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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먹는 것이 곧 내 몸이 된다’

생명체와 먹거리는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벌은 꽃가루의 꿀을, 호랑이는 고기를, 소는 풀을, 판다는 댓잎을, 코알라는 유칼립투스를 먹는다. 특정 먹거리가 사라지면 그에 의존하는 생물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마치 들판에 소똥이 사라져 쇠똥구리가 사라진 것처럼.......
'내가 먹는 것이 곧 내 몸이 된다' '내 식단이 곧 내 건강이다'
나의 몸을 알고 싶으면 내가 먹는 것을 관찰하여 보면 된다. 밥, 빵,채식,육식, 막걸리, 와인 등 식단을 어떻게 구성하고 있는지 중요한 요소이다.

그 민족의 주식(主食)은 민족의 정체성을 담고 있다. 먹거리를 통해 그 민족의 역사, 사회, 문화를 이해할 수 있다. 그 시대의 생활양식, 문화 및 가치관을 엿볼 수 있다.
로마인의 주식은 빵과 죽, 올리브, 와인, 가룸, 채소와 해외에서 가져온 고기, 햄, 소시지 등 다양하게 먹는다. 그들은 음식을 얻기 위해 개인의 목숨과 국가의 운명을 걸고 싸웠다. 그 결과 광활한 영토를 확보하였고 경제가 발전하게 되었다. 로마인의 먹거리를 이해할 때 로마의 역사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과 민족을 이해하려면 먹는 것을 살피면 된다.

 우리 민족의 주식은 쌀이다. 오늘날 다양한 식사 스타일과 식재료가 있지만, 쌀은 우리 민족의 근간을 이루어왔다. 고조선시대부터 현재까지 쌀은 우리 민족의 주식으로 자리 잡아왔다.
그 나라의 주식은 개인의 취향에 따라 쉽게 변하는 것이 아니다. 취향은 작물을 심어서 먹거리를 만들지 못한다. 음식과 재배 작물은 역사적으로 뿌리내린 전통과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기후 조건에 따라 다양한 양상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남미의 아보카도와 마카가 훌륭한 강장 기능을 갖고 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는 인삼을 대신할 수 없다. 이처럼 주식은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기후에 따라 형성되어 왔다.

 한국인이 밀보다 쌀을 주식으로 선택한 이유는 한반도의 기후적 조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습하고 더운 기후로, 밀보다는 벼가 더 잘 자란다. 이런 이유로 한반도가 벼 재배지인 것이다.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쌀에 대해 잘 알고 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쌀은 우리 민족의 주식이자 문화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쌀을 모르고 우리 자신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마치 자신의 아버지를 모르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쌀은 단순한 식량이 아니라 우리 역사와 전통, 정체성을 대변하는 중요한 문화적 상징이다.
 우리의 식생활에 있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쌀에 대해서도 알았으면 좋겠다. 벼는 언제 심고 어디서 자라며, 품종이 몇 개인지, 종류가 무엇인지, 맛있는 쌀의 외형적 품위와 내면적 조건이 무엇인지 등 아는 것은 상식이다. 
 
식사할 때 이런 대화를 나누어 보자. ‘오, 오늘 쌀은 신동진이라니!’, ‘쌀알이 크고 쫄깃쫄깃해서 정말 맛있어 보이네.’ ‘영양사님이 매일 신선한 쌀을 구입하시니 쌀 맛이 정말 좋지?’, ‘여기에 향긋한 십리향 쌀까지 넣으면 더욱 구수한 향이 나겠어.’, ‘이렇게 먹으면 기분이 절로 좋아질 것 같아!’
 
쌀에 대한 사랑은 농부와 관계 공무원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소비자를 위한 것이기도 한다. 쌀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은 곧 내 몸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과 같다. 내가 먹는 것이 바로 나의 몸이 되기 때문이다.

-이인석 전북특별자치도농업기술원 지방농업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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