것에 기반한 기사들이다.

시장은 냉정하게 거짓말을 폭로했다. 밸류업 정책과 금투세 폐지가 주가를 부양할 것이라는 거짓말은 금방 들통났다. 한국 정부의 정책 능력에 대한 신뢰는 다시 한번 추락했고, 시장은 준엄하게 이를 꾸짖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인하해도 주가는 추락하고 있다. 경제가 위기에 처할 때 최후의 보루는 정부와 한국은행이고, 그 힘의 원천은 공신력이다. 정부와 한국은행이 스스로 정책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행위를 반복하고 있기에 시장의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더 주목해야 하는 사실은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는 언론이다. 사실이 아닌 주장을 통해 정부의 실책을 덮고 문제의 본질을 밝히지 못하게 하고 있다. 마치 현명하지 못하거나 개인적 이익을 좇는 개미투자자들 때문에 주식시장이 안 좋은 것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러면 정부 관계자들도 올바른 정책을 펴기가 어렵다. 사실은 전혀 다르다. 팩트체크가 필요하다.

*팩트체크 1. 개미투자자들은 국장을 떠나지 않았다
개미투자자들이 국장을 떠났다는 통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지난 4년 간 한국 주식시장에서 일관되게 매도한 주체는 기관이다. 외국인은 매도하다가 지난 2년간 매수로 돌아섰지만, 3/4분기부터 다시 강한 매도세를 보이고 있다. 개미투자자들은 2021년과 2022년 기관과 외국인의 매도물량을 다 받아내며 코스피 시장에서만 134조 원어치를 사들였다. 작년에 코스피 시장에서 28조 원을 팔았고, 상반기에 30조 원을 팔았는데 이는 외국인들이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기존의 보유 물량을 처분한 것으로 보인다. 개인이 국장을 떠나고 있다고 주장한다면, 훨씬 매도를 많이 한 기관의 문제를 먼저 짚었어야 한다.

*팩트체크 2. 수익률 최악 이유는 내수침체와 미래 불확실성 때문
정부에서 주식시장 부양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아무런 효과가 없다. 주식가격은 미래의 수익 대비 현재가치에 대한 예상을 반영한다. 따라서 금년도 한국 주식시장 가격이 오르지 못하는 이유는 내수침체와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으로 보아야 한다.
한국은 수출주도형 경제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고 있다. 경기 민감형 경제가 되어 세계 경제의 경기를 선(先)반영한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가장 먼저 움직이는 시장이 되기도 한다. 주력상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자동차, 철강, 화학 등의 전망이 나빠지면서 한국 시장이 제일 먼저 타격을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부의 자해적 재정정책으로 내수침체가 깊어지면서 내수 관련 주식들의 전망도 밝지 않다. 서민경제가 어려워지면 주식시장만 좋기는 힘든데, 서민경제를 살리는 정책 대신 주가부양만 하려니 효과를 발휘하기 어렵다.

*팩트체크 3. 국장 탈출은 공공부문이 선도하고 있다
한국의 해외 주식투자는 최근 들어 급격하게 늘고 있다. 해외 주식투자를 이끄는 주체는 공공부문이다. 2023년 현재 해외 주식투자의 50% 이상은 공공부문이 차지하고 있고, 이를 국민연금이 주도하고 있다. 과거 국민연금은 분산투자의 원칙을 무시하고 국장에만 투자하다가, 어느 순간 해외에 투자해야 한다는 합리적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해외투자를 늘리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 총 자산의 1/3이 해외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고,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해외투자를 계속 확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액수가 크다 보니 환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데, 아랑곳하지 않고 이미 결정된 해외투자를 강행하고 있다. 해외투자의 방향은 맞지만 환율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채 해외투자를 늘리는 것이 맞는지 의구심이 든다. 국민연금의 국장 탈출 속도가 합리적인지 되돌아 봐야 한다.

*팩트체크4. 개인투자자의 국장 탈출은 허구적 주장이다
전체 해외 주식투자 중에서 민간 부문은 50%가 채 안 된다. 그중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은 40%가 안 된다. 즉, 전체 해외 주식투자 중에서 개인투자자 비중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민간 부문 중에서 개인투자자 비중도 2019년에는 20%에 불과했다. 그러니 개인투자자들은 공공부문과 기관투자자들에 이어 해외투자에 나섰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해외 주식투자가 증가하는 이유는 해외 주식투자가 편리해진 이유도 있다. 증권사들이 경쟁적으로 개인의 해외 주식투자를 부추기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면 국민연금이나 기관들의 해외투자보다 뒤늦게, 그것도 상대적으로 액수도 적은 개인투자자의 해외투자 위주로 국장 탈출을 논의하는게 이상하게 보일 정도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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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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