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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드리안

1872년 오늘 태어난 몬드리안은 고흐와 비슷한 시기에 네덜란드가 배출한 세계적 화가다. 그가 태어날 때 19세의 고흐는 실패한 선교사나 화랑 점원 등으로 떠돌고 있었다. 뒤늦게 화가가 된 고흐가 10년 만에 죽을 때는 몬드리안도 암스테르담 미술학교에서 미술을 배우고 있었다.
이처럼 비슷한 시점에 출발한 화가는 세기를 바꿔가며 네덜란드의 자랑이 된다.
고흐가 고작 10년 사이에 그린 작품들은 지금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세계 미술품 경매시장의 판매기록을 바꾼다. 어려서 고흐의 미술은 탐미하던 몬드리안은 풍차를 즐겨 그리며 네덜란드의 작가로 성장하나 20세기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세계를 선도한다.
타일무늬 같은 그의 기하학적 추상화는 경매보다 패션계와 인연이 깊다. 1965년 이브 생 로랑이 발표한 '몬드리안 룩'도 그렇다. 무소매 또는 칼라가 없는 '라운드넥' 등은 기하학적인 간결미를 추구한 것이자 미술과 패션이 결합한 것이기도 하다.
고흐가 고국을 떠나서 살듯 그도 파리에 정착했다가 2차대전이 나자 미국으로 가서 삶을 마쳤으나 그것도 축복이 됐다. 그가 뉴욕에서 그린 '브로드웨이 부기우기'는 얼핏 지하철 지도 같은 추상화지만 흑인들의 음악인 부기우기의 블루스 같은 선율이 흐른다.
44년 연합군의 승리를 기원하며 '빅토리 부기우기'를 그린 몬드리안은 노르망디 상륙소식을 듣지 못한 채 눈을 감았으나 이 작품은 각종의 패션으로 살아 있다.
몬드리안은 8일부터 이대박물관의 '미술속의 만화'전에서 또다른 모습으로 나타난다. 여기에 출품된 주재환의 '몬드리안 호텔'은 몬드리안 그림의 타일 같은 격자들 속에 우리 세태를 풍자하는 만화를 그려넣은 것이니 '코리안 부기우기'같은 것이다.
2003년 3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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