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의민주주의 정치제도에서 선거운동의 자유와 공정은 선출된 권력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두 기둥이다. 선거운동이 자유롭지 못해 후보자들이 유권자들에게 충분히 대표자로서 자신의 자질과 펼치고자 하는 정책의 방향을 알리지 못한다면 유권자들은 선출된 대표자를 신뢰하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선거과정에서 금품 살포가 이루어진다거나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허위사실이 유포되는 등 반칙행위가 자행된다면 유권자들은 그러한 방법을 통해 당선된 대표자를 인정할 수 없을 것이다.
선거법은 선거운동의 자유와 공정을 보장하기 위한 규칙, 경기의 룰과 같은 역할을 한다. 선거법은 후보자들이 최대한 유권자들에게 후보자 공정한 판단을 방해하는 금품 공세와 거짓말 같은 반칙 행위를 차단해야 한다. 단순히 법규정이 엄정하게 쓰여 지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현실적으로 선거관리위원회 등 관계 기관이 선거과정에서 공정하게 선거법규를 집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
유권자들이 선거과정과 그 결과를 신뢰할 수 있도록 대의민주주의가 성숙하기까지 많은 진통이 필요했다. 1960년 제4대 대통령선거에서 정부는 당시 여당인 자유당 후보를 당선시키기 위해 투표함 미리 채워 넣기, 3인조?5인조 공개투표 등 온갖 불법을 자행했다. 부정선거는 전국민적인 저항으로 이어졌고 결국 정권의 붕괴를 가져왔다. 국민들은 부정선거의 결과와 그러한 결과를 가져온 정부를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 후 헌법에 의해 중립적인 선거기관인 각급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직되는 등 공정한 선거를 위한 각종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고, 민주주의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높아졌다. 과거와 같은 노골적인 관권개입은 이루어질 수도 없고 국민들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시대의 변화와 함께 선거의 공정을 위협하는 새로운 요인들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사이버상의 선거법 위법행위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에서는 이메일, SNS 등을 통한 사이버공간에서의 선거운동을 상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사이버상의 선거운동은 한편으로는 선거운동의 기회균등 원칙을 해치지 않으면서 선거운동의 자유를 확대할 수 있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인쇄 매체나 인력을 통한 선거운동과 달리 이메일, SNS 등을 활용한 선거운동은 비용 부담이 크지 않고 따라서 자금력에 상관 없이 후보자들에게 균등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다. 유권자들도 후보자들의 SNS 등을 통해 능동적으로 후보자와 정당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사이버상의 선거운동 확대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선거의 공정에 있어 새로운 위협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전통적인 매체와 달리 사이버 공간에서는 누구나 정보생산자가 될 수 있으며 정보 유통 속도는 전통적인 매체에 비할 수 없이 빠르다. 반면 유통되는 정보의 신뢰성을 검증할 수 있는 방법은 적다.
이른바 가짜뉴스의 범람이 이를 잘 보여준다. 선거에 임박하여 후보자에 관한 가짜뉴스가 광범위하게 유통된다면 이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한편 사이버공간에의 정보유통은 은밀하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가령 SNS 단체채팅방에서 오가는 대화는 참여자가 아니라면 그 내용을 알 수 없다. 꼭 선거관련 정보가 아니더라도 진위가 확인되지 않은 정보가 찌라시의 형태로 단톡방을 통해 확산된 사례가 이미 다수 존재한다.
과거의 관권개입과 같은 선거부정사례가 공공연하게 이루어졌다면 현재의 선거법 위반행위는 사이버 공간에서 은밀하게 이루어진다.
일부 문자폭탄과 같은 부작용이 있기도 하지만 매체의 발달과 함께 그 어느 때보다 국민들의 정치참여통로가 다양해지고 활발해졌다.
유권자들이 단순히 선거일에 한 표를 던지는 것을 넘어서 주권자로서 선거과정에서 감시자의 역할을 한다면 선거법 위반 행위를 예방하고 선거의 공정을 지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제21대 국회의원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선거권자 연령이 확대되어 실시되는 첫 선거이기도 한 이번 선거가 미래 세대에게 귀감이 될 수 있도록 깨끗하고 공정하게 치러지길 기원한다.
/고창군선거관리위원회 지도홍보계장 김청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