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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시 탈출, 제발 분석부터 제대로 하라(2)

홍종학 칼럼
전 국회의원
*팩트체크 5. 해외투자는 금융 안정성을 높인다
한국은행의 국제투자대조표에 따르면 금년 3/4 분기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은 9778억 달러로 1조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외환위기를 겪었던 한국경제의 금융 안정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또한 한국의 대외투자는 그 나라 통화로 표시되는 반면, 외국인의 국내투자는 원화로 표시된다. 최근 환율이 상승하고 있기 때문에 순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하는 효과도 있다. 이처럼 한국의 순대외금융자산이 증가하게 되면 외환위기를 걱정할 필요가 없게 되고 이는 금융시장의 안정성을 높이게 된다. 개미투자자들이 해외에 투자를 늘리는 것은 개인적으로 분산투자를 통해 합리적 자산 배분을 하면서 동시에 국가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기에 권장해야 할 사항이다.

*팩트체크 6. 국장 탈출이 주식시장의 침체를 가져온 것이 아니다
한국 주식시장의 침체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한 통계에 의하면 지난 10여 년 간 한국의 주식투자 수익률은 연평균 2%에 불과한데 이는 OECD국가 중 최하위권에 속한다. 10여 년간 낮은 수익률을 보였고 미래의 전망도 밝지 못하다면 한국 주식시장에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은 선택이 된다. 10년간 평균적으로 한국 주식시장의 상승률이 낮다면 이는 구조적 문제이다.

구조적 문제의 핵심은 한국의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출산으로 인한 성장률 하락, 기술 혁신의 둔화로 인한 수출 경쟁력 약화, 대주주의 전횡을 방조하는 주식시장 규칙으로 인해 개미투자자들은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최근에는 대표주식인 삼성전자조차 휘청거리면서 한국의 주식시장은 안정적 자산 증식 수단으로서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 자연히 개미투자자들은 모험적이고 투기적인 도박성 투자에 몰리고 있다. 밸류업 정책이나 금투세 폐지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팩트체크 7. 개인투자자들의 미국 몰빵 투자가 문제다
개인투자자들의 해외투자는 권장할 사항이지만, 이들 투자가 합리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해외 투자액 중 90% 이상이 미국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미국의 실적이 좋기 때문에 수익률이 높지만, 안정적인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몰빵 투자에 지나지 않는다. 더욱이 개인들은 투자액의 50% 상당을 10개 종목에 몰아서 투자하는 지극히 편중된 행태를 보이고 있다.

소위 미국 대형 기술주 중심으로 투자하고 있는 것인데, 최근 인공지능 열풍을 타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종목에 집중하는 행태로 보인다. 개인들의 입장에서는 합리적일 수 있으나, 집단적으로 이런 행태를 보이는 것은 우려할 만하다. 불행하게도 이런 위험한 투자에 대한 경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언론이 국장 탈출만 보도하고 있으니 정책 당국도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다. 실제로 개인투자자의 위험한 투자 행태에 대해 정부 당국의 대책은 없어 보인다.

*팩트체크 8. 가장 위험한 몰빵 투자는 부동산이다
미국 주식에 몰빵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들의 투기행위보다 더 큰 문제는 부동산 몰빵 투자이다. 현재 한국 가계의 자산은 대부분 부동산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고, 고연령층의 경우는 80%를 넘고 있다.

빚을 얻어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가계부채가 증가했고, 이것이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위협요인이다. 보유 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큰 탓에 관련 산업이 기형적으로 비대해졌다. 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지 못하는 건설업과 부동산업에 대한 과다한 투자로 인해 관련 기업들의 부채가 최근 급격히 증가했다. 한국 주식시장의 수익률이 낮은 구조적 이유는 한국 기업들의 생산성이 낮기 때문이다. 생산성을 높이는 R&D 지원 자금과 벤처기업 지원 자금을 줄이는 대신 건설업과 부동산업 대출을 늘리니,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지기 어렵다.

국장 탈출은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국장 탈출은 국민연금과 기관이 주도하고 있고, 개인투자자들은 뒤늦게 뛰어들었다. 국장 탈출의 근본적인 이유는 한국 주식의 수익률이 낮은 탓이고, 주식 투자의 수익률은 미래의 성장률과 경쟁력에 달려 있다.

한국 경제의 경쟁력이 떨어진 이유는 과거 10여 년간 기술 투자보다는 부동산 투자에 집중한 탓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한 정책에만 집중하고 있다.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한 성장률 제고는 마약과도 같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이 떨어져 환율이 상승했어도 수출이 늘지 못하고 있고, 이러한 추세를 바꾸지 못한다면 한국 주식시장의 수익률을 높일 수 없다. 그런데도 건설경기 부양에만 몰두하는 정부의 모습이 한심하기 그지없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을 쓰는 한 한국 경제의 미래는 어둡다. 정부의 잘못된 정책이 바뀌지 않는 한 서둘러 국장을 떠나는 것이 개인의 자산도 지키고 한국 경제에 기여하는 길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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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시민언론 민들레에 기 게재된 내용임을 밝힙니다.
외부원고 및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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