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막걸리 두어 사발 마시면서 이승만 대통령 욕을 했다. 맞은 편에 앉았던 사람이 이 사람을 신고했다. 결국 욕을 한 사람은 징역 3년이 확정되어 3년 동안 막걸리를 먹을 수 없었다. 또 다른 사람도 막걸리를 먹다가 이승만 사진을 보고 욕을 했다. 같이 술 먹던 이가 신고 정신을 발휘했다. 막걸리를 먹던 이 사람 또한 수배자 신세가 되었다. 과거 ‘막걸리 보안법’이란 말은 이런 술 취한 상황, 코미디 같은 사회 분위기에서 탄생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법치국가인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에서 술을 좋아하는 윤석열이 45년 만에 쿠데타를 일으켰다. 이 쿠데타 정국 속에서 한 정치인이 사회에서 강제 격리됐다. 바로 윤석열과 각을 세워온 조국 전 조국혁신당 대표가 그렇다. 조국 전 대표는 12월 16일 서울구치소에 수감되면서 다음처럼 말했다.
“법원 판결의 사실 판단과 법리 적용에 동의하지 못하지만, 대법원 선고를 겸허히 받아들인다. 국법을 준수하는 국민으로서 의무를 다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2일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조 대표에게 징역 2년과 600만 원의 추징 명령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증거재판주의, 무죄추정 원칙, 공소권 남용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나는 이번 대법원의 조국 전 대표 실형 확정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났고 검찰의 공소권 남용을 방관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자유심증주의란 증거의 증명력을 판단할 때 법관이 자유롭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고 공소권 남용은 검찰이 사소한 사건에 대해서도 기소를 남발하는 것을 뜻한다. 이번 판결은 윤석열도 강조해 온 공정성, 형평성을 크게 벗어난 것이다. 법은 만인에게 동등하게 적용해야 한다. 한 사람을 표적 삼은 뒤 먼지털이식으로 잡아 낸 흠결로 기소한 것을 유죄로 판결한 것이야말로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고 공소권 남용에 대한 방관이 아니고 무엇인가? 대표적인 것이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한 판단이다.
조국 전 대표를 수사 몰이한 검찰은 조 전 대표 딸이 ‘대학원 장학금’을 받은 것을 갖고도 기소권을 행사했다. 공직자 자녀가 받은 장학금에 대해 기소한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1, 2심 재판부는 각각 지난 2023년 2월과 올해 2월, 조 대표에 대해 ‘청탁금지법 위반 유죄’를 선고했다. 조국 대표의 딸 조민 씨가 2016~2018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재학 시절 받은 장학금 1200만 원 가운데 600만 원에 대해 조 대표의 혐의를 인정한 것이다.
1심 판결문을 보니, 재판부는 조민 씨가 노환중 교수로부터 6차에 걸쳐 각 200만 원씩 모두 12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받은 것 중에서 뒷부분 3차의 600만 원만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봤다. 지도교수인 노 교수가 자신이 조성한 장학기금으로 조민 씨에게 장학금을 준 때는 2016학년도 1학기부터 2018학년도 2학기까지다.
재판부는 이 기간에 조국 전 대표가 2017년 5월 11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뒤에 조민 씨가 받은 3개 학기 세 차례의 장학금 모두 600만 원만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당시 조국 대표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이후에도 공직자로서 노 교수에게 장학금 지급 중단을 요청하지 아니한 채 돈을 계속 수수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 교수가 2017년 5월 이전에 세 차례에 걸쳐 준 장학금 600만 원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2016년이 청탁금지법 제정과 맞물린 시기이기도 하지만, 이 당시 조국 전 대표는 정부 공직자가 아닌 서울대 교수였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당시 2016년 조국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게 탄압 받는 대표적인 반정부 성향의 교수였다.
이에 대해 조국 전 대표 대리인은 재판부에 “당시 조국 대표가 민정수석에 임명되기 오래 전부터 딸이 노 교수가 설립한 장학회를 통해 장학금을 받아왔다”면서 “조국 대표가 노 교수에게 딸에 대한 장학금 지급을 요구한 적도 없으므로 청탁금지 위반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물론 이런 반박은 통하지 않았다.
실제로 재판부가 판결문에 적은 '조국 가족 채팅방' 기록을 보면, 조민 씨는 2016년 10월 장학금 받은 사실을 조국 대표에게 알리면서 “노 교수님이 저 또 장학금 주셨어요. 1년 주시는 건가 봐요”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조국 전 대표는 “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뜻밖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민 씨에게 장학금을 준 노 교수 또한 재판부에 “지도학생인 조민 씨의 면학을 독려하기 위해 장학금을 지급한 것일 뿐이다. 해당 장학금은 당시 조국 대표의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수수금지 금품 등을 제공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법원은 이런 주장 또한 뭉갰다. 정리하면, 조국 전 대표 딸이 받은 장학금은 조국 전 대표가 권력을 갖기 이전부터 집행된 것이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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