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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tact-추석”가장 큰 선물은 안전(安全)

높고 청명한 하늘이 찾아오고 그 오롯함에 눌린 듯 지난했던 여름철 장마와 태풍, 그리고 불볕더위가 슬며시 모습을 감춘다. 어김없이 가을 들녘에는 황금빛 물결이 너울거린다.

귀를 간질거리는 서늘바람과 꽤 쌀쌀해진 공기에 옷깃을 여미면서 우리는 일주일 남짓 남은 한가위를 기다리고 있다. 평소의 이맘때라면 오랜만에 만날 가족·친지들과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상상하며 설레야 하겠지만, COVID-19 재난으로 방역과 거리두기가 일상화된 올해는 이 풍경을 보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겠다.

한풀 꺾였던 감염 확산세가 다시 번지고 있는 현시점에서는 귀성, 성묘 등을 위한 인구 이동을 최소화하는 것이 권장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렇게 변화하는 명절 풍속에도 찾아오는 불청객이 있다. 소방이 언제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지켜보고 있는 화마가 서서히 기지개를 켠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5년(2015∼2019년)간의 추석 연휴 기간 3일 동안 총 1,440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이로 인해 8명이 숨지고 71명이 다쳤다. 주거시설 화재가 499건(34.7%)으로 가장 많았고 차량 화재 160건(11.1%), 산업시설 122건(8.5%)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전라북도에서는 총 65건의 화재가 발생했으며 그중 무려 절반에 가까운 33건의 화재 원인이‘부주의’인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소방서에서 시행하는 추석 연휴 맞춤 화재 예방 종합대책은 올해도 변함이 없다. 연휴 중 화재 특별 경계 근무를 기반으로 각종 안전관리에 심혈을 기울인다.

대표적인 특수시책으로 연휴 내 운영되지 않는 산업시설까지 놓치지 않고 자율적인 안전관리가 이루어지도록 ‘가동중지 사전 신고제’을 통해 안전한 추석을 지원한다.

또한 올해는‘언택트 시대’라는 전례 없는 국면을 맞이한 만큼 비대면 화재 안전관리 체계를 강화하고자 소방대원이 나서지 않고, 관계인이 직접 자율점검을 실시하고 점검부를 소방서에 통보하여 그 결과를 토대로 불량사항에 대해서는 소방시설 작동 및 유지·관리 등 동영상을 활용하여 비대면 안전지도에 나선다.

특히, 시민들이 가정 내에 머무르는 시간이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어 주택화재 예방에도 각별히 신경을 쓸 예정이다.

피상적이고 사변적인 대책은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소방은 장기적·체계적 관점에서 그 어느 때보다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실전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의 자세로 혜안을 최대한 발휘하고자 하는 소방을 곁에 두고 이제 공은 넘어갔다.

남은 과제는 한 사람, 한 사람의 협력이다. ‘안전’이란 것은 우리들의 삶과 행복에 밀접하게 연결된 가치다. 익숙함에 속아 그 필요성을 잊어 생기는 빈자리에 따른 대가는 가혹한 상실로 다가온다.

소중한 무언가를 잃은 후의 만시지탄(晩時之歎)이 반복되어선 안 된다. 그리고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존재인 안전은 소방관들만으로는 지키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시민들도 또 한 명의 소방관이 될 수 있고, 되어야 한다. 재난을 극복하는 처음이자 마지막 열쇠는 개인의 책임감이다. 전기설비의 누전을 방지하고, 주택용 소방시설을 준비하는 등 사소한 관심과 투자가 방염의 첫걸음이다. 소방이 재난의 위협으로부터 일상을 보호하고 일선에 앞장서서 문을 닫는 역할까지는 할 수 있다. 하지만 마지막에 그 문을 잠그는 사람은 이 순간과 하루를 살아가는 시민들이다.

미국 시의 아버지라 불리는 윌리엄 컬런 브라이언트는 이런 시구를 남겼다.  ‘가을은 그 해의 마지막이자, 가장 사랑스러운 미소이다’
이번 가을도 가만히 우리를 지켜보는 한가위 달빛의 여유가 빛바래지 않으면 좋겠다. 유독 고달팠던 올 한해를 아름답게 포개어 떠나보내는 가을밤이 되도록 전 사회가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기를 바란다.


/익산소방서 방호구조과 소방경 권경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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