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무엇인가 만들거나 계획할 때 그 바탕을 세우는 것을 ‘토대를 세운다’고 말한다. ‘토대’는 국어사전에 ‘어떤 사물이나 사업의 밑바탕이 되는 기초와 밑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고 적혀있다.
6월은 오늘의 대한민국 토대를 만드는데 희생과 헌신을 해주신 분들을 잊지 않고 기념하고자 특별하게 호국 보훈의 달로 지정되어 있다. 좀 더 넓게 살펴보면 지난해에는 조선의 독립을 대대적으로 선언한 3.1운동과 중국 상해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설립되고 정확히 100주년이 되는 해였다.
3·1운동 정신을 이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고귀한 토대 위에 세워진 우리나라는 100년 동안 여러 암울한 시기를 이겨내며 전 세계로 우리의 문화를 알리고 있는 부강한 나라로 탈바꿈했다.
하지만 고귀한 토대로 이룬 우리의 삶이 다른 한쪽에서 흔들리고 있다. 현재 사회 곳곳에서는 끊임없는 사고와 문제로 인해 안전이라는 토대가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1년 동안 우리나라에서는 화재 4만2천여 건, 구조 83만7천여 건, 구급 292만4천여 건이 발생했다. 매년 국민 13명 중 1명은 안전에 문제가 생긴다고 분석된다.
우리의 삶을 지탱해 줄 ‘안전’이라는 토대가 왜 이렇게 흔들리고 있을까? 이런 문제는 개인의 결함이나 불안전한 행동이 원인일 수도 있고 사회시스템에 의해서 야기됐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바로 경제 논리의 근본이 되는 돈, 즉 ‘비용’ 때문이 아닐까.
모든 안전 문제에 대비하기 위해선 많은 비용이 발생한다. 가정(단독주택)에서는 안전을 위해 소화기와 단독경보형감지기를 설치를 하고 있고 일정 이상의 건물에서는 스프링클러나 옥내소화전 등 안전에 대한 투자를 법적으로 명시되어 있다.
또 신속한 재난 대응을 위해 소방서를 설치하고 소방인력을 늘리는 등 재난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이런 모든 것이 ‘비용’ 이다.
이런 비용은 항상 필요한 게 아니라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기에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안전’이라는 기회비용 대신 ‘편리’ 또는 ‘안전불감증’이라는 기회비용을 선택하고 있다. 경제 논리 관점에서 본다면 이는 결코 잘못된 게 아니다.
하지만 최근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에서 보았듯 이런 논리로 인해 생긴 법의 사각지대에서는 안전시설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많은 피해가 나온 사고를 겪게 됐다.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제천 스포츠센터ㆍ밀양 요양병원 화재처럼 안전 대신 돈을 선택한 결과는 소중한 생명을 잃는 것뿐 아니라 큰 사회적 비용이 손실되고 사회안전망에 대한 불신과 심각한 물질ㆍ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과거는 반복된다’고 했다. 우리는 앞선 경험에서 소방인력 확대나 소방시설 설치 등 안전에 대한 투자는 사고로 인한 피해의 매몰 비용보다 적기 때문에 결코 아까운 게 아니라는 것을 안다.
안전이라는 토대는 실제 일상생활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재난이 발생하면 안전이라는 토대의 유무에 따라 재산피해와 인명피해는 극과 극의 결과를 가져온다. 이 중요성은 지금까지 우리가 겪어온 재난들을 통해 강력한 메시지를 계속 보내왔다. 아직도 이를 외면 할 것인가? 이제는 안전이라는 토대를 어떻게 세워야 할지 깊이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익산소방서 방호구조과 소방교 김동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