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 구호 외치고 마무리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안전! 안전! 안전!’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외침이 어김없이 울려 퍼졌다. 한여름 뙤약볕이 내리쬐며 더위가 서서히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요즘, 끊임없이 길을 비춰주는 눈 부신 태양과 함께 흘러가던 시간도 서서히 내년의 그 날에 닿기 위해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현역병보다 편한 생활을 하고 싶은 마음, 그리고 실전에서 국가에 기여할 기회라 생각해 지원했던 의무소방원 생활도 그 마침표를 찍기까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슬슬 복무의 반환점을 돌고 있는 오늘따라 유독 자랑스레 느껴지는 가슴팍의 새매와 119마크를 만져보며 소방관들과 같은 주황색 옷을 입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그리고 그동안 소방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보통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멀게 느껴지는 이 생명의 길을 달리는 사람들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재작년 겨울에 학교 도서관에서 모집 공고를 발견한 후 다소 즉흥적으로 지원해서 여기까지 오는 덴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때는 119에 신고했을 때 오는 구급차에 타고 있는 사람들이 소방관인 줄도 몰랐던 내가 이제는 출동벨이 들리면 몸이 먼저 1층 차고를 향해 움직이고, 직접 소방차나 구급차를 타고 재난 현장의 일선에 서 있다는 점이 가끔 어색하기도 했다.
소방관들은 항상 준비되어 있다. 그렇기에 긴장하지 않는 것이었고 어떤 상황에서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출동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해두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이 대기하는 곳이 곧 현장이란 말이 어떤 말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First in, Last out’이라는 신념과 더불어 현장에서 구해야 하는 목숨이 요구조자와 본인까지 총 2개라는 말은 단순하게 멋있는 말로 듣기에는 그 무게가 한껏 무거웠다. 그리고 화재 진압이나 구조·구급 출동 외에도 생활안전 서비스 제공이나 각종 방호·예방 업무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뒷받침하는 분들의 묵묵한 책임감도 많이 알려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장 현재진행형인 COVID-19 감염병 재난 사태에도 전국 각지의 소방관들이 차출되어 의료진들과 합심해서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있다는 사실까지 함께 강조돼야 마땅하다.
새로운 재난이 속속들이 등장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의 발걸음에 맞춰 소방의 역할 역시 갈수록 막중해질 것이다. 올해 4월 1일 자로 국가직이 된 소방이지만 아직‘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의 가치에 상응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많이 남은 것 같다. 의무소방의 입장에서 봐도 확연한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 지금 상황에서 지역 차이 없는 균등한 발전, 그리고 인력 확충과 함께 노후화된 장비와 시외에 있는 작은 센터 시설들까지 차츰 개선이 이루어지는 것이 급선무라 생각한다. 소방차량 우선통행 문화 정착부터 시작해서 첨단장비 도입까지 효율적인 현장 활동을 위한 여러 혁신적인 정책들도 필요한 시점이다.
내년 이맘때면 익산소방서를 떠나 원래의 자리로 복귀하겠지만, 앞으로의 삶에서‘소방’이라는 두 글자가 주는 두근거림과 울림은 오래도록 이어질 것 같다. 이곳에서의 기억으로부터 오는 명예와 자신감은 잊지 못하리라 확신한다. 무엇보다 전역의 그 날까지 그리고 그 이후로도 전국의 모든 소방관이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근무하길 바랄 뿐이다. 이에 일말의 보탬이라도 더 되기 위해 오늘도 나는 재난의 최전선에서 안전을 외친다.
/익산소방서 의무소방원 상방 서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