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1만년 전, 후기 홍적세라 불리는 시기에 인류가 지구상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인류는 다른 거대 동물들에 비해 몸체가 작았다. 몸체가 작다는 것은 생존의 불리함을 뜻함에도, 인류는 집단생활의 수행, 불의 발견, 높은 지능의 활용을 통해 장애물을 극복했다.
또한 원시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농경 사회에서 산업 사회로, 산업 사회에서 정보 사회로 꾸준한 발전을 이룩했다. 이러한 과정 속에는 전구, 증기기관, 컴퓨터와 같이 다음 단계로의 진일보를 이끌어낸 사물을 발명해 낸 영웅들이 있었고, 인간의 꾸준한 직진 본능이 미래를 상상하게 했다.
허나, 2020년의 우리는 새로운 흐름을 마주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市에서 원인 불명의 폐렴이 발생했다는 뉴스가 전해진 것이 그 시작이었다. ‘수백 명이 이미 사망했다, 유전 구조가 닮은 SARS(사스)에 비해 전파력이 더 강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연일 매체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이러한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우리 중 대부분은 ‘과거 SARS(사스)와 MERS(메르스)의 지속기간이 두 달 이내였으며 여름에는 전파력이 강하지 않았다’는 소문을 믿었다.
그렇게 심각한 문제가 아니리라 생각했다. 곧 종식될 것이라는 희망과 발전된 과학 및 의학기술에 대한 신뢰, 내 옆에 가까이 있는 이 사람들은 감염자가 아닐 것이라는 근거 없는 추측과 바람으로 인해 식당과 술집은 붐볐고, 젊은이들은 이태원의 클럽을 가득 채웠다.
돌아보니 어쩌면 우리는 별일이 없을 것이라고 그저 믿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근거 없는 추측과 바람에 근거한 방심의 결과로 우리는 ‘일상’을 빼앗겼다. 가까운 친구와의 밥 한 끼도 고민하게 됐으며, 가을의 정취를 즐길 수 있게 해주던 단풍놀이나, 설렘 가득한 대학 생활을, 매해 봄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던 축제는 지나간 이야기가 됐다.
2020년. 우리는 이전의 직진본능을 좇던 시기와는 달리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회에서 살 게 됐다. 물론, 매일 신규확진자 수를 경신하는 타 국가들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성공적인 방역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K-방역, 모든 전문가와 의료진들과 성숙한 시민의식은 자랑스러워 할 만 하다.
그렇지만 우리가 진정으로 환호해야 할 때는 아직 오지 않았다. 현재의 환호 뒤에는 ‘과거의 일상’을 포기한 우리 모두가 존재한다. 특히 의료진과 확진자 및 의심 환자를 이송하는 소방공무원, 기존 업무에 코로나 19 바이러스와 관련된 추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행정공무원들의 희생이 계속되고 있다.
그러니, 아직은 긴장을 놓지 말자. 정부의 방역수칙을 잘 준수하고, 개인위생을 철저히 하자. 짧은 환호에 뒤이은 방심이 불러온 수십 건의 연쇄 확진을 우리는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 코로나가 종식된 이후, 우리가 누리던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왔음을 기념하며 그때, 누구보다 기쁘게 환호하자.
/익산소방서 의무소방원 일방 강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