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 판결문을 보니, 재판부는 조민 씨가 노환중 교수로부터 6차에 걸쳐 각 200만 원씩 모두 1200만 원을 장학금으로 받은 것 중에서 뒷부분 3차의 600만 원만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봤다. 지도교수인 노 교수가 자신이 조성한 장학기금으로 조민 씨에게 장학금을 준 때는 2016학년도 1학기부터 2018학년도 2학기까지다.
재판부는 이 기간에 조국 전 대표가 2017년 5월 11일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뒤에 조민 씨가 받은 3개 학기 세 차례의 장학금 모두 600만 원만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단했다. “당시 조국 대표가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이후에도 공직자로서 노 교수에게 장학금 지급 중단을 요청하지 아니한 채 돈을 계속 수수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노 교수가 2017년 5월 이전에 세 차례에 걸쳐 준 장학금 600만 원에 대해서는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았다. 2016년이 청탁금지법 제정과 맞물린 시기이기도 하지만, 이 당시 조국 전 대표는 정부 공직자가 아닌 서울대 교수였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당시 2016년 조국 전 대표는 박근혜 정부에게 탄압 받는 대표적인 반정부 성향의 교수였다.
이에 대해 조국 전 대표 대리인은 재판부에 “당시 조국 대표가 민정수석에 임명되기 오래 전부터 딸이 노 교수가 설립한 장학회를 통해 장학금을 받아왔다”면서 “조국 대표가 노 교수에게 딸에 대한 장학금 지급을 요구한 적도 없으므로 청탁금지 위반죄가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물론 이런 반박은 통하지 않았다.
실제로 재판부가 판결문에 적은 '조국 가족 채팅방' 기록을 보면, 조민 씨는 2016년 10월 장학금 받은 사실을 조국 대표에게 알리면서 “노 교수님이 저 또 장학금 주셨어요. 1년 주시는 건가 봐요”라고 적었다. 이에 대해 조국 전 대표는 “엥?”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뜻밖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조민 씨에게 장학금을 준 노 교수 또한 재판부에 “지도학생인 조민 씨의 면학을 독려하기 위해 장학금을 지급한 것일 뿐이다. 해당 장학금은 당시 조국 대표의 직무 관련성과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으므로 수수금지 금품 등을 제공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법원은 이런 주장 또한 뭉갰다. 정리하면, 조국 전 대표 딸이 받은 장학금은 조국 전 대표가 권력을 갖기 이전부터 집행된 것이다. 법원 판결문대로라면 노 교수가 선견지명을 갖고 권력 예비자인 조국에게 미리부터 장학금을 주는 수법으로 청탁을 해온 것이 된다. 또한 노 교수는 2013년 2학기부터 2019년 2학기까지 13학기에 걸쳐 조민씨 말고도 여러 학생에게 장학금을 줬다. 이 장학금은 무엇이란 말인가?
자녀 장학금 문제로 따지자면 이주호 현 교육부장관 딸의 경우를 빼놓을 수 없다. 이 장관 딸은 2006년부터 중견기업인 미래에셋으로부터 억대의 장학금을 받았다. 이 같은 사실은 2022년 교육부장관 청문회에서 처음 거론됐다.
당시 국회 교육위원회 서동용 의원에 따르면 이 장관의 딸은 2006년 고교 3학년 재학 당시 미래에셋이 운영한 ‘글로벌 투자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의 장학생으로 뽑혔다. 이후 2007년 미국 스탠퍼드대에 입학했다. 미래에셋은 이 장학사업에서 장학생 한 명마다 한 해 5만 달러(당시 환율로 약 5000만 원) 한도 내에서 4년 간 장학금을 지원했다. 이 장관 딸이 장학생에 선발된 뒤 4년간 장학금을 받았다면 2억 원 정도를 받았을 것이다.
딸이 장학금을 받았을 당시 이 장관은 국민의힘 전신인 한나라당 국회의원이었다. 이 장관은 조국 전 대표와 달리 장학금 집행 시기부터 권력자였던 것이다. 이 장관은 여기에 머물지 않았다. 딸이 장학금을 받은 뒤 이 장관은 자신이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하던 시절인 2012년 미래에셋에 수상한 상을 준다. 바로 ‘제1회’ 교육기부대상 장관상이 그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 장관에 대한 기소는커녕 수사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이 이해당사자인 미래에셋에 대한 보상 의혹을 피하기 어려운데도 먼 산 보듯 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관은 2024년 3월 현재 3150명이다. 단언컨대, 이들 가운데 조국 대표 딸이 받은 장학금과 비슷한 형식의 장학금을 받은 사람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을 것이다. 조국 대표를 벌 준 법원 판사들은 자신들의 자녀가 받은 장학금부터 들여다봐야 했다. 고위 공무원과 검찰 자녀들은 또 어떻겠는가?
딸이 장학금을 받았다는 이유로 조국 대표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기소했던 검찰은 지난 8월, 윤석열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해서는 면죄부를 줬다.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에게 준 명품 가방은 접견 수단이어서 윤 대통령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이 없다”는 게 그 이유였다. 200만 원짜리 디올백 수수 현장을 동영상으로 전 국민이 봤는데도 아랑곳하지 않은 것이다. 검찰은 특정 인물에 대해서 기소권을 남발하고, 법원은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 죄를 찍어내는 사회. 이것이야말로 술 취한 사회다. 우리는 지금 ‘막걸리 기소’, ‘막걸리 판결’ 시대를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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